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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특별 견학> 후기

by 푸휴푸퓨 2016.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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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볼 때마다 빠져드는 건물 모형ㅋㅋㅋㅋ)

 

  이번 주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도서관 속 책의 일생 따라잡기'라는 주제로 특별 견학을 한다. 나는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소식을 접해서 얼른 신청했다. 오늘 다녀와서 조용히 후기를 남겨본다. 써 놓지 않으면 금세 잊을 것 같아서!

 

  연합뉴스에서 취재도 나왔고 신청도 전부 마감됐다며 나름 홍보가 잘 되었다고 도서관 관계자 분들은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이 견학이 성황을 이루는 건 아마 도서관의 보존 서고를 공개해서일 것이라고 짐작했던 나는, 그래서 오늘 견학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도서관의 사정이 있기는 하겠지만 기대에 못미친 건 사실이다.

 

  오늘의 인원 50명을 두 팀으로 나눈 뒤 국립중앙도서관이 작년 5월 100만 장서를 달성했다는 말로 견학이 시작되었다. 뒷 팀에 포함되서 따라다녔는데,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해서 -어차피 사진 찍기 안좋아하니 얼씨구나 내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며ㅋㅋ-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전시 설명이 첫번째였다. 지금 국중도 본관 1층에서는 '그날의 영광 내일의 기대'라는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베스트셀러와 문학상 수상작을 비교한 부분과 신진 작가 4명의 글쓰는 공간을 재현한 것이 흥미를 끌었다. 도서관에 방문했다면 잠깐 둘러봐도 괜찮을 전시였다.

 

  이후 자료수집과, 국가서지과를 살짝 보면서 책이 어떻게 도서관에 도착해서 등록되는지의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문헌정보학과 학생이기에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고 또 나는 학교 도서관 자료목록과에서 아르바이트도 여러번 했던지라 더 익숙했다. 자료보존센터에서는 호기심에 눈이 번쩍 뜨였는데, 고서를 보존하고 복구하는 그 공간을 직접 눈으로 보니 어찌 신기하지 아니한가! 다큐멘터리에서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여기서 사진을 퐝퐝 찍고 싶었는데... 참았다. 참지 말걸 그랬나? 아쉬워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새로 리모델링했다는 문학실로 갔다. 라키비움(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엄) 형식이라는 설명을 듣고 들어갔는데 새것의 향기가 강하게 났다. 굉장히 마음에 드는 열람실이었고 접근성만 좋다면 매일 노트북을 들고 가고 싶은 곳이었다. 거기서라면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ㅋㅋㅋㅋㅋ 분명 아침마다 책상을 중심으로 소리없는 자리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곳이다. 가구며 책 배열이며 여러 전시해 놓은 자료들이며, 전부 좋았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사진을 한 장 찍었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다 모여있어서 찍어보았다(팬심ㅎㅎ). 그런데 여기까지 돌고 나니까 예정된 한 시간에서 3분이나 남았나? 보존 서고는 대체 언제 본다는 건지ㅠㅠ 초조했다. 디지털도서관에 관한 소개를 듣고 드디어 보존 서고로 이동했을 때는 이미 5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그래도 기대하며 입장했다. 뭘 보여줄까?

 

  보존 서고는 몇 층으로 이루어져있지만 오늘 견학하며 보여준 곳은 한 층... 한 골목...?으로 조선총독부 시절 자료와 1994년에서 2000년 사이의 자료가 양쪽으로 보관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책장 이름이 있는데 기억이 안나네.. 여하튼 움직이는 그 책장들이 붙어 있거나 간격이 좁아서 책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꺼내 보고 그런건 절대 안되는 걸 알지만 어둠에 갖혀있는 책장들 끝에 한 칸 간신히 힐끗 들여다보는 건 너무하잖아! 견학을 신청하면서 기대한 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쭉 꽂혀있는 그런 거였고, 그것이 몇 층에 걸쳐있다고 하며 좀 둘러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일렬로 한 20미터? 걸어갔다가 되돌아 나온게 다여서... 보존 서고가 얼마나 관리가 중요한 곳인지 충분히 알지만... 그래.. 사정이 있었겠지...하며 마음을 다스리기엔 "보존 서고를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홍보한 것에 대해 실망이 컸다. 최소한 책장을 한 번 움직여서 움직이는 걸 보여줄 수라도 있지 않았을까?

 

  다른 분들은 나보다 훨씬 좋은 감상을 하셨을 수도 있다. 사실 나는 '보존 서고'라는 곳을 본 것이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모교에서 인턴사서 프로그램을 하면서 정말 운좋게도, 2시간 이상 들여 혼자 한 사서분을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었더랬다. 그때 보존서고에 들어갔고, 정말 내가 이 곳에 들어왔네!! 하며 신기했던 기억이 아주 좋게 남아있는데 오늘 나와 같이 견학한 분들의 기분이 그랬을 수 있겠지. 나도 구조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갔는데,, 뭐랄까. 가장 귀중본 책들이 있는 층도 아니었으니까 소개하기에 흥미로운 책 한, 두 권쯤 골라서 (비닐 팩 안에 있으니까 앞에서 살살 들고 설명 하신다거나 그런 느낌? 그냥 좀 더 섬세한 그런 것..ㅠㅠ) 이런 책이 있습니다 여러분~ 이런 소개라도 바란 건 욕심이었나보다.

 

  모교 도서관에도 오래된 자료들이 있어서 무려 "연희전문학교"라는 도장이 찍힌 얇은 책자를 열람실에서 발견한 적도 있고, 오래된 책등은 제법 익숙한 나다. 그래서인지, 익숙한 느낌의 겉표지만 살짝 보고 돌아나와야했던 이 견학이 너무나 아쉬웠다. 무언가 어수선한 느낌의 진행이 간간히 있었지만 첫 날이니 이해할 만한 정도였고 아마 내일부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데, 그런데,, 보존서고에서의 아쉬움이 너무 짙다.

 

  어쩌면 앞으로 평생 다시는 못 들어갈지 모르는 곳이다. 기회가 주어진 것에는 정말로 감사하다. 아쉬움은 그냥 내가 너무 도서관 덕후라서 그런지도 모르지. 도서관이 돌아가는 모습에 대해 흥미를 가진 이용객이라면 전체적으로 즐겁게 들을만한 견학일 것 같고, 보존 서고에 큰 기대를 하고 간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다고 정리해본다. 도서관에 들어온 책의 생애를 보여주는 것이 주제인 견학이었으니까, 주제에 충실한 견학임에는 확실하다. 책은 구입/기부/납본이 되면- 등록이 되고- 자료실로 가거나 보관이 됩니다. 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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