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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지식인의 서재 - 한정원

by 푸휴푸퓨 201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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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서재 구경을 시켜주는 책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그런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추천된 책들을 다 읽지 않더라도,다 읽기는 커녕 한 권도 읽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지라도(설마 그런 적은 없을 것이라 위안해 본다) 일단은 그러하다. 책 추천이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사람은 어떤 기분으로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다. 이건 나 스스로가 왜 책을 읽는지 정확히 정리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취미로 읽는 거고 자기계발이 아니라 편하게 본다-고 완벽히 정리한 듯 말하곤 하지만 어쨌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아닌데... 하며 갈팡질팡한다. 다양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의 견해는 항상 다채롭다. 좋다.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


  별 것 아닌 이야기라도 유명해지면 박수를 쳐주니까, 베이컨의 말이다(삐딱하게 쓴 것은 내가 스스로 이 말을 블로그에 써 봐야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문득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이렇게 반발하지 않는다ㅋㅋㅋㅋ).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문장에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을 것 같다. 모든 책을 다 숙독/정독해야 하는 건 아니다. 맛보기만 하는 책이 대부분으로 느껴지는 요즘 소화시키고 싶은 책이 나오면 신이 난다. 물론 달착지근하고 입에 착착 붙어 맛보기에 너무 재미난 책들도 많지만, 그러면 나중에 내게 남는게 없어 허(虛)한 기분이 든다.


  여러 사람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었다. 책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어떤 책을 꽂아두는지, 어떻게 정리하는지 등등의 이야기가 연결되고 그러면 인생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누구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것들 중 정수를 뽑아 내것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끝이 없다. 좋다!


늘 똑같은 자리에 책을 놓아야 한다면 조금만 달라져도 스트레스가 되죠.

하지만 분류를 하지 않으면 다시 배열된 책들의 제목만 봐도 한편의 에세이가 나와요.

(솟대 예술작가 이안수)


  이 말을 듣고 얼마나 해방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책을 분류하지 않아도 된다니! 난 책에게 분류는 생명이라 생각했기에 애초에 집의 책들을 정리하지 않았다. 정리하지 않으면 않은대로 두지만 하기 시작하면 이제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고정관념을 깨 주는 말을 처음 만났다! 책이 옮겨다니는 걸 즐겁게 바라보는 것도, 옮겨간 책의 제목으로 이야기를 생각해내는 시간도 정말 좋다. 다만 이분의 집은 방문객이 많아 책이 저마다의 자리로 옮겨다니지만 내가 서재를 만든다면 옮기는 이가 오직 나뿐일 것이라는 점이 좀 아쉽다.


도. 서. 관. 정병규는 이 세 글자를 싫어한다.

이유인즉, 책의 고유한 존재감이나 물질성은 보지 않고 기호로만 보관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책의 겉표지가, 디자인이 무시되고 학대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북디자이너 정병규)


  북디자이너들이 도서관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걸 몰랐었다. 나에게 도서관은 책을 소중히 하는(=책을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최고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개인 서재를 가질 수 없는 많은 이에게, 모든 책을 다 살 수 없는 이들에게, 그리고 책 문화의 부흥을 바라는 이들에게 꽃과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와중에 나도 크기가 다양한 책은 정말 싫어했다. 꽂아놓으면 중구난방이어서다. 큰 책은 다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었다. 얼마나 무거운지, 원래도 좋지 않은 손목이 아작나게 하는 최대 원인이다. 그랬지만 북디자이너의 입장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몇 달 전 'B컷'을 읽고 처음으로 표지와 판형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고, 표지를 빼버리고 라벨을 붙여 꽂아버리는 게 무지막지한 짓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사서의 입장에서 그것은 여전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표지를 놔두면 책만 쏙 빠지고, 그럼 책이랑 라벨이랑 분리되고, 그럼 책은 분류가 안되고, 그럼 통제가 안되고, 그럼 재앙이고....!!!) 그래도 이제는 무감각하지는 않다. 손상되었을지언정 표지를 한 번 더 세심히 살피고, 겉표지가 사라진 책의 표지는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책 커버가 예술이라는 걸 자세히 살펴볼수록 느낀다. 얼마나 공이 들어갔는지 보면 볼수록 더 보이기 때문이다.


  소개한 문장들 외에도 많은 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이런 류의 책은 비슷비슷해서 비교가 참 쉽다. 이 책은 책 이야기를 인터뷰어가 너무 딱딱하지 않게, 인터뷰이의 삶과 잘 녹여내서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서재 이야기를 원하는 친구에게 권해줄만한 책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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