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MOVIE

[Movie Review]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현대미술의 거장) 호크니

by 푸휴푸퓨 2019. 9. 23.
728x90
반응형

 

 

  주말에 영화 호크니를 봤다. 이본 취나드의 책을 읽고 있던 참이었는데, 글로는 취나드를 영상으로는 호크니를 만나니 영감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멋진 사람들의 멋진 성과와 멋진 삶은 나도 꼭 멋지게 살리라 다짐하게 한다. 호크니는 그냥, 예술가더라고. 예술 안했으면 어쩔까 싶은 진짜 예술가.

 

I paint what I like and When I like.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말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내 욕구일 뿐.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을 잘 구분해 내기 위해 노력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가장 잘 듣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가 아닐까. 나를 표현하는 일을 호크니는 붓으로 했다면 나는 직업과 일상으로 한다. 그래서 일상을 더 다듬고 싶다.

 

  영화 속 호크니 집안은 전혀 예술적이지 않다. 아버지도 성실해 보이시긴 하지만 예술가로 보이진 않고, 누나도 그냥 평범한 아주머니로만 보여. 이런 환경에서 예술성을 드러낸 이라면 진짜 정말 예술가가 아닐까. 당시 대세였던 추상이 아닌 음악과 시를 함께 논하는 호크니를 19세기 예술가라고도 하는데 나는 다른 예술에서 영감을 끌어내는 호크니가 좋다. 온 몸과 마음이 예술로 열려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기분.

 

전 항상 더 많은 걸 보고 싶었어요.
Ultimately I’m about liberty. I think you have to defend it.

 

I think the absence of love is fear.
사랑의 부재는 곧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호크니가 우울한 시절에 작업했다는 푸른 기타시리즈를 전시 때 보고는 묘한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땐 왜 이런 작품을 그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배경을 알고 나니 참 매력적이다. 첫 연인과 헤어지던 중이었던 호크니의 불안정한 마음이 그대로 보인다. 연인과 헤어지는 일이 얼마나 아팠을지 짐작이 가는 파란색. ‘세상을 있는 그대로 연주하지 않는 군요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는 호크니는 있는 그대로라는 건 없단다. 그렇지. 모든 건 모두의 해석이 들어가 있다.

 

  그 예쁜 더 큰 첨벙의 물을 그리는 데 호크니는 7일이 걸렸다 했다. 영화를 보면 호크니가 물을 그리는 방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호크니에게 물은 표면을 볼지, 반사를 볼지, 그 안을 볼지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한 번도 그렇게 분류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신선했다. 호크니의 물은 어떤 기법을 사용했든 간에 청량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When you stop doing something, it doesn’t mean you’re rejecting it. 
You’re saying, I wish to take a look round another corner.

 

  영화에서는 과거 호크니의 인터뷰와 현재 호크니의 인터뷰가 교차로 나온다. 젊은 시절의 호크니는 정말 개성이 넘친다. 특유의 매력적인 표정과 말투를 노년의 호크니에게서는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생각했는데 일어서서 활동적으로 말하는 장면을 보니 여전하더라.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오페라를 보러 극장에 더 이상 가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나이듦의 슬픔을 느꼈다.

 

  1970년대에 게이란 말은 멋지고 패셔너블하다는 뜻이었지만, 곧 에이즈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호크니의 지인 중 무려 2/3이 세상을 떠났다니 그 상실감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테다. 호크니는 많은 사람이 떠나간 게 내 삶의 일부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난 이제야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경험을 한다. 때로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고, 때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체념한다. 더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서 아프지 않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체념이 강해지는 것뿐이겠지.

 

  호크니는 새로운 도구를 끊임없이 사용한다. 팩스, 복사기, 뭐 말할 것도 없다. 핸드폰이 나와서 을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며 좋아했다는 호크니의 태도를 보고 대단하다 느꼈다.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깊은 내공을 쌓아야 할까? 그가 카메라와 그림은 다르다고, 카메라는 표면만을 보지만 우리는 공간을 본다는 설명에 납득하다가 그가 카메라를 자동차에 달고 마치 회화인 양 포토 콜라주인양 영상을 만들어 낸 걸 보고는 정말 존경심이 들었다. 그냥 대단한 게 아니잖아! 여전히 정말로 진화에 진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잖아! 솔직히 이제 노년기가 되었으니 인생을 마무리하나 했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나이가 들어버린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도 변했으리라 단정지어버린 내가 너무나 부끄럽다.

 

  큰 영감을 주는 영화였다. 사실 영화 자체가 막 엄청 좋은 건 아니었는데(잔잔함에 잠이 몹시 쏟아진다), 호크니의 주변 사람들이 호크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인터뷰가 좀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어떻게 저렇게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어? 그러나 호크니라는 인물과 작품은 매력이 넘치고 또 넘쳤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나를 깨고 또 깨어가며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다면!

 

 

2019/05/08 - [REVIEW/ETC] - [Exhibit Review] 데이비드 호크니展 - 서울시립미술관

 

[Exhibit Review] 데이비드 호크니展 -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다녀왔다. 그의 작품도 내 기분도 좋은 관람이었다. 방금 누군가 뛰어든 양 수영장에 물보라가 이는 그림을 보고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전시는 꼭 보러 가야겠다고..

eybaek.tistory.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