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간만에 번호를 매겨 일기를 쓰려 한다.
1.
운동이 끝나고 버스에서 내려 집에 가는 중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 여자아이와 부모 네 가족이 옆을 지나갔다. 이어지던 대화를 언뜻 들었는데 군대 이야기가 나왔는지 여자아이가 아빠에게 “아빠, 전 여자로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쵸?”하고 남자아이는 입을 삐죽인다. 여자아이에게 아이쿠,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하고 싶은데 그럼 대신 무어라 말하라고 알려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공부가 부족하다.
부족하네 뭐네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아빠의 대답이 이어진다. “좋긴 뭐가 좋아, 넌 대신 애 낳아야 하잖아. 어휴.” 아이고 아버님,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랍시고 이야기 해봐야 나도 사회도 아직 한참 멀었음을 느낀다. 남자아이가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게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향인양 느껴지던 순간. 저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 줘야 하는지 빠르게 생각해낼 수 있을 만큼 더 공부하리라 다짐했다. 그 전에 정말 세계 평화가 온다면 참 좋을 텐데.
2.
5월에 5km 마라톤을 나가보리라 작년부터 공개적으로 선언해왔다. 5km면 걸어도 쉬운 거리지만 난 걷지 않고 뛰어 들어오겠다고. 속도는 중요치 않으니 쉬지 않고 뛰고 싶다. 그래서 헬스를 끊어 열심히 트레드밀을 달려 본다.
어제는 처음으로 총 거리 2.6km를 달성했다. 누가 지나가는 말로 트레드밀을 30분 이상 타기 보다는 근육 운동을 하고 짧게 빨리 달리라 해서 같은 시간(23~5분)을 유지하며 속도만 계속 올리고 있다. 빠른 걸음에서 느린 조깅, 홉홉(숨이 푸오오홉 푸오오홉 쉬어진다) 조깅으로 이어지게 속도를 바꾼다. 2월 안에는 25분 동안 3km를 주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바싹 솟아오르던 날. 내 몸으로 육체적인 성취를 획득할 날이 머지않았다.
3.
어제 올렸던 니트 책 리뷰가 다음 메인에 올라갔다. 직장IN 페이지의 작은 영역에 오후 잠깐 올라간 걸 확인했는데 어제 블로그 방문자가 무려 150명이었다(그런데 저녁까지 내내 들어온 사람들의 경로가 다음 메인인 걸 보아 내가 찾지 못하는 어느 구석이나 지나가는 모양으로 계속 올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로그 유입 경로를 살펴본다는 말을 서두에 쓴 글인데 하필 그걸 많은 이들이 보러 들어오다니 삶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열심히 작성해 올려 내용이 부끄럽진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메인이라고 다 양질의 글만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글이 메인에 걸릴만한 건덕지로 크롤링 되었다는 게 내게 기쁨을 불어넣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싶지만 지속할만한 컨텐츠가 생각나지 않아 몇 년 째 망설이는데, 잘 정해서 올린다면 내 글이 브런치를 아주 망치지는 않겠구나 싶다. 차분히 하나씩 쌓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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