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는데 다음 메인에 내 리뷰가 올라갔다. tromm으로 시작하는 경로가 유입 경로에 있으면 다음 메인을 기대해도 좋다는 글을 본 적은 있지만 유입 경로에는 자주 뜨면서 딱히 메인에 오르진 않아 그 말에 대한 믿음도 떨어졌던 차였다. 갑자기 유입량이 늘어 경로를 확인했더니 그냥 daum인거야. 평소 다음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아서 내 글을 찾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한 150명 정도가 내 블로그를 다녀갔다. 그 중 몇 명이 긴 리뷰를 다 읽었을지 궁금했다. 댓글이라도 하나 달리면 소통(!)하련만, 마음이 설렜다.
신나서 캡쳐와 감사글을 쓰고 이틀 후 리뷰를 올렸는데 또 메인에 올랐다. 유입 증가량이 어마어마했다. 대체 이게 뭐야? 다음을 뒤져 보았더니 이번엔 'My 피드'에 글이 떠 있더라. 처음 메인에 갔을 때보다 노출된 시간이 더 짧았다고 느껴졌는데도 대략 680명 정도가 다녀갔다. 이 밀집도는 뭐지. 두 번째는 설레기보다 조금 무서웠다. 무슨 기준으로 사람들이 이렇게 다녀갔을까? 혹시 누군가 상처를 받을만한 내용이 담겨있진 않았을까? 메인에서 사라지고 나니 방문자 수는 다시 너무나 소소하게 돌아가서 하루에 겨우 스무 명을 넘길까 말까 하다. 역시 내 컨텐츠 혼자만으로는 어딘가에 가 닿을 수 없구나.
두 번의 노출 경험은 내게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날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은 나를 신나게 했다. 하지만 앞으로 리뷰를 올리면 메인에 갈지 기대하게 될 테고 또 가지 못하면 실망하고 자책하겠지. 게다가 유입량을 기반으로 한 광고는 소소하게 10원 정도의 수익으로 웃음을 주었는데 유입량이 넘치니 단숨에 몇 백 원이 되었다. 이러면 이제 웃기지가 않은 거지. 앞으로도 수치를 올리려면 정보성 글을 많이 써야 하는데, 그냥 책 내용이나 정리하는 글은 내가 전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자본과 행복 사이에서 고민할 내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당장 이번 주부터 어떤 마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하나 깊이 고민하다가 이런 사건을 예상하지 않았을 때 간단히 짜뒀던 글쓰기 인생 플랜이 생각났다. 이 플랜은 '무엇이든 10년을 하면 된다'는 말에 힘을 얻고 짠 것이었는데, 김미경TV의 어느 영상에 따르면 무엇이든 10년을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3년은 선생님을 따라하고 3년은 내 것을 하고 마지막 3년은 나와 선생님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해보라고. 그래서 아주 성기게 짠 내 계획은 이랬다. 크게 10년씩 구획을 나누고 각 10년마다 세부 계획을 짜려 했단 말이지.
*글쓰기 인생 30년 플랜
정말 별 내용은 없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쓰지를 못했단 말이야! 이렇게 급할 줄 알았나!- 천천히 새기려던 이 플랜에 따르면 올해는 브런치 준비의 해였으니까 메인에 나가본 일은 매우 잘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흔들릴 필요가 없지. 아집을 부리며 살 건 아니지만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우직해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물음표를 떠올리며 쓴 계획인데 벌써 1단계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으니 기뻐할 일이다. 계속 이렇게 전진해야지.
잠시 멋진 이벤트에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다시 엣헴, 나로 되돌아와 좋아하던 일을 계속 좋아하겠다. 행복에는 운이 따르는 법이고 이번의 운이 참 좋았다. 마음을 가다듬었으니 앞으로 혹시나 메인에 가더라도 너무 휘둘리지 않을 거고, 또 못 가더라도 너무 마음쓰지 않을 테다. 한 걸음을 잘 떼었다는 것에 행복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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