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출근길이었다. 언덕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 앞에 섰다. 버스가 2분 후에 오는군. 두리번거리는 나를 의자에 앉아계시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좌우로 살펴본다. 아, 할아버지. 이 정류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죠. 제가 출근하는 대학교 학생들이 줄을 서는 위치가 정해진 정류장이랍니다. 저는 그 줄을 서기 위해 움직이는 거예요. 물론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아무도 없고 저 혼자 괜히 움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다 이유가 있어요. 잠깐 돌아보셨던 할아버지는 이내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타지 않을 버스가 다가온다. 할아버지가 허리를 펴고 일어나 휘적휘적 버스로 다가간다. 할아버지가 키가 큰 분이셨네. 혼자 생각하는데 문득 할아버지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온다. 응? 아디다스 스니커즈에 게스 청바지 로고가 선명하다. 허리도 전혀 휘지 않은 탄탄한 몸의 할아버지에게 잘 어울리는 차림새다.
의식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노인의 몸에 갇힌 청년이 고군분투하며 악당을 찾아가는 내용의 영화로 넘어간다. 그 영화는 자세한 내용이 어떻게 되더라. 흠, 이 할아버지 속 청년은 건강하고 옷 잘 입는 사람이겠어. 실없는 생각을 하다 문득 왜 어르신은 게스 청바지를 입어서는 안 되는지 자문한다. 영화를 끌어당겨야 할만큼 비현실적이라 생각하는 머릿속이 부끄럽다.
할아버지의 마음보다 내 마음이 더 늙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버스에 올랐다. 온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던 어젯밤, 나는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 곧 서른이라며 광광 외쳤고 그런 막내를 보던 부모님은 그저 껄껄 웃었다. 어쩌나. 자리가 비어 있어 기분 좋은 버스 안에서 '나는 아직 어리다!'를 괜히 (속으로) 외쳐보았다. 아무렴. 아직 창창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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