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서른 번쯤 PT를 진행한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초반의 내가 너무 무뚝뚝해 무서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표정이 밝지 않아 혹시나 자신이 지도를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고. 평소에 말이 없는 편이지 않냐고 덧붙이는데 할 말이 없었다.
선생님은 운동 사이 쉬는 시간에 잡다한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하는 게 그분의 업무는 아니지만 굳이 정적을 메꾸려 내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는다. 말이 많을수록 후회가 많아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보다 어리고 내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입장인 그가 편해서, 원치 않게 실수를 할까 걱정한다. 무심코 한 이야기가 오래 기분이 나쁠 수 있다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을.
선생님과 잡담을 하다보면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혼자서 선생님의 mbti는 ENFP나 ESFP가 아닐까 추측하기도 했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만 줄곧 만나는 내게 트레이너 선생님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고 일깨워주는 자극이다. 혼자 카운터에 있노라면 심심하고 재미가 없어 굳이 운동하는 회원들 사이를 다니며 이야기를 건다거나, 오래 연락하지 않은 지인도 생일 알람이 뜨면 반가워서 기프티콘을 보내준다며 그 김에 연락하는 게 정말 좋지 않냐는 말. 그런 사람이니 간단한 안부를 건네는 순간마저 원치 않아 카운터 직원과의 눈을 피하는 내가 얼마나 이상해 보였을까 싶었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그분의 이야기에 리액션을 했지만 그것으론 부족했다. 타인을 불편하게 했다는 게 미안하다. 그저 친구사이라면 나와 안맞는구나 하고 멀어지면 될 텐데 나는 고객이라 그럴 수 없다. 웃기는 건 저 이야기를 그분은 나름 편해졌기에 꺼낸 이야기일 텐데, 나는 다음 PT 결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직 말을 위해 하는 말에 소질이 없다. 더 편하게 맞춰드릴 수 없으니 시간을 줄일 수밖에.
mbti에서 E와 I는 외향성, 내향성이 아니라 에너지를 밖에서 얻느냐, 안에서 얻느냐의 차이라는 글을 보았다. I여도 충분히 능숙한 사교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스몰토크를 못하는 나의 미숙함은 그저 나의 모자란 부분이 아니겠는가. 공통의 관심사를 도통 찾을 수 없는 상대와 어떻게 하면 기름을 바른 양 매끈하게 지낼 수 있을지, 그 방법만 알아도 내 인생이 30%쯤은 더 편해질 테다.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일곱 살에 하던 고민을 한다. 새 학년이 죽어라 싫었던 내가 여기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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