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EELING

갑분_꽃다발_타령

by 푸휴푸퓨 2021. 7. 28.
728x90
반응형

  꽃이 갖고 싶다. 꽃다발이 받고 싶다. 한여름에 오래도 못 가겠지만, 실용적인 쓸모도 없지만, 그냥 꽃을 보고 싶다. 보면서 기분이 좋고 싶다. 남자친구여. 내가 이렇게나 꽃을 받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나?

  안다. 생일과 기념일을 지나치면서도 꽃다발을 주지 않길래서 기어이 내 입으로 꽃다발이 받고 싶다고 굳이 말을 했다. 그런데도 주지 않는다. 어쩌면 모를지도 모른다. 급기야 내가 사서 준 적도 있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다. 이쯤 되면 차라리 몰라서 못주는 편이 낫다. 모르는 걸로 해야겠다.

  남자친구한테 원하는 게 많은 성격은 아니다. 내가 필요한 건 내가 사니 너는 구경만 하라는 쪽이다. 혼자 하는 쇼핑을 좋아해서 혼자 보고 혼자 산다. 이렇게 편한 여자친구인데 왜, 너는, 내가 유일하게 사달라는 꽃을 사주지 않는가? 내 말이 들리지 않는가!

  오늘 한 번 더 대놓고 꽃을 사달라고 말해보았다. 이번에도 사주지 않으면 그냥 왕 커다란 꽃다발을 셀프로 살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사달라는 말은 안할거야. 너와 사귀고 만난 지 채 다섯 번이 되지 않았을 때, 네가 자꾸 약속 시간에 늦었더랬다. 화를 내기 싫으니 그 부분은 기대하지 않겠다고 하는 내게 너는 자기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 그날 이후 나는 네게 원하는 건 몇 번이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꽃, 그까짓 거 별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아직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꽃다발 사줘라아으아!

발로 V를 만들려다 실패한 왼쪽과 발가락으로 V를 만들려다 실패한 오른쪽.jpg

 

네가 준 분홍 장미, 꽃말은 '행복한 사랑'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