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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2.1.12. 겨울 냄새가 난다

by 푸휴푸퓨 202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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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길인 것과 의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별개니까

1.

  공기에서 겨울 냄새가 난다. 훈훈한 도서관 문을 열고 나가면 서늘한데 편안한 향이 밀려온다. 이 냄새를 맡을 때 나는 좋아하는 너의 손을 잡고 싶다고 생각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기에 익숙해지면 분간할 수 없는 냄새지만, 언덕길을 내려가다 찰나를 곱씹으며 두고두고 좋아한다. 온기를 그리워하는 향이다. 혼자라면 그립지만 둘이라면 따뜻할 향.

 

2.

  대다수의 직장인이라면 매일 느낄, 서로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사뭇 낯설어 마음이 씁쓸했다. 몇 년 전의 나라면 눈도 깜짝 하지 않았을 일인데 유난하게 받아들이는 내 태도가 오히려 어색했다. 너 그동안 좋았겠다고 나에게 스스로 면박을 줬다. 돈 벌러 나오는 곳에서 몇 년쯤 편안할 수 있었다는 건 큰 복이다.

  앞으로는 겉으로도 속으로도 동요하지 말아겠다고 다짐했다. 이 정도 사회생활 연차에 말랑한 마음은 흉이지. 네가 아이같이 투정 부리는 통화를 하는 날이면 힘든 하루였나 보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어쩌면 너는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나도 나를 목석이 아니라 사람이라 인식해줄 너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너의 회사도 부서이동이 있어 뒤숭숭했다는 말에 차마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3.

  직위를 내려놓고 낮시간이 많아진 아빠는 자동차 계약을 매일 묻는다. 하필 나는 1, 2, 3월이 제일 바쁜데 이번주따라 더 일이 많았다. 퇴근하자마자 계약 진행 상황을 또 묻는 아빠에게 서로 볼멘소리 할 각오를 하고 우리가 일을 처리하기로 약속한 기한이 언제냐고 반문했다. 언제야. 말해봐. 기한은 기한이고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근엄한(?) 꾸지람을 예상했는데, 돌아온 건 빠른 사과였다. 내가 마음이 급해가지고. 잘못했구먼 이거. 머쓱해서 말을 돌렸다.

  차가 빨리 새로 나와서 아빠가 행복하게 몰고 다녔으면 좋겠다. 멋진 사진도 찍고, 본인은 모르지만 적성에 딱 맞을 블로그 운영도 해봤으면 좋겠다. 영업사원한테 연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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