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자로 발령이 났다. 2년이나 근무한 부서에서는 (지금 직급으로는) 더 배울 게 없어 보인 데다 잡음에도 지쳤다. 일이 많아지더라도 새로운 곳에 가고 싶었다. 지나가는 타 부서 실장님에게 말을 걸었고, 손을 잡아주셔서 겨우 빠져나갔는데.
일이 2배쯤 많아지는 건 각오했는데 4배쯤은 차마 예상치 못했더랬다. 인수인계도 못 받은 상황에서 첫날부터 해내야 하는 일이 산더미였다. 그 와중에 갑자기 사무실 배치를 바꾸래. 누가 무엇을 건드렸는지 인터넷도 전화도 끊기는 아수라장이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눈가가 촉촉하긴 했는데 이제 눈물이나 흘리고 있을 군번이 아니어서 열심히 적응하려 애썼다. 3일째에 겨우 숨이 쉬어졌다. 사업의 윤곽을 파악했고, 매일의 업무도 나름 정리해서 때로 망중한을 즐겼다. 일을 잘 해내면 스스로도 성장하고 조직에도 멋진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앞날을 겨우 그릴 수 있게 될 때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기존 자리의 후임으로 온 분이 알레르기 반응으로 일을 못하시겠다고 했다. 뭐? 사정이 이해는 됐는데 나와는 상관 없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조직은 하던 애를 다시 보내는 편리한 방법을 택했지. 장기판 위의 말인 건 진즉에 알았지만 이런 일은 겪을 때마다 새롭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온다. 굳이 말을 덧붙이고 싶지도 않아서 묵묵히 따랐다. 이번주에만 컴퓨터 설치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쓸데없이 마음만 심란했던 한 주를 보내게 됐다. 분명히 미칠 듯이 바빴는데 변한 건 없다. 익숙한 자리에 익숙한 자세로 앉아있는 지금, 이제 다른 부서가 된 곳의 일이 머리를 맴돌아 정신이 산란스럽다. 주말에는 고요히 명상을 하고 머리와 마음을 비워내려 한다. 언제는 세상 일이 내 마음처럼 되었나. 평정을 찾고 새 마음으로 하던 일을 할 테다. 나는 괜찮고 괜찮을 예정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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