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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2.20. 자아도취

by 푸휴푸퓨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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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의 내가 30살의 나를 보면 멋진 언니라고 좋아했겠다고 깨달았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20대는 젊고 패기 있었지만 불안하고 가진 게 없었어. 그래도 뭐든 해보려고 부딪혔는데, 10년을 돌아보니 나름 쌓은 게 있었지 뭐야. 30대 중반이 되면 30대 초반의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었는데. 고작 32살이 된 지금, 나는 또 30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멋진 언니라서 좋아하리라고 느낀다.

  나는 건강하고, 자세가 바르고, 숨을 헐떡거리더라도 꽤 안정적으로 조금은 달릴 수 있고, 꾸준히 돈을 모으고, 포근해서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불안해도 금방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지 알아서 나를 위해 매일의 조금을 쓴다. 요즘의 작고도 큰 행복은 아침에 정리하고 필로우미스트까지 뿌려둔 이부자리에 폭 들어가는 저녁의 순간. 저녁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잠깐의 아침 시간조차 흡족하다.

 

오래간만에 마음에 드는 사이버 버전의 나

 

  최근 이렇게 일상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무래도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인듯 하다. 고통을 참고 들숨 날숨에 집중하다 보면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움직이는 명상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달리기가 내 마음에 이렇게나 맞는 운동이었을 줄 미처 몰랐다. 발 어드메가 아프면 PT선생님에게 꼼꼼히 여쭤보는데, 다음 달리기에 말씀해 주신 문제를 교정해 보면 확실히 무언가 나아진다. 이전보다 조금 더 달릴 수 있고, 조금 덜 삐걱거릴 수 있다. 그렇게 한 계단씩 발전해 나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게 좋다.

  내 삶은 하루만에 대단한 도약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매일 앞으로 가면 어느새 멋진 길이 닦여 있다. 지금까지는 길이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뒤돌아보느라 바빴다. 이제는 꾸준한 그 하루의 깊이에 집중하려 한다. 아직 서투르지만 집중력은 점점 좋아지니까, 나는 또 더 멋진 사람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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