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내가 30살의 나를 보면 멋진 언니라고 좋아했겠다고 깨달았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20대는 젊고 패기 있었지만 불안하고 가진 게 없었어. 그래도 뭐든 해보려고 부딪혔는데, 10년을 돌아보니 나름 쌓은 게 있었지 뭐야. 30대 중반이 되면 30대 초반의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었는데. 고작 32살이 된 지금, 나는 또 30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멋진 언니라서 좋아하리라고 느낀다.
나는 건강하고, 자세가 바르고, 숨을 헐떡거리더라도 꽤 안정적으로 조금은 달릴 수 있고, 꾸준히 돈을 모으고, 포근해서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불안해도 금방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지 알아서 나를 위해 매일의 조금을 쓴다. 요즘의 작고도 큰 행복은 아침에 정리하고 필로우미스트까지 뿌려둔 이부자리에 폭 들어가는 저녁의 순간. 저녁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잠깐의 아침 시간조차 흡족하다.
최근 이렇게 일상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무래도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인듯 하다. 고통을 참고 들숨 날숨에 집중하다 보면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움직이는 명상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달리기가 내 마음에 이렇게나 맞는 운동이었을 줄 미처 몰랐다. 발 어드메가 아프면 PT선생님에게 꼼꼼히 여쭤보는데, 다음 달리기에 말씀해 주신 문제를 교정해 보면 확실히 무언가 나아진다. 이전보다 조금 더 달릴 수 있고, 조금 덜 삐걱거릴 수 있다. 그렇게 한 계단씩 발전해 나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게 좋다.
내 삶은 하루만에 대단한 도약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매일 앞으로 가면 어느새 멋진 길이 닦여 있다. 지금까지는 길이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뒤돌아보느라 바빴다. 이제는 꾸준한 그 하루의 깊이에 집중하려 한다. 아직 서투르지만 집중력은 점점 좋아지니까, 나는 또 더 멋진 사람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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