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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경제학자는 어떻게 인생의 답을 찾는가 - 카우식 바수

by 푸휴푸퓨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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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적응시킨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적응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렸다.
- 버나드 쇼, '인간과 초인' 중

 

 

  서양의 책을 읽다 보면 ‘합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이러하면 합리적이고 효용 가치가 있다. 근데, 그래서요? 합리적인 사람은 과잉된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합리를 따지다가 메말라 버릴 것만 같다. 가끔 까닭 없는 미국인의 긍정주의가 짜증 나듯, 합리주의도 짜증 난다.

  감정에 촉촉이 적셔진 나의 반발심과는 상관없이, 건조한 나무막대기 모드가 사회생활에 훨씬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나무막대기 모드 중에서도 효과적인 전술을 소개한다. 게임이론이나 균형이론, 뭐 그런 것들. 나는 내 분노가 가치 없음을 인정하고 건조한 마음-혹은 평정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게임이론에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는 다루지 않는다. 타인의 행동은 마치 움직이는 당구공과 같아서 당신의 의지로 바꿀 수 없다. 당신의 행동에 타인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서도 당신은 통제권이 없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에 대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타인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거나 조바심 낼 필요도 없다.
  인생의 게임이론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바로 이런 점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하든 거기에 분노하거나 원망을 품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를 품으면 그로 인한 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105쪽)

 

  하지만 분노를 그대로 삭제할 수는 없으니, 분노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여기서 단순한 교훈이 생긴다. 앞에서 분노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살펴보았듯 후회나 회한, 죄책감이라는 감정도 내려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 감정들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은 간직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과거 행동에 대한 정보를 지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저장하면 된다. 이때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 나쁘다는 점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 정보를 두뇌에 잘 저장해서 미래에 더 나은 행동을 하게 하는 안내자로 삼아야 한다. (183쪽)

 

  이 책은 개인의 삶에서의 합리성을 넘어서 사회에서 개인들이 각자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최상의 사회가 될지, 집단 간 합리적인 선택이 꼭 우수한 결과만을 도출하는지 추론을 통해 보여준다. 개인이 모두 도덕적 선택을 하는데 오히려 미래 세대에게 해가 된다면? 한 명이 단독자로 선택하는 것과 집단 안에서의 선택이 달라지는 이유는? 집단의 의도와 각 개인의 의도가 모두 일치한다고 봐도 될까?

  그레타의 딜레마의 핵심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나쁜 행동을 하는 집단을 보면서 그것이 집단에 속한 개인들이 바라서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집단행동을 보면서 그 집단의 리더가 개인적으로 바란 행동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하벨이 상상한 후기 전체주의 사회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 점이 도덕적인 선의를 가진 그레타 툰베리가 자각해야 하는 딜레마다.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개인들은 그들을 도울 수 업을 뿐 아니라 사실상 해를 끼칠지 모른다.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도덕적 선택이 거대한 게임 속에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10쪽)

 

  한 2018년 정도부터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은 대체로 말미에 해결책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하곤 했다. 하지만 “필수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주로 ‘상대적인’ 소득을 높이기 위해 노력(262쪽)”하는 사람의 심리를 무시한 접근이라고 생각하고 또 너무 자주 나오니 식상해 건너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책은 안일하게 기본소득만 주장하지 않고, 기본소득을 발전시킨 아코디언 세금을 제안한 점이 마음에 든다.

  아코디언 세금의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사회의 평균 소득과 같거나 더 높은 기준점을 설정한다. 기준점보다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내고 평균 소득보다 적게 보는 사람은 보조금을 받는다. 평균 소득보다 많이 벌지만 기준점 이하의 소득을 얻는 사람은 세금을 내지도, 보조금을 받지도 않는다. 정부가 징수하는 총 세금은 지급하는 총 보조금과 같다. (266쪽)

 

  세상은 너무 복잡해서 단순한 추론으로 모든 걸 돌파하며 살 수는 없지만, 영리하게 선택하고 행동하기 전 미리 영향을 고려하는 과정이 나쁠 리 없다. 마음이 힘들 땐 건조하고 단순한 메시지가 말랑한 위로보다 더 다가오기도 한다. 효율적인 철학으로 삶을 이겨내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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