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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백만] 2024년 7월의 백만

by 푸휴푸퓨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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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책: 에디토리얼 씽킹

  ‘에디팅’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처음으로 편집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책은 14년에 발간된 ‘에디톨로지’였다(최근 다시 읽어보려다 시대적 맥락이 달라서 그런지 무언가 껄끄러워 그만두었다). 점점 에디터와 편집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범람하는 정보를 편집해서 보여주는 SNS 계정이 중요해지고..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내가 편집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에디팅에 관한 책을 읽고 내가 요즘 왜 블로그에 소홀해지는지 깨달았다. 나는 나의 주관을 당당하게 들이밀지 못한다. 네가 무슨 자격이 있느냐고 질문받으면 답이 궁하니까. 나의 유일한 시각을 신뢰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현대 사회에 맞는 태도다.

  결국 설득의 문제다. 주관은 열등하고 객관은 우등한 것이 아니라 모든 건 주관의 산물인데, 어떤 주관은 여러 이유에서 설득력을 가져 보편의 차원에 자리 잡는다. 냉철하게 숫자를 보는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경영자의 책상 위로 온갖 곳에서 기록한 데이터가 쌓인다. 숫자들은 중립적이지만, 그중 특정 지표에 ‘주목’하고, 경영 여건에 대한 ‘판단’을 내려 ‘전략’을 세우는 경영자는 결국 자신의 주관을 바탕으로 일한다. 자기 버전의 현실 인식 프레임을 제시하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합의를 최대한 모으는 것이다. 편집도 그렇다. 주관적 관점으로 정리한 결과물을 타인에게 보이고 합의를 모은다. 세상을 이렇게 보기 시작한 뒤로 나는 이제 객관이라는 단어 앞에서 작아지지 않는다. 내 관점, 믿음, 판단을 신뢰하고, 그것을 나 아닌 타인이 납득할 수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내려고 애쓸 뿐이다.

 

 

이 달의 장소: 한국의집

  상견례나 결혼 기념 식사를 어디서 할지 고민하다 회사 동기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곳. 검색해 보니 한국풍을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곳이라 분위기도 볼 겸 식사도 해볼 겸 하여 찾아갔다. 1957년에 개관해 영빈관으로 사용된 한국의집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별채가 여러 곳이라 내가 원하는 행사에 딱 맞겠더라고요. 음식은 정갈하고 건강한 맛이라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고, 음식 설명과 서비스도 훌륭하고, 사진 배경으로도 한복을 입고 가기에도 맞춤한 곳이라 大만족이었다.

  결혼 기념 식사 장소로 어떠냐니 너는 ‘나도 좋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이래서는 안 되지. ‘논리적인 의견을 덧붙여 열렬한 동의의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있지도 않은 청자가 마음에 들어 여기가 딱이라는 놀림만 들었다. 아 됐고요, 난 여기서 해야겠어!

 

이 달의 게임: 저스트댄스

  언니네 집에 가서 처음으로 접해본 -늦된 자의- 신문물 저스트 댄스! 한 곡만 추는데도 땀이 뻘뻘 나서 진심으로 너무*100 신났다. 춤은 영 못 추는 데다 박자를 못 맞추는지 태운 칼로리는 높은데 점수는 형편없더라고요^_ㅜ 그래도 집에 사다 두고 매일 두어 곡씩 흥겹게 즐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닌텐도를 사고 싶은 마음이 뻐렁쳤다. 쉬운 난이도로 해도 너무 어려운데, 아이돌은 그 복잡한 춤을 어떻게 추면서 노래도 다 하는지. 제 춤은 퀄리티는 모르겠고요, 그냥 흥의 민족이라 이겁니다!

 

 

이 달의 질병: 원인 모를 피부발진

  주변 아무도 아프지 않은데 갑자기 목이 아프더니 혼자 인두염에 걸렸고, 인두염이 나았다 싶을 즈음에 갑자기 다리가 울퉁불퉁 올라오기 시작했다. 엄마와 이게 뭐냐며 대충 넘겼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못 봐줄 정도로 울퉁불퉁 발진이 올라오며 심각하게 가렵다 못해 따가웠다. 양쪽 다리가 퉁퉁 붓는 느낌으로 찌릿거리는데 더운 곳에 나가면 증상이 더 심해져서 참을 수가 없더라고. 누구보다 연가보상비를 아끼는 나지만 바로 연차를 갈기고 피부과로 달려갔다.

  팔까지 번지려는 사태에 한없이 당황한 나와는 달리 맨날 보는 증상을 보는 듯한 의사 선생님이 목 아프고 나면 요즘 이런 증상 생기는 분이 많다며 강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해 주었다. 이상한 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된 것은 아닐지 떨다가 너무 무심한 표정을 마주하니 오히려 안심이 됐다. 3일간 스테로이드 알약을 하루에 두 번 먹고 스테로이드 연고도 두 번 발랐더니 잘 가라앉았답니다. 여름마다 이러는 건 아닐지에 대한 걱정과 어쩐지 자꾸 몸이 여기저기 가려운 증상을 남겨두고 간 발진이여, 하나도 안 즐거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혹여나 미래의 나를 위한 구체적인 증상 기록:: 강도를 0~10으로 설명하면 / 증상이 시작되고 2~3일은 2-3-4로 천천히 오르다(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연고 하루 1번), 4일째는 갑자기 9-10 정도의 느낌(스테로이드 알약과 스테로이드 연고 하루 2번) / 4-5-6-7일 지나가며 10-8-6-4… 정도의 속도로 순차적으로 내려와서 / 8일째부터는 더운 곳에 노출되면 가렵지만 시원하면 견딜만한 정도로 한 3일 갔다(스테로이드 연고 하루 2번). / 처음 발진이 난 뒤 2주 정도 후에는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후유증인지 뭔지, 몸에 두드러기처럼 확 올라온 날이 이틀 정도 있었고(다행히 스테로이드 연고 두어 번 바르고 사라짐), 몸 여기저기가 자꾸 가려워서 새빨개질 때까지 긁는다. 보습을 위해 순한 로션을 잘 발라주는데도 그래서 괴로웁다.

진짜 너무 정말 괴로웠따 흑흑

 

이 달의 단장: 웨이브펌

  1년에 한 번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아래를 C컬로 볶고 온다. 나는 대충 그렇게 아는데 매년 만나는 미용사 선생님은 다르게 말할지도 모른다(선생님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단발로 잘라야 할 때가 왔는데 11월에 사진 촬영이 있어 머리를 자르지 않기로 했다. 산발인 채로 출근을 하던 어느 날, 이래서는 산적 같은 것이 영 못 봐주겠어서 펌을 하러 갔다. 어떤 펌을 원하시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으니 알아서 아무렇게나 해달라고 말씀드렸고요. 결과물은 역시나 마음에 든다. 머리를 할 때는 ‘마음대로 해주세요!’가 역시 최고인 걸로.

완성샷은 안찍지만 웃기는 샷은 못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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