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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6 TV에서 본 걸로 기억한다. 정확히 누구였는지, 어떤 단어를 써서 표현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연애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을 사귀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란 요지만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 전부를 만나는 일이다. 나는 저 이야기가 비단 연애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연애를 하면 좀 더 깊이 상대의 세계에 발을 들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만남은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라고 본다. 특히나 상대를 좋아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써 말이다- 되면 그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은 바로 급상승한다. 문제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주변의 말을 들어보면 아마 나이가 들 수록 더할 듯 싶다. 이 지점에서 나는 최근.. 2016. 6. 26.
혼자서도 잘 놀아요 되도록 칩거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늘을 보내는 현명한 방법입니다.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아도 당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오히려 작은 상처를 입게 된다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등 복잡한 일이 생겨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 행운의 시간은 오후 11시, 행운의 물건은 영화, 행운의 장소는 미술관, 행운의 색상은 다크그레이 입니다. 칩거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라기에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택했다. 시기상 나쁠 것이 없다. 나는 혼자서 생각을 좀 해야하고, 앞으로 혹시나 혼자 살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하고, 그렇든 저렇든 하지 말아야 할 생각들을 하는 나를 다독이고 앞을 보게 만들어야 하니까.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다. 친해지는 사람들에게 혹시나 다음주 .. 2016. 6. 24.
무료하다, 끈적인다, 잠이 오지 않는다 안개가 꼈다. 습도가 높다. 아주 더운 건 아닌데 되게 끈적인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습을 위해 에어컨을 켜고 싶은 날이다. 하루종일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무료하게 하루를 마감하긴 너무 아까워서 도서관에 가고 있다. 무료함이 넘쳐 흘렀다. 무료한 날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나 무료하다니 숨이 막혔다. 내가 이제까지 무료하지 않게 해준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치솟았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인 줄 알았는데, 역시 삶의 동력은 고통이다. 오늘 앉았던 자리가 나를 더욱 답답하게 했다. 다시 원래의 내 자리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자리도 내게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더라. 괴로워하는 나를 보고 한 언니가 자신의 원고를 내어주었다.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와서 보여준 것인지 그.. 2016. 6. 23.
[Book Review]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THE KIND WORTH KILLING(예쁜 표지가 나오길!) 푸른숲 서평단에 당첨됐다! 두 번째 가제본이다(첫 번째는 아작의 양목에 방울달기(http://eybaek.tistory.com/307)였지용). 이 하얀 책들을 앞으로 볼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문득 생각했다. 자주 볼 수 있을까? 장마다 번갈아 화자를 바꿔가며 진행되는 추리 소설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라는 말은 전적으로 여주인공의 시선에서 나오는 말이다. 화자가 바뀐다고 해도 어쨌든 주인공이 있기 때문에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피해자들은 어쩐지 정말 죽여 마땅한 것 같기도 하고, 죽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사실 죽어(나아가 살인당해) '마땅한' 이들은 없는 건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투로 .. 2016. 6. 23.
[Book Review] 나쁜 뉴스의 나라 - 조윤호 당신에게 뉴스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신문사 데스크가 선택해 지면에 올려 준 사실만이 '뉴스'라 일컬어졌다면 이제 뉴스는 포털과 페이스북과 메신저에 회자되는 모든 사건을 가리킨다. 채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현대 언론은 극심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그 속에서 소비자에게 뉴스는 점차 다른 의미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은 다채널의 시대다. 채널의 이해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면서 채널의 의도를 간파해내기 쉬워졌다는 장점과 중요한 의도를 가리는 쓰레기 같은 뉴스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양산되고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동시에 가진 시대다. 당신이 어떤 눈을 가졌느냐에 따라 의도가 뚜렷이 보이기도 하고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하는, 그런 시대다. 이 책은 언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그 속에서 언론이 어째서 .. 2016. 6. 21.
[Book Review]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서는 1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추천합니다. 어둠의 저편을 읽었는데 이게 뭔가 싶었지만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 같아 참고 1Q84를 읽었는데 또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해제 책을 읽었음에도 이해할 수가 없기에 그 이후에는 하루키를 읽으려고 시도하지 않았어요. 네, 저는 하루키 소설이랑 잘 맞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좋아요. 여기까지가 자기고백. 하루키 싫어!라고 외치고 다녔지만 이 책은 참 재미나게 읽어서 다시 한 번 하루키의 소설을 시도해봐야 하나 싶다. 노르웨이의 숲이나 해변의 카프카나 시도를 하기는 해야 하는가! 오랜시간 어느 한 직업에서 인정받는 이라면 그 사람의 직업관은 '항상'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받는 하루키의 .. 2016. 6. 20.
나한테만 집중하기 다른건 신경쓰지 말고 생각도 멈추고 내가 어땠었는지 나만 나만 기억해내기 내일 할 일 ------------------------------------- 고속버스를 타서 휴게소에 내려 호두과자를 사고 그걸 뒷자리 사람들한테 드시겠냐고 어색더색 권하는 앞 사람이 참 귀엽다:D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하루에 행복한 순간 하나쯤은 꼭 있다고 오늘도 좋은 순간 하나 주웠다! 2016. 6. 16.
2016년 6월 15일 오전 9시 48분에 저장하는 글입니다. 뜻밖의 곳에서 위로가 온다 균형을 잡으면 괜찮아 자세히 보면 힘든 것도 없다 나도 사람들한테 잘 해줘야지 나는 진짜 성선설을 믿는다 이 날도 잊지 말아야 할 날로 기억하려고 기록해 둔다 고맙다 난 괜찮다 균형은 쉽다 2016. 6. 15.
[Book Review]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6)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처음 읽어 본다. 수상작품집은 커녕 국내 소설 자체를 많이 읽지 않는다. 대학에 갓 들어갔을 무렵 소설의 배경이 한국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국내 소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새내기는 세상이 찬란해 보이길 바라는데 소설 속 현실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내 꿈을 깨는 이야기들이 싫었던 거다. 오래간만에 한국 소설을 읽으면서 몇 년 사이에 내가 변했다는 걸 느꼈다. 현실적이어서 좋다 생각하는 내가 낯설었는데 어쨌거나 소설은 재미있었다. 이제 찬란한 세상을 꿈꾸는 나이가 지나갔나보다. 꿈꾸는 내가 사라진 건 좀 아쉽지만 즐겁게 읽을 새로운 분야의 책을 찾아낸 건 좋은 일이다. 그렇게 정리하지 뭐. 7편의 단편이 있지만 나는 그 중에서 한 편만 언급하려고 한다. 이야기를 꼽은 기준 따위는 .. 2016. 6. 14.
[Book Review] 양 목에 방울달기 - 코니 윌리스 혼돈, 열쇠는 방울양! 인생에 가제본을 받아본 건 처음이야! 우연찮게 대한지적단을 신청했는데 당첨이 됐다. 출간 전에 책을 읽어볼 수 있는 건 정말 진기한 경험이라 신나서 읽었다. 심지어 재밌기까지 해! 드디어 발매된 이 책에 대해 나는 아주 기꺼운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여러분, 이 책 재밌어요!! 코니 윌리스의 책은 아작에서 세 권이나 출간했다는구만(이란 말로 출판사 독자단으로써의 의무를 마감한다ㅋㅋㅋ). 난 이 책이 진짜 마음에 들어서 화재감시원도 찾아볼 참이다. 학문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집합소(집합 회사? 솔직히 이런 회사가 실재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과학에 대해 아는 게 1도 없어) 하이텍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유행의 기원에 대해서 연구한다. 하지만 유행의 연원을 찾아내는 것이 어디 쉬운가. 저.. 2016. 6. 14.
[Book Review] 장정일, 작가 - 장정일 장정일과 43개의 자화상 ‘장정일, 작가’는 장정일의 서평을 읽은 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문화연구자 이원석에서 역사학자 하영휘까지 43인과 함께한 인터뷰를 묶어놓은 이 책은 장정일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또한 장정일 그 자신의 이야기기도 하다. “저자들은 내 서평을 완성시켜 주기 위해 ‘동원’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할 만큼 이 책은 그의 생각이 인터뷰이의 대답만큼이나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문화계 43인을 소개하는 역할에 절대 소홀하지 않다. 장정일은 독자를 대신해 인터뷰이를 끈질기게 읽어냈고, 덕분에 읽는 이는 장정일이 아닌 인터뷰이의 이름을 듣고 책을 펼쳐 들고도 그들과의 밀도 높은 만남에 크게 만족할 수 있다. 장정일을 잘 알지 못한다면 관심이 가는 인물의 인터뷰부터 살펴.. 2016. 6. 10.
[Book Review]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아냐, 이제는 필요 없어."사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권하는 것을 거절한 것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 실격의 순진한 요조를 보노라면 묘한 공감과 짜증이 동시에 일어난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마음에 항상 예민하게 반응하는 요조는 보통은 무던하게 넘어갈 일도 그저 넘기지 못한다. 그 와중에 거절도 못하고 다정하기도 해서 여자를 한없이 끌어당기고 있다. 하얀 백지가 잘 어울리는 요조는 사실 세상에 상처입은 순수한 영혼 그 자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오는 물음으로 읽어야 한다. 당신의 내면에는 숨겨진 요조가 없느냐고. 솔직히 이건 네 모습이지 않느냐고. 나는 인간 실격을 쓴 작가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이 어렵다. 요조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 2016.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