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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8. 조용한 일상을 사랑하는 I에게 코로나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 못해 5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초유의 명령까지 내려온 지금, 코로나의 장점이란 말을 쓰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도 늘 필요한 법이니까. 코로나가 시작된 후 I인 내가 편해진 점을 적어보려 한다. 사람들과 왁자하게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인의 성향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종종 집에 빨리 가고 싶어하는 내향인의 성향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설명을 요구한다. 몇 달 전 남인숙 작가의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했던 구절이 있다. 외향인에게는 설명을 요구하지 않지만 내향인은 늘 설명을 해야 한다고.즐거워도 9시쯤이면 집에 가고 싶을 수 있지 않나? 아무리 아껴도 너무 자주 만나고 싶지는 않지 않나? 나는 늘 내가 운동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약해서 모임을.. 2020. 12. 29.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에 맞이한 변화와 성과 2020의 변화1. 1미터짜리 옷장 두 개가 10년 전 이사 올 때부터 방에 있었는데 그중 한 개를 다른 방으로 옮겼다. 그만큼의 짐도 치워냈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며 책상도 서랍도 많이 비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옷장이다. 덕분에 방이 넓어져 스트레칭할 때마다 행복하다. 2.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직급 이름이 바뀌었다. 지난번 직장 동기가 승진할 시기에는 나도 옮기지 않았더라면 변했을까 상상하며 이직하지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봤다(승진을 위해 이직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결론만 나왔지만). 어찌어찌 버텨내니 직급이 달라졌고 아마도 이 직급으로 몇 년쯤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무엇인가를 해서 바뀌었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이 가서 바뀐 것이기에 마음이 많이 동하지는 않는 변화. 3. 네가 .. 2020. 12. 23.
[2021 새해를 맞이하며] 2021 어떻게 살까 2021년을 올해보다 밀도 있게 보내기 위해서 마인드맵을 그렸다. 2020년에 얻은 가장 좋은 깨달음은 '천재성보다는 20년을 버텨내는 꾸준함이 재능'이라는 것. 나를 지켜주는 힘은 결국 단단한 매일임을 느끼고 특별한 일 없는 하루도 즐겁게 보내려 노력한 해였다. 처음 하다 보니 좌충우돌 쉽진 않았지만. 성시경이 예능 ‘온앤오프’에서 지금은 ‘그걸 왜 해?’라는 질문이 필요 없는, 모두가 각자 무엇인가를 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는 말을 했다.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한 시기. 텅 빈 매일 무엇을 할까 고민하면서 평범한 매일의 소중함을 느낀 게 어쩌면 2020년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면 돌아오는 24시간을 계속 맞이하면서 나는 마냥 똑같아 보이는 매일을 성실히 보내고 문득 뒤를 돌아.. 2020. 12. 18.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 올해의 OOO을 써보자! 1. 올해의 사건 코로나19를 일단 꼽아본다. 판데믹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많은 분이 수고해주신 덕에 그래도 안전하게 살았지. 온갖 야외 활동을 모두 놓고 남은 게 없어서 우울하기도 했지만 고작 우울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다. 코로나와 새 시대에 잘 적응하기 위해 1년 내내 고군분투했다. 코로나 외의 사건을 꼽자면 평생 기억에 남을 한라산 등반도 있다. 굳이 '평생'이라 하는 것은 살면서 또 올라갈 확률이 높아보이진 않아서. 그외에 회사에서 처음으로 승진을 해봤고, P2P 투자 실패로 조금의 돈을 날리기도 했다. 명품가방을 사볼까 했는데 나에게 내리는 벌로 가방을 포기했다. 아깝다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는 돈이라 다행이고 가방이야 어쩔 수 없지. 사는게 그렇지 뭐! 2. 올해의 어플.. 2020. 12. 18.
2020.12.12. - 13. 거대한 수성의 대사가 있는 곳 너와 긴 데이트를 했다. 평소에 겨우 10시간 남짓 만나고 헤어진다면 이번에는 무려 36시간을 함께했다. 10시간을 함께 있으나 36시간을 함께 있으나 같이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복만 3.6배쯤 더 커졌다. 조리가 가능한 숙소를 잡아서 신나게 장을 봤다. 뭐 별로 사지도 않았는데 10만 원이 금방 나왔다. 넷플릭스를 보며 밥을 먹으려고 프런트에서 HDMI 케이블도 빌렸는데 와서 보니 내 노트북 잭과 맞지 않았다. 노트북으로 보자 싶었는데 그마저도 와이파이 보안이 어쩐다며 넷플릭스 자체가 차단돼서 결국 꺼졌다. 혼자였다면 시무룩했을텐데 너와 있으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먹기나 하자! 부칠 줄 모르는 전을 부치고, 후라이팬을 열심히 긁고, 처음 써보는 오븐을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이제와 생.. 2020. 12. 14.
당근마켓으로 꺼내보는 수능 이야기 정말로 원하면 죽을 생각으로 해봐야지 당근마켓을 거의 하지 않지만 계정을 폭파하지는 않아서 일단 올려두고 몇 달이 지나건 세월아 네월아 놔두는 물건이 몇 개 있다. 눈에 띄어서 갑자기 사는 게 아니라 혹시 있을까 찾아볼만한 것들. 예를 들어 만년필 잉크나 독립출판물이 그런데, 코로나로 반값택배 거래만 하겠다는 오래된 글을 굳이 눌러 채팅을 건 상대방은 평균 이상으로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가격을 깎지도 않는다. 지난 달 그런 거래 중 하나를 했다. 젊은 여자인 듯 느껴지는 상대방은 유난히도 부드러워서 기분은 좋았지만 어쩐지 험난한 세상인데 걱정이 됐다. 이렇게 착하게 말하다가 나쁜 상대를 만나면 마음이 상할 텐데. 나는 괜한 오지랖을 털어내며 열심히 물건을 팔았고, 거래 후기가 오거나 말거나 이내 잊어버.. 2020.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