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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9

[Book Review] 한국이 낯설어질 때 서점에 갑니다 - 김주성 북한 사람이 바라보는 한국은 어떤지 궁금해서 집어든 책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를 짚어주려나.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고민하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의 기준은 뭘까. 저자는 경상도 출신의 조부모님과 함께 일본에서 살다가 10대 시절 조부모님을 따라 북한으로 갔다. 북한에서는 교사도 하고 작가도 했다. 정확한 계기는 알 수 없지만 200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에서 새터민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작가였던 이력을 살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과 한국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버무려 신문에 칼럼을 썼다. 이 책은 그 칼럼을 엮어 만들었다. 이 책은 매 꼭지의 책을 미리 읽어봤거나 내용을 알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페이지를 넘겨 책 제목을 발견하면 '오, 이 책은 어떻게 .. 2021. 1. 29.
[Book Review]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경제 공부를 하며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순환 주기가 있음을 배운다. 금값이 오르는구나, 원유가 떨어졌네, 주식이 급등하네, 채권이 비싸지네.. 비단 금융만 순환하는 것은 아닌지 고등학생 때 유명했던 '아침형 인간'이 다시 각광받는 현상을 본다. 진지한 것은 모두 오그라든다며 비웃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쿨하기 위해 안달이 났던 시절.(10여 년 전 지디가 오글거린다는 말을 귀엽게 해서 리포터가 꺄아악 좋아한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난다. 어느 학생복 CF 촬영 현장으로 기억하는데, 오글거린다는 말이 막 유행하던 시기라 '저 말 심지어 지디도 쓰네, 진짜 대세인가 봐'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유노윤호의 열정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무대에 절실한 무명 가수의 노력을 발견하고, 진지하다 놀림.. 2021. 1. 26.
2021.1.24. 보풀이 나풀나풀 보풀제거기를 샀다. 처음 산 보풀제거기는 아니다. 생활잡화점에 갔다 충동적으로 산 보풀제거기는 단 한 번 작동시켜보고 내내 방치하다 버렸다. 보풀제거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었지만 샀다. 디에디트의 어느 리뷰가 너무 믿음직해서 신뢰가 하늘 끝에 닿은 덕이다. 마침 보풀이 빼곡한 니트가 두 벌이나 있었고. 다양한 옷을 입진 않아도 가진 옷을 잘 손질해서 입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문제는 내가 니트를 참 좋아하면서도 손질하는 방법은 몰랐다는 거. 보풀이 일어나면 어떻게든 견디다가 끝내 참지 못하면 버렸다. 옷을 버릴 때면 죄책감이 밀려왔다. 모든 니트가 보풀 때문에 버려지리란 결말을 알고 있으니 니트를 입는 행위 자체가 죄였다. 기호와 신념 사이의 이 거리감! 그랬던 제가 아이프리 FX200을.. 2021. 1. 25.
[Movie Review] 도시인처럼(Pretend It's a City) 영화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는 내가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 때문이었다. 영민한 봉준호 감독이 그를 치켜세운 덕에 거장은 눈물을 글썽였고 미국인은 봉 감독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고. 영화에 우매한 나만 '아, 마틴 스콜세이지라는 사람이 유명한 사람이로구먼' 하고 넘어갔다. 이동진이 언급했던 이름 같기도 하네(안 했을 리 없지). 그런 그가 어느 여자 작가와 넷플릭스에서 다큐 시리즈를 찍었다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넷플릭스 다큐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감독까지 흥미롭다니. 다큐 내내 스콜세이지 감독은 오로지 웃는 진행자 역할이었지만 이만큼 개성적인 작가와 잘 지내는 사이라면 영화도 볼만할 성 싶겠다는 느낌이었다(거장이라는데 오만한 말인 듯 하지만 현재 나.. 2021. 1. 21.
[Book Review] 아무튼, 떡볶이 - 요조 '아무튼, 떡볶이'는 저자 요조가 어느 방송에서 말한 일화 덕에 처음 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기가 이 책에 '떡정'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모두가 아는 단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강연에서 뜻을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고. 북토크에서 모두가 진지하게 떡정의 뜻을 듣는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지만 이해는 간다. 나도 떡정이라는 단어를 안지 몇 년 되지 않았다(미운 정 고운 정은 알지만 떡정이라니). 대신 나는 '붕가붕가'라는 단어를 스무 살에 배웠는데, 그 뜻을 모른 채 홍대 골목에서 붕가붕가!!!라고 크게 외쳐 대낮부터 친구를 몹시 당황하게 만든 기억이 있다.* *당시에 나와 친구는 언니네 이발관이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이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붕가붕가라는 이름이 '붕'이 들어가 귀엽다며 붕가붕가.. 2021. 1. 19.
五感 part.2 - 시각 합정에서 출판 학교를 다니던 2016년, 상상마당에서 장 자크 쌍뻬의 원화전이 열렸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원화전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러 갈 수 있다니! 평일 오전에 느긋하게 보러 간 전시는 지금까지 본 전시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공간 전체를 혼자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쌍뻬의 그림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둥둥 유영하듯 구경을 했다. 도저히 그냥 나올 수 없었던 나는 어디에 붙여야 할지도 모른 채 A2 사이즈의 큰 포스터를 샀다. 쌍뻬 특유의 묘한 여유가 좋아서 산 그림이었다. 혹시나 구겨질까 하루종일 부둥켜안고 보호하며 집에 들고 갔지. 이 그림은 전주에서도 서울에서도 수많은 인테리어 소품 중 가장 아끼는 물건이 되었다. 벽 중앙에 붙이고 매일 쳐다봤는데, 그림에서는 언제나 여름밤의 냄.. 2021. 1. 18.
2021.1.14. 첫 부서라는 장(章)을 마무리하며 1월 1일을 기준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마음의 준비를 했던 터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첫 부서를 떠나자니 회사 생활의 한 장(章)을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 새 부서에서 근무한 지도 2주, 기억이 다 지워지기 전에 첫 부서에서 배운 점을 정리하려 한다. 1. 연구지원 관련 지식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부서였다. 전공 수업 시간에나 들어봤던 인용색인이니 뭐니 하는 개념을 열심히 외웠다. 덕분에 1년이 지나고부터는 꽤 능숙하게 전화를 받고 교육을 했지. 대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도 자료 찾는 법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기도 했다(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구글이냐고!). 이제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 자료를 얻으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검색의 시작점 정도는 잘 안다. 직접 구성한 해외의 선행 연.. 2021. 1. 14.
2021.1.13. 팡팡 파라파라 팡팡팡 지난달에는 역대급으로 적은 용돈을 썼다. 소비를 줄이려는 마음과 코로나 거리두기가 대단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송년 모임은커녕 일상적인 점심 약속도 줄어들어 대체 돈을 쓸 곳이 없었다. 참으려 애쓰지 않았는데 자연스레 줄은 덕에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기쁨이 충만하고 마음이 풍요로웠다. 그러다 문득 컨셉진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매일 하나의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의 지금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합니다.' 대학생때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20쪽가량의 과제로 제출한 적이 있었다. 몇 년에 한 번 그 과제를 읽어보곤 하는데, 그 시절 생각도 나고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잘 느껴져서 읽을 때마다 재밌다. 그런 과제와 비슷한 이 프로젝트를 12월에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지. 20대의 마무리로 시.. 2021. 1. 13.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년 월별 정리 20대를 돌아보면 매년 키워드나 성취한 일이 생각나곤 하는데, 대체 2020년은 딱 떠오르는 게 없다(코로나는 나만의 키워드가 아니라서 제외한다). 아무 성장도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썼던 한 해라고 해야 할까. 그만하면 이 힘든 시기에 성공인지도 모른다. 1월 어느 날 일어났는데 배 아래쪽이 너무 아파 식은땀이 났다. 처음 아파보는 부위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기에 자궁이 있겠더라고. 주변에 수소문을 해보고 산부인과에 갔는데 자궁에 혹이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위험해 보이지 않는 데다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구만리로 떠났지. 세상에,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구나. 너무도 당연한 일을 겪고 깜짝 놀라 건강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 2021.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