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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5

2022.2.24. 만 30살의 생일이 지나 이제는 뒷구르기 하도 봐도 30대인 사람이 됐다.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카카오톡의 생일 알림을 꺼두었더니 남자친구를 제외하고 친구 딱 한 명이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사랑스러운 짜식. 카카오톡이 생기기 전부터 친구였으니 우린 참 오래도 만났다(이번 주 일요일에도 만날 예정이다). 청년희망적금 가입 연령으로 보건대 나라는 나를 아직 청년으로 봐주는 듯 하지만 남보다 마음이 빨리 늙어버리는 애늙은이 인생 30년차인 만큼 이제 나를 중년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중년이 되었으니 중년에 걸맞은 태도와 마음가짐을 지녀야지. 팔자주름이 깊어지는 것을 기념하여 얼굴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는 데다 심술궂은 마음이 들 때면 팔자주름이 깊어지는 걸 알고 있으니 나를 위해서라도 마음보를 곱게 .. 2022. 2. 24.
내게 책의 의미를 돌아보자면 좋아하면서 지겨워하면서 책을 계속 읽는다. 책이 가득찬 곳에 굳이 일하러 왔다. 이번 주말에도 책에 취해 기분이 좋았다. 책은 뭘까 고민하다 4가지로 책을 분류해보았다. 첫 번째, 무심코 펼쳐든 책인데 마침 딱 필요했던 문장이 있는 경우. 그냥 읽은 책인데 고민의 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상황과 너무 맞춤해서 어쩌다 이런 문장이 내게 왔나 싶다. 책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순간인데, 나는 우연히 심보선 작가의 시를 읽고 숨이 멎었다. 책은 이제 내게 구원이 됐다. 종종 수호천사가 오기를 기다린다. 나는 또 상상한다. 나의 수호천사가 세상의 모든 책들을 미리 읽어 놓고 나의 오만과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우연을 가장하여 내 발치에 그때그때 적절한 책들을 떨어뜨려준다고. 마치 혀가 없는 것처럼, 심보선.. 2022. 2. 23.
2022.2.19. 코맹맹이지 하품쟁이는 아니라구! 무엇을 써서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는 한 주. 코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코로나 검사를 두 번이나 했지만 모두 음성이 나왔다. 차라리 코로나여서 일주일간 쉬기를 바랄 만큼 몸이 피곤했는데, 주말이 되니 이러구러 견딜 정도로 나았다. 감기를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았고, 그만큼 생각할 시간을 잃었고, 그리하여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게 이번 주의 결론. 왕양의 '환율전쟁'을 흥미롭게 읽었다. 새삼 중국 저자의 책을 거의 안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는 의도적으로라도 좀 읽어볼까 싶다. 1인 문구 사장의 포장 브이로그를 열심히 본다. 1인 판매를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문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류나 옷 쇼핑몰도 많고, 20대 초반이나 10대도 많아서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다. 김미경의 '세븐 .. 2022. 2. 19.
2022.2.11. 물고기는 인간이 만든 언어일 뿐 회사는 굴러가고 자잘한 일은 계속 있다. 내 자리가 어디쯤인지 고민한 한 주. 1. 실 내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한 명은 알고 있었는데 한 명은 뜻밖이었다. 상사는 발령 3주 전 모두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다. 당연히 갈 사람의 마음이 떠났지. 그들의 잦은 연가 사이에서 나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하루쯤은 쉬어야겠다 싶었다. 부서의 변화를 보며 내 자리를 되돌아보았다. 사회생활을 한 지도 벌써 햇수로 7년 째니 진급이 빠른 회사라면 과장도 무리 없을 연차다. 사실 작년 초 부서 이동 때만 해도 '무엇이든 열심히 배워야지!' 식의 신입 마인드였는데, 1년이 지나고 이제는 정말 신입이 아님을 실감한다.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상사의 결정은 나와 다른 이가 1인분 이상의 몫을 하겠다고 예상했기 때문일 터. .. 2022. 2. 11.
2022.2.2. 연휴 동안 읽고 봤다 연휴가 다 지났다. 이번 연휴에는 읽고 있던 마크 스트랜드의 '빈방의 빛'을 끝내고 이 책을 번역한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었다. 내가 겪은 뉴욕은 자본주의였는데 박상미가 사는 뉴욕은 예술이라 부러워 질투가 났다. 한 달간 뉴욕에 머물렀을 때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썼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글쎄,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박상미 작가는 요즘도 뉴욕에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의 이야기가 좋아서 도시 기획을 이야기하는 이원제의 '도시를 바꾸는 공간 기획'도 읽었다. 휴먼 스케일에 맞는 도시를 가꾸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늘 좋아하지만 이 책이 너무 좋아서 방방 뛰지는 않았다. 그냥 이런 곳들이 있다며 담담한 나를 보며 코로나가 나를 많이 바꿔 놓았다고 느.. 2022.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