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혼자서 타지에서 살아남기

푸휴푸퓨 2014. 3. 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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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나를 믿어주시지만 동시에 마냥 나를 어린애처럼 생각하시는 부모님께 드디어 인정받았다

 

처음 와서 집과 학원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할 때 친구가 통화하면서 그랬다

너 지금 잘 해야 하는 거라고, 여기서 투덜거리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넌 부모님한테 계속 응석받이 어린애가 된다고

잘 이겨내고 가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지 안그러면 앞으로 하는 모든 일에 부모님이 권하는 걸 거역하기 힘들거라고

그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꼭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에게 이건 내 권리이니 고쳐달라고 항의하는 류의 일은 내가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못하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것 자체가 나는 너무 힘들다

그런 내가 생전 처음으로 부동산에 가서 집을 구한다고 말하고, 내 조건을 내세우고, 영어로 계약을 했다

그리고는 학원에 가서 내 불만을 토로하고 원하는 걸 요구했다

 

그 과정들이 정말 쉽지 않았다

갑자기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해서 더듬더듬 관공서까지 찾아가서 물어보고 따지고

집세가 너무 높으니 그가격엔 안되겠다고 말해서 집값을 깎고

네이티브에겐 초등학생 수준의 언어로 지금 당장 내 요구를 들어달라고 말하는 거

한국에서 어른의 언어로도 하지 못하는 일을 그걸 이루어내지 못하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밤마다 용기내자는 결심을 하고 또 했다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정말 주먹 꽉 쥐고 툭 치면 소리지를 수 있을 마음으로 이야기하자

할 수 있다, 못할 것 없다, 사람들 다 그러면서 사는거다

 

내가 이런 온갖 멘붕을 겪고 괴로워하고 용기가 필요하다며 동동거리는 과정을 전부 메일로 받으신 부모님이

이제 난 행복하다고 문제들이 제법 다 해결되었다고 말하자

드디어 이제 너를 인정해 줄 만한 때가 온 것 같다는 회신을 보내셨다

 

처음 이곳에 올 때 다이어리에 다짐을 적었었다

외국인이 이야기하면 절대 주눅들지 말고, 끝까지 눈을 보고 이야기하자

지금 보면 이런 소심한 다짐이 있나 싶은데 올 때는 공항에서 벌벌 떨었을 정도니까 정말 간절한 마음이었다

 

3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게 참 신기하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거, 사실 굉장히 유치한 결심인데, 근데 꽤 잘 선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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