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22.5.6. 이만하면 행복한데! 맘에 드는데!

푸휴푸퓨 2022. 5. 6. 18:30
728x90
반응형

1.

  언니와 옷장을 털었다. 계절에 맞는 옷을 꺼내면서 입지 않을 옷을 정리했다. 처분될 여러 벌 중 엄마가 사주어 입기는 입었지만 허리 아래의 핏이 예쁘지 않았다는 옷을 가져왔다. 허리 선을 자르면 썩 괜찮은 블라우스가 되겠는데. 일요일에 재봉틀이며 다리미며 방에다 늘어놓고 열심히 작업했다. 쉬운 직선 박기지만 땀을 뻘뻘 흘렸고, 두 시간의 사투 끝에 흐린 눈을 하고 보면 귀여운 블라우스가 완성됐다(엄마가 궁금해했지만 자세히 보는 행위는 금지했다). 뿌듯하면서도 올라오는 질문. 이깟 옷 하나 버리지 않는다고 큰 차이가 있을까? 회의적인 마음을 누르며 치마 부분 천을 버렸다.

  월요일에 사무실 간식을 구입했는데 맥심 모카골드 박스 손잡이가 무려 종이로 제작되어 있었다. 종이라니, 종이라니! 작지만 심각하게 마음에 드는 변화여서 마음이 설렜다. 기업이 변화를 보여주면 마음이 요동친다. 그래. 이깟 변화가 아니라 이제 시작인 거야! 풀죽었던 마음에 맥심이 봄바람을 불어넣었다. 열심히 해야지. 나는 작지만 움직여줄 상대는 크니까.

좋은건 오두방정을 떨어줘야한다 이말이에요!

 

2.

  금리가 오르고 미국 주식 시장은 맥을 못춘다. 작지만 소중한 내 주식도 맥을 못 춘다. 이게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애매할 땐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애매하다 후회할까 발을 들인 내 잘못이다. 손해가 나는 만큼 열심히 아끼는 수밖에. 백 재판장은 백 피고인에게 당분간 홀로 먹는 점심에 돈을 쓰지 않는 형벌을 내리기로 했다. 땅땅땅.

 

3.

  닥터 스트레인지 분장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찰떡이라는 글을 보고 마음 깊이 동감했던 적이 있다. 염소수염은 긴 얼굴과 턱을 보완해주고, 희끗한 옆머리의 헤어스타일은 좁은 얼굴을 넓혀주고 이마라인을 멋져 보이게 한다고. 핏이 멋진 슈트와 망토는 어떻고. 보기에 즐거운 히어로를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닥터 스트레인지를 꼽는다.

스칼렛 위치랑 닥터 스트레인지랑 둘다 비주얼은 인정인데..

  그러니 이번 영화를 얼마나 기대하며 보러 갔겠나. 스릴러 풍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닥스라면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내게 마블 세계관은 그들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너무 커져서 철학을 파다 못해 사변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준다. 애초에 멀티버스 세계관을 내가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세계가 여러 개면 결국 뭔들 노력해도 상관 없어져버리지 않는가. 다른 답이 세상에 너무 많은데.). 나와서도 한참을 툴툴댔다. 화려한 장면 때문에 머리만 지끈거렸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후 이렇게 북적거리는 영화관은 처음이라 좋았다. 마음 편히 팝콘과 콜라를 먹는 인파 안에서 커피를 마시니 행복했다. 기대되는 영화에 달달한 팝콘 냄새,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 더 필요한 게 없는 시간이니까. 사람이 많은 걸 싫어하는 나지만 사람에게서 좋은 기운을 얻는다는 게 무엇인지 어제는 잘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일상의 한 쪽.

 

4.

  남자친구는 함께 시간을 보내면 무엇이든 좋다고만 하고 특별히 꼭 하고 싶어하는 게 없다. 그러니 어쩌겠어. 내가 하고싶은 걸 해야지! 영화네 뭐네 하루종일 남자친구를 끌고다녔다. 번화가에 나가니 새삼 즐겁더라고? 북적이는 곳을 선호하지 않는 우리지만 나는 오래간만에 신이 나 문제가 없었는데, 남자친구는 저녁이 되니 체력이 쏙 빠졌다.

  카페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둘레길은 잘 가면서 쇼핑에는 체력이 형편없구먼. 이 친구는 항상 불만 없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모든 걸 함께 해준다. 고맙다고용! 계속 같이 가달라고용! (불만이 있으면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고용!)

도화어파트먼트 바질크런치베이글 짱!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