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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불안을 다스리기

푸휴푸퓨 2022. 11. 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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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 블로그를 열었으니 기존의 블로그는 외면하려고 했다. 긴 글 쓰기도 지루하고 블로그는 무겁기만 해. 오랫동안 쌓아둔 생각이 잡동사니처럼 느껴졌다. 가볍게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2주가 지난 지금, 상큼하게 기존의 것도 새로운 것도 방치하고 있다. 이럴 땐 시간이 잘 가.

  이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던 중 자주 가는 카페에서 책 쓰기 클래스를 연다고 했다. 언제 무슨 책을 써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발 한쪽은 담그고 싶었다. 선뜻 클래스에 들어갔다. 강의를 듣고 나면 마음이 정리될까? 독립출판 클래스 같은 걸 들어보고 싶었는데 몇 년간 마음만 있었다. 한 발자국 앞으로 간 거라 치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첨삭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과도한 명사화, ~것, 이유 없는 부사, 동어 반복이 가득한 글이었다. 글을 짧게 치면서 군더더기를 없애라는 조언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 내 첨삭이 잘 되었는지와 관계없이 군더더기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다(기에는 첨삭 결과도 내 눈에는 괜찮았다).

 

Image by Engin Akyurt from Pixabay

 

  정신 차리고 원래 하던 대로 일주일에 한 번 기록을 이어가기로 했다. 파던 땅이나 계속 파야지 옆 구덩이를 기웃거리지 말자. 늘 읽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터뷰에 나를 응원하는 구절이 나왔다. 가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꾸준하게. 오로지 나를 위해서.

Q. 투자의 세계에선 ‘그냥 계속 사라’가, 유튜브 세계에선 ‘그냥 계속 올려라’가, 콘텐츠 업계에선 ‘그냥, 계속, 써라’ 가장 강력한 메시지인 듯합니다. 축적의 힘을 믿고, 시간의 진화를 믿고 ‘실행하라’는 것이 포스트모던 사회의 해법일까요?
A. 대체로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에 해롭거나 반생산적인 일을 ‘그냥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일이라면, ‘그냥 계속하는 태도’는 어디서든 장기적으로 훌륭한 결과를 낳습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미국의 데이터 과학자 닉 매기울리의 인터뷰 中

 

2.

  ‘나는 솔로’를 보면서 여유있는 사람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유가 있으면 매너가 있고 품위가 있다. 연애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여유가 필요하다.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 나이가 들면 여유도 함께 커진다고 들었지만 나는 꼭 그렇지도 않아서, 해가 갈수록 진실한 여유의 마음은 그대로고 여유에 집착만 커져서 갖은 애를 써가며 여유 있는 척을 한다. 그 척을 들키느냐 마느냐의 문제일까?

  나이에 맞는 능숙함과 여유를 갖추려면 쉼 없이 단련해야 한다. 불안이 깃들기 쉬운 마음을 갖고 있어서 작은 단위로 나눈 시간조차 통제해야 마음이 편하다. 불안은 욕망과 연결된다. 나를 어떻게 하면 내려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아직 방법을 모르겠다. 이 정도 욕망조차 가지면 안 되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이 정도’가 욕심 그 자체임을 알면서도.

 

3.

  언니의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수백회로 터지는데 내 영상은 아직 수십 회에 머물러 있다. 이 차이를 어쩌면 좋아. 요즘 누가 책 읽냐고! (그건 바로 나) 내 영상은 책만 몇 권씩 나오는 터라 타개책이 절실하다. 어떻게 해야 백 명의 시선을 가져올 수 있을지 막막한 마음.

괜찮으시다면 한 번 봐 주시겠어요?

 

  김겨울이 며칠 전 올린 책 영상 조회수를 겨울레코드의 영상 조회수가 단 몇 시간 만에 뛰어넘는 현상을 보고 나는 더 안 되겠구나 싶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배운 게 책 읽기뿐인 사서는 웁니다 울어. 뭘 어찌해야 할지 아직은 길을 모르겠다. 피드백을 구할 곳도 없어서 일단 눈먼 채로 덤불숲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절벽 끝이건 대로건 어디로든 닿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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