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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슈테판 클라인

by 푸휴푸퓨 201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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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책은 정말이지 읽지 않는 나지만 항상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정말이다!). 과학에 접근하기가 어렵거들랑 넓고 자주 변하지 않는 주제인 우주부터 읽으라는 추천을 책에서 접하고 감탄하던 중 마침 딱 맞는 책을 찾았다. 취향이 좋은 언니가 추천해 준 책,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이다.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독일의 과학칼럼니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자기 마음대로' 고른 13명의 인물과 인터뷰 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과학자 한 명 한 명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데 때로는 공감이, 때로는 팬심이 돋기 시작했고 때로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과학이 위험해 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과학과 나의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 막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정말로!! 권한다. 아래는 몇 군데 내가 좋았던 부분을 추려 둔다.  


라가벤드라 가닥카: 동물은 지금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동물을 끊임없이 깎아내리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동물로부터 격리시킨 것과 동전의 양면 관계예요. 현대사회에서 동물은 우리에게 아주 낯선 존재가 되었어요. 얼마나 많은 종들이 다양한 개별 분야에서 인간보다 우월한지를 우리는 잊어버렸습니다.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잃은 거죠.


마틴 리스: 과학자는 색다른 관점을 제공합니다. 예컨대 저는 천체 물리학자로서 아주 긴 세월을 돌아보거나 내다보는 일에 익숙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는 서기 2050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이 먼 미래에요. 반면에 저는 우리가 40억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늘 의식합니다. 또 지구의 미래가 최소한 40억 년만큼 남아 있다는 점도요. 우리 다음에 또 얼마나 많은 세대가 지구에 거주할 수 있는지를 늘 염두에 둔다면, 현재의 많은 문제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겁니다. 현재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테니, 굉장히 신중해 질 거예요.


  내가 원하는 과학은 자연, 우주와 인간과의 관계를 좀 더 부드럽고 너그럽게 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이다. 이 두 명의 이야기를 보고 내가 얼마나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는지 알겠지? 반면에 크레이그 벤터처럼 내게 걱정을 안겨준 과학자도 있다.


크레이그 벤터: 내가 원하는 것은 인간의 디지털 복사본입니다. 이게 뭐가 문제입니까?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유전체를 파악했고, 이제 온전한 유기체를 대상으로 똑같은 일을 하려 합니다. (슈테판 클라인: 한 사람의 비밀이 모조리 드러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그건 기우예요. 우리는 여전히 비밀을 간직하게 될 겁니다. 설령 우리가 중요한 성격적 특징을 모조리 알아내더라도,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행동 전체를 컴퓨터로 모형화 하는 것은 아마 영원히 불가능할 거예요.


  인간의 디지털 복사본을 원한다고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그게 트렌드라고, 이미 시작한 이들이 있다는 그의 말에서 나는 공포를 느낀다.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을 벗어난 연구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휴먼 스케일을 넘어선 것이 어디 이것 뿐이랴만은 인간을 전부 파악해버리려는 의도는 항상 무섭다. 우주의 정밀한 균형이 인간에게도 내재되어 있다면, 감히 우리가 그것을 파악하려 들려고 해야하나 싶은, 근거 없지만 미신적인 마음 때문에.


발터 치클겐스베르거: 나는 환자의 기분을 이해해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당신의 기분을 잘 이해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나도 당신과 똑같이 반응할지 모릅니다. 슬픔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기 위해 일종의 화학적 목발로 항우울제를 권합니다. 당신의 기분이 다시 안정되면, 이 목발은 내팽개쳐 버리세요. (슈테판 클라인: 통증 없는 세상이 있을 수 있을까요?) 통증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신호예요. 물론 극단적인 신호이기는 하지만요. 앞으로도 늘 그럴겁니다.


  그런가 하면 주치의가 되어주면 좋겠는 과학자도 있다. '당신은 우울하니까 약을 먹어야 됩니다'가 아니라 '목발'이니 괜찮으면 내팽개치라는 말이 너무 좋다. 더불어 통증은 살아있다는 신호라는 말도. 최근에 많이 아팠다. 아픔을 통해서 성숙해진다지만 아픈건 아픈거라 많이 힘들었다. 그게 내가 살아있다는 신호라니, 때로는 살아있다는 것이 지겨울 때가 있지만(오만방자하다!) 결국 나는 살아있구나 싶다.


  가장 좋았던, 팬심이 돋았던 과학자는 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갈레세". 대뇌 이야기 못지않게 거위 간 요리법에 대해서도 열정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슈테판 클라인의 설명을 보니 어쩐지 전형적인(열정적이고 동작이 크고 말이 빠른?ㅎㅎ) 이탈리아인이 떠오른다. 그는 거울 뉴런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거울 뉴런이라고 이야기하면 '공감'을 떠올리기 마련이고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다. 사람의 선함은 공감에서 나온다'로 연결될 법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슈테판 클라인: 공감과 이타심은 뇌의 차원에서도 별개인 모양이군요.) 비토리오 갈레세: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아는 바가 아직 너무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의 이타심이 천성적이지 않다고 믿어요. 반면에 공감능력은 천성적이고요. (중략) 어쨌든 거울뉴런만으로 우리가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의 발견이 인간이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까닭을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한 것은 맞지만, 천성적인 도덕성을 두둔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여했다고 봅니다. 무슨 말이나면, 우리 모두는 머릿속에 말하자면 어떤 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장치 덕분에 특정한 관습이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쉽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그 장치를 통해 타인의 행동을 간단히 복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바로 그 장치가 거울뉴런입니다.


  또 그는 그의 연구에 대한 설명에 수많은 철학자를 인용한다. 이는 그러한 연구들은 "애당초 적절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부터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여하간 그는 공감에 대한 신경과학 연구에서 철학이 배울 수 있는 것이 '몸이 없는 인간의 정신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란다. 맞다. 우리는 육체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듯 육체도 정신을 지배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동등성을 깨닫기까지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몰라.


  마지막으로 우주에 대한 내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마틴 리스의 대답으로 글을 마친다. 나는 결국 동양적 세계관-특히 유교-에 입각한 우주론을 가지고 있다(우주론이라고 하니까 너무나 거창하군). 세상을 관통하는 이치(理)가 있고 그 이치는 모든 사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내재되어 있다. 그것을 탐구하고 수련하다보면 우리는 모두 이치에 닿을 수 있다. 한편으론 그 이치는 모든 곳에 있지만 또 모든 이가 파악할 수 없게 신묘한 것이니 겸손함을 가지고 순리에 따라야 한다. 정도로 간단히 말할 수 있겠다. 깊이 생각해 본 바는 아니지만은 대학교를 다니며 깔짝깔짝 철학책도 보고 수업도 듣고 영향 받은 교수님도 있고.. 이래저래 내린 결론인지라 아직은 잘 믿는다. 그러니까 나는 그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어준 이치를, 내가 파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종교는 신 혹은 하느님으로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는 그것을 우주의 법칙이라 하는 것이고. 그럼 그걸 끝까지 파악해내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에 대한 고민이 드는데, 그러한 고민을 과학자도 하고 있어 반가웠다. 우리는 그 이치를, 자연상수를 설명해야 하는가 아니면 받아들여야 하는가. 자연상수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하늘에 닿으려던 바벨탑처럼 허망한 시도는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건 내가 과학에 너무 무지해서일까. 슈테판 클라인의 다른 책도 읽어야겠다. 


(슈테판 클라인: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미랗게 조정된 균형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셈인데요. 현재의 우주론으로는 그 균형을 설명할 수 없다더군요.) 마틴 리스: 예, 그 정밀 조정을 설명하는 것이 21세기 과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우리가 자연 상수의 값을 설명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지 판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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