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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6. 오소희 작가의 인터뷰가 반가워서 한비야 작가의 책에 빠져든 중학교 시절 이후 나는 항상 배낭여행의 로망에 젖어있었다. 결국 대학교 2학년 때 악착같이 돈을 모아 유럽 여행을 다녀왔지. 책 속 탐험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돌아왔더랬다. 여행을 원했던 게 너무 다행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중학교 때 로망의 중심이 한비야였다면, 고등학생 때 로망의 중심은 단연 오소희 작가였다. 주부가 남편을 두고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사실부터 대단했고 그 여행지가 편안한 곳이 아닌 나라임에 탄복했다. 하지만 결국 날 감화시킨 건 여행지에서 오소희 작가의 태도가 아니었을까. 새로운 사람들을 겁내던 중빈이 여행 중 온갖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고 나서는 급기야 (몹시 매우 수상한) 카펫 장사꾼의 집에서 편안하게 두 다리 뻗고 쉬는 일화.. 2020. 1. 16.
2020.1.13. 마지막 말을 남긴 관계가 하나 더 늘었다 20대 후반은 인맥이 한 번 정리되는 시기라고들 한다. 지리적 이유로 이어진 인연들이 끊어질 수밖에 없는 시기가 아닐까, 하고 20대 후반의 나는 생각한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게 되니 어쩔 수 없지. 다른 성향을 억지로 맞대가며 만나려면 기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상을 살아내고 나면 기력이 남지가 않는다. 어쩌겠어, 끊을 수밖에. 모이기 며칠 전부터 마음이 괴롭고 머리가 아프던 모임을 빠져나왔다. 나까지 고작 3명의 모임이었지만 유일한 대학모임이었기에 오래 끌었다. 싫은 마음으로 마주하면 상대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몇 년을 싫은 채 나갔다. 나가고 나가고 나가니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신년이잖아. 한 번의 약속을 미룰만한 핑계 말.. 2020. 1. 14.
2020.1.8. 이제는 나뭇잎을 놓아주어야 할 시간 지난달에는 인간관계가 너무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필요한 양의 인간관계보다 지금 내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은 느낌. 나는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만나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인복이 많다고 감사해야 할 일을 힘들어 하려니 내가 오만한가 싶었다. 누르려 해도 계속 올라오는 괴로움을 해결하고자 원인 분석을 해 보았다. 지켜보니 난 고민 해결에 이과적인 방법을 동원하더라. 몇 안 되는 사적인 관계를 그룹별로 정리하고 각 그룹마다 만나고 싶은 주기와 현재 주기를 적어보았다. 그룹은 대략 8개고, 3개의 그룹이 내가 이상적이라 여기는 주기보다 자주 만난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면 한 달에 약속은 1~2개 정도로 끝난다. 뭐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지만 일단 정리라도 하고 보니 좀 낫네. 더 단호.. 2020. 1. 8.
2020.1.3. 내게는 나의 행복에 인생을 건 누군가가 있다 회사에서 등산을 하고는 술을 하안참 드시고 온 아빠가 한쪽에는 엄마, 한쪽에는 나를 껴안고 처! 자식! 나는 너무 좋다! 고 외쳤다 어제 내가 집에 와서 뭐라뭐라 하고는 방에 들어가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고 한다 아빠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이 행복을 이룩했구나 생각했다고 나는 운동을 하고 들어와서 엄마아빠 사이에서 혼자 쫑알거리다가 엄마가 지금 들어줄 정신이 없대서 괜찮아 나 지금 혼자 떠들고 있어 하고 웃다가 방에 간 건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에 노래를 불렀는지는 모르겠네 엄마의 이름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아빠 양치를 시키려고 애를 쓰는 엄마 내가 출동해서 양치노동요를 불러드려야지 행복해서 행복하다 내게는 나의 행복에 인생을 건 누군가가 있다 2020. 1. 7.
[Book Review] 생각을 빼앗긴 세계 - 프랭클린 포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내가 뇌 대신 이 작은 기계를 쓰는 게 아닐까 생각했음직하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할 필요도, 언어를 열심히 배워 해석해 볼 필요도, 취향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작은 기계는 무엇이든 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내용 이후] 6000만 줄이 넘는 페이스북의 코드는, 엔지니어들이 계속해서 코드를 더해온 결과 이제는 해독이 불가능한 고대 문서처럼 되어버렸다. (이것은 페이스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넬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 존 클라이버그는 공저한 글에서, "우리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기계를 만들었을 수 있다. 깊이 들어가 보면 우리는 컴퓨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이 그 기계가 .. 2020. 1. 7.
2019.12.29. 12월을 마무리하는 사랑스러운 데이트를 끝내고 12월 마지막 주의 데이트는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취향을 저격했다. 엄마와 아빠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데이트의 내용은 비밀로 한다(늘 자세히 말한 것도 아니지만은). 집이 빈 틈을 타 남자친구가 집에 와 하룻밤 자고 갔다. 편안하고 따뜻한 데이트였다. 집이 빌 거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네게 신나서 말했다. 너는 벌써 한 번 집에 온 적이 있지. 토요일 낮에는 내가 약속이 있었던 터라 저녁 시간에 맞춰 선물처럼 네가 왔다. 저녁을 해 줄 생각에 마음이 급했던 난 너무 일찍 파스타 면을 불에 올렸다. 결국 면 2인분을 버리고(이런 적이 없는데!) 우왕좌왕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고. 네가 사 온 너무나 먹고 싶었던 딸기 케이크까지 먹으니 천국이더라. 겨울왕국 1편을 보면서 2편보다 낫다는 둥 시답잖은 이야기도.. 2019. 12. 29.
[2019 총결산 시리즈] 2019에 맞이한 변화와 성과 2019의 변화 1. 블로그에 광고를 설치했다. 처음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었던 이유는 단순히 네이버보다 허들이 있는 곳에서 고고한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다. 초대장을 구하지 못해 쓸쓸히 돌아서고 얼마 후 티스토리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학회에 가입하게 되었고, 학회 홈페이지를 관리하자는 명목으로 초대장을 받았다. 덕분에 이렇게 오래 나의 사랑스런 아지트가 굴러가게 되었지(그 학회가 나에게 남겨줄 것이 블로그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다). 블로그 광고는 전혀 돈이 되지 않는다. 전혀라고 하면 10원들에게 조금 실례일까. 언젠가 현금으로 환전 가능한 날이 올 것이라 나는 믿는다. 믿지 않는다. 그저 요란하게 뜨는 광고를 보며 나의 갬성을 찌르는 이것이 정녕 언젠가 .. 2019. 12. 19.
[2019 총결산 시리즈] 2019년 월별 정리 올해 나는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자그마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느낀다. 기록하는 삶도 그 중 하나이기에, 올해의 삶을 월 별로 정리해 본다. 1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2018년에 쓰러지신 후 병원을 나오지 못하셨다. 쓰러지고 나서 딱 한 번 말씀하실 수 있을 때 요구르트가 드시고 싶다 하셨으니 그때는 할아버지도 이리 가시리라 생각은 못하셨던듯 싶다. 어쩌면 이리 갈 수 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지. 집에 한 평생을 함께한 치매에 걸린 아내가 혼자 있으니까. 엄마는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 귀에 엄마는 걱정 말라고, 끝까지 지켜드리겠다 약속했고 여전히 2주에 한 번 할머니를 돌보러 외가에 간다. 엄마와 이모들은 대단하다. 아파서 괴로워하는, 날로 쇠약해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일.. 2019. 12. 19.
[Book Review]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김나연 보수적인 여성입니다. 제목에 섹스가 들어간 책을 고르긴 쉽지 않죠. 제목도 그렇고 섹스 후에 우울하지도 않아서(?) 책을 발견하고도 읽지 않았다. 그러다 읽게 된 이유는 관심 있게 보는 책방 인스타에서 글쎄, 거기서 태동한 책이라는 거야. 오키로북스 감성이면 또 읽긴 읽어봐야지! 책장을 열었더니 눈길을 끄는 제목은 저자나 편집자가 쓴 말은 아니고 그리스 철학자 갈레노스의 말이라고 날개에 적혀 있다. 호, 그렇게 오랜 시간을 관통하는 말이란 말인가. 첫 번째 장을 읽으며 엄청나게 감탄했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고, 가볍지 않은 내용을 깔쌈하게 담은 글이었다. 추상적인 말 말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쓰라던 은유 작가의 말을 이 책을 읽으며 완벽하게 이해했다. 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을까 싶게 작가가 털어놓.. 2019. 12. 18.
2019.12.16. 둔돌이랑 오래 행복해야지 내가 서운함을 토로한다. 너는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해 줄 말이 없을 정도로 스스로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한다. 반복되기만 하고 해결은 없으니까. 더욱 할 말이 없는 너는 우물쭈물하며 침묵을 지킨다. 나는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하는 이 침묵이 무거워 그만 집에 가자고 말한다. 패딩을 챙겨 입고 컵을 치운다. 명동이니 롯데백화점 앞에서 버스를 타야하는데 롯데백화점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나오는지 나는 모른다. 늘 그렇듯 네가 나를 이끌고 간다. 오른쪽 골목 끝에 백화점이 보이는데 너는 그대로 직진한다. 네가 내 손과 머리를 슬프게 쓰다듬고 있으니까, 나는 혹시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말을 못하고 있나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아니다. 걸음을 멈춰선 너는 명동에.. 2019. 12. 16.
2019.12.4. 취향에 수입의 10%를 쓰고 싶습니다 뉴닉에서 연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사서로살다 크라우드 펀딩 이후 두 번째 펀딩이다. 사서로살다 펀딩은 굿즈에 눈이 멀어서 한 펀딩이었던 터라 뜻이 마음에 들어 한 펀딩은 사실상 처음이다. 처음 뉴닉을 알았을 때 이렇게까지 유용하게 볼 줄은 몰랐었는데, 요즘 시사 이슈 파악은 정말 뉴닉으로만 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짠순이인 나는 이번 펀딩에 참여할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뉴닉에서 심장에 박히는 타깃 메일을 보냈다. 펀딩 메일이 온 이유가 ‘뉴니커 중의 뉴니커! (뉴닉 뉴스레터) 오픈율 90% 이상의 애독자라서’였다는 말에 양심이 소리를 질렀다. 세이 호오! 매일 기사를 정독하며 뉴닉 발송자들이 엄청 애써서 보내는 메일임을 충분히 느낀다. 무료라 받기 시작한 건 맞는데, 그들의 노동이 무가치하다고는 .. 2019. 12. 4.
2019.12.3. 그래도 엉망이 되지는 않았다는거 오랫동안 다이어트 일지를 쓰지 않았다. 3주를 건너뛰었구나.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싶은 마음이 반, 그래도 살이 찌지 않았고 운동도 아예 놔 버리지는 않았다는 마음이 반이다. 세상 만물은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했지. 제자리 인양 보여도 자세히 보면 미미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나의 운동에도 예외는 없는 게다. 시작은 떡볶이였다. 운동 가기가 귀찮아서 떡볶이를 시켜먹겠단 구실로 줌바를 결석했다. 하루 빠지니까 이틀 사흘 빠지는 건 고민도 별로 안되더라고. 2주를 내리 빠졌다. 그나마 생리가 아주 심한 날을 제외하고는 필라테스라도 갔다는 게 위안거리다. 필라테스 선생님이 바뀌고서 프로그램이 어찌나 쉬운지 운동했다는 기분이 잘 안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기는 갔다. 어쨌거나 필라테스나마 다녀서 그런가, 생.. 2019.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