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67 2026.6.17. 꽃이 지고 공기가 더워지듯이 승진한다고 한다. 심사가 끝난 당일에 소식을 알려준 상사가 있었다. 본인의 역할 자랑이건 뭐건, 조직이 나를 신경 써주는 척하는 이런 일도 있다 싶었다. 될 일도 안되던 때가 있었지만 기관장이 바뀌고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승진을 할 것 같다는 신호는 여럿이었다. 1위라고 나오는 고과, 교육을 잘 들어두라고 굳이 챙기는 상사, 그 여자에게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다는 새 기관장의 소식... 승진했다는 말을 듣고 기쁨이 찾아오진 않았다. 이것 때문에 발령의 확률이 올라갔으려나 싶은 마음만 많았다. 너무 무감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은가도 생각해 봤지만 딱히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승진하지 못했다고 슬퍼할 필요가 없듯, 승진했다고 기뻐할 이유도 없다. 봄이 가면.. 2026. 6. 17. 2026.4.23. 다시 시원해질 줄이야 1. 옷장을 반팔로 싹 바꾸었더니 다시 시원해지는 건 뭐예요? 시원하다 못해 추워서 외투를 다시 꺼내 입었다. 다음 주는 다시 더워질까? 덤으로 얻은 봄이 기쁜 주간. 2. 동대문에서 숏츠에 나온 간식을 먹고 내가 깨어버린 유리컵을 사자는 목표를 세우고 나들이를 나섰다. 간식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는 사람이 가득해서 빠져나오는 것에만도 체력이 훅훅 빠졌다. 동대문에 신발 가게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고, 동묘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많았다. 덜튼 빈티지 시계가 4만 원만 해도 샀을 텐데 6만 5천 원을 부르셔서 흥정이 귀찮아 포기했다. 마음에 쏙 드는 유리잔을 사고 문 닫힌 풍물시장을 아쉬워했다. 신설동역에서 굽이굽이 집으로 돌아오며 요즘 주말 나들이가 참으로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 2026. 4. 23. 2026.4.17. 버터떡, 불란서금고, 가는 봄 요즘 블로그 쓰기가 참으로 귀찮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좋았던 일상이 될테니 휘리릭 기록을 남긴다. 꾸역꾸역의 힘. 1. 유행따라 가지말고 건강따라 가라가라 제발 좀! 버터떡을 몇 군데서 먹어보았다. 까눌레와 비슷하다는 평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서너 군데에서 먹게 됐다. 두 군데는 별로였고 두 군데는 괜찮았다. 그냥 내가 디저트를 좋아하는 당좋아인간이라 자꾸 먹게 된다. 먹보가 행복하기는 한데 입이 행복하면 몸이 불행하다. 큰일이다. 여름 옷을 구비하려고 전신 거울을 정말 오래간만에 찬찬히 보다 깨달았다. 정말 심각하구나? 살이 한창 찔 때의 피곤함은 지나갔지만 때로 오른쪽 허리가 아프다. 아무래도 진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지하게 심각하다. 올해 건강검진을 해야.. 2026. 4. 17. 2026.4.8. 개나리, 벚꽃, 진달래가 한꺼번에 피어나는 봄 1. 유행 따라가기 재밌어 소설 읽기 재밌어 지난주에 블로그 글을 올리지 않았다. 이런이런. 딱 한 꼭지 미리 써두었는데 이번 주에라도 올려본다. 평생 유행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기보다는 뒤늦은 펭귄으로 뒤뚱뒤뚱 따라가기 바빴다. 음식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다. 유행이 나의 정체성 같다기보다는 늘 유행을 관찰하는 기분이다. 책도 그렇다. 작년에는 한창 유행한 양귀자 작가의 ‘모순’을 읽으며 즐거웠다(TJ남과 FP남 중 누구를 고를 것인가!). 올해는 뒤늦게 정대건 작가의 ‘급류’를 읽었다. 유행 때문에 호기심이 생긴 건 아니고, 정대건 작가의 데뷔작 ‘GV빌런 고태경’을 뒤늦게 읽고 이 사람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급류 또한 읽기에 즐거운 소설이었다. 동기에게 소개해 준 나의 작품 .. 2026. 4. 8. 2026.3.21.-22. 쓸 데 없어서 더 신나는 전주 탐방 (1편) 생각도 못했던 전주 근무 시절을 지나, 전주라는 단어만 들어도 학을 떼던 날을 지나, 전주에 방문했더니 이런 게 달라졌네 하며 그 시절 기억이 선명하던 시기를 지나, 그때 많이 변했다고 기억했던 곳인데 원래 어땠길래 뭐가 바뀌다 생각했는지 알쏭달쏭해져진, 그래서 새로 만든 추억으로 도시를 다시 덮고 돌아온 전주 여행기 시작! 왜 갑자기 전주를 여행지로 정했느냐 물으신다면, 15년쯤 전에 엄마와 함께한 전주 여행에서 사왔던 종이부채를 다시 사고 싶어서다. 작년 여름 손풍기가 고장 나서(여기에 기록해뒀다) 여름이 오기 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21세기에 무슨 부채냐 싶겠지만 종이부채는 플라스틱 부채와는 다른 시원한 바람이 부는 데다 무엇보다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풍류가 있기도 하잖아요? 전주 한.. 2026. 3. 25. 2026.3.18. 날씨도 적당하고 기분도 적당한 3월 1. 식탁이 다정할 때 부모님이 집을 비웠을 때 집을 방문하면 엄마가 챙겨주고 싶은 것들을 식탁 위에 올려둔다. 미리 말해준 것도 있고 예상치 못한 것도 있다. 품목은 엄마의 마음에 달렸다. 먹는 방법이 쓰인 메모를 남겨주기도 한다. 딸은 시키는 대로 잘해 먹는다. 오늘의 메모는 이랬다.배추김치 락앤락 - 락앤락 통을 카톡으로도 강조했는데, 여러 통 중 헤매다 ‘LOCK & LOCK’라고 정직하게 쓰인 왕스티커를 발견하고 강조한 이유를 깨달았다. 스티커에는 물론 배추김치 그림도 있었다.고추장 냉장고 (흰 비닐)외할머니 의료보험 (삼촌 퇴직일자 ‘26.3.31) 가족관계: 식탁 - 식탁에 모든 걸 올려두고 또 식탁이라고 일러준 것을 보면 아무래도 식탁 아닌 곳에서 메모를 쓴 모양.토마토 - 네가 토마토.. 2026. 3. 18. 2026.3.11. 좋은 봄이로구나 1. 새로운 업무에 대하여 곧 동료 선생님 한 분이 퇴직을 하신다. 퇴직 후에 무엇을 하고 싶으시냐 여쭈니 목표는 딱 하나, 그저 늘어져 있으실 거란다. 좋은 계획이라고 다같이 웃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서 수술을 해야할 것이 발견됐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선생님과 함께할 날이 갑자기 짧아졌다. 조직은 빈 자리를 채워줄 계획이 없어보였다. 다같이 사무분장 회의를 했다. 회의 전 어디까지 업무를 받을 지 비장하게 다짐한 바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하겠고, 이 이상을 준다면 주먹을 불끈 쥐고 못하겠다고 방어하리라. 누구보다 단단한 철벽을 칠 기세로 입장했는데 회의는 싱겁게 끝났다. 다른 선생님이 선선히 나머지 업무를 다 하시겠다고 했거든. 무슨 일이람. 새로 맡게 될 업무는 도서 구입이다. 도서관에 입사.. 2026. 3. 11. 2026.3.4. 벅뚜벅뚜 살다보면 쌓이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1. 무형의 자산에 대하여 무보수로 밀라노 올림픽 코리아 하우스를 기획했다는 노희영 고문의 영상을 보았다. 한 달이나 밀라노에서 시간을 보낸다나. 체류 기간만 한 달이지 기획부터 세팅까지 더 많은 시간을 썼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라도 그렇게 할 것 같아. 돈이 넉넉한 사람에게 돈보다는 멋진 경험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내 활동의 모든 이유를 돈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동의한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말일까 잠깐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 올해 내가 쌓을 무형의 자산을 고민해 본다. 무형의 자산은 감각하기 전에 먼저 쌓이는 것 같다. 작년 여름 이후 새로 개관한 도서관 투어를 진행하며 많은 순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도서관에 진심으로 감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든.. 2026. 3. 4. 2026.2.25. 나를 기다려주기 1. 실패를 복기하는 법 박소령 작가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읽었다. 퍼블리 초창기였던 2016년부터 알고 있던 서비스를 시작한 사람이 바로 그 서비스를 마무리하며 쓴 실패담이라니, 너무 궁금했다. 폴인, 롱블랙 모두 퍼블리의 후발주자가 아닌가. 실패는 보통 감추는 이야기다. 이렇게나 세세한 실패 회고록을 읽은 적이 있나 싶었다. 대단한 실패를 읽고 그 사람이 초라해 보였는가 하면 아니, 치열하게 부딪힌 게 너무나 멋졌다. 최선을 다해 실패하고(내 기준으로 보면 실패인지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반성했다. 실패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배웠다. 그리하여 내 인생에 제일 큰 실패라 부름직한 회사에서의 일을 박소령 작가처럼 회고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직은 실패를 통과하는 중.. 2026. 2. 25. 2026.2.19. 연휴가 끝난 날의 기분이란 긴 설 연휴가 끝났다.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건 어찌나 즐거운 일인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을 많이 벌어서 서울에서 자유롭게 살면 좋겠지만 집값과 물가를 생각하면 영 될 것 같지가 않다. 회사를 그만두고 지방에 집을 마련해 그저 누워만 있으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젊은 애들이 그래서야 되겠느냐는 말을 피하려면 얼마나 굳은 결심이 필요할 지도 아득하다. 그래서 또 쉬운 선택을 한다. 꾸역꾸역 출근하기. 연휴 내내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고 싶은 30대의 우리는 적적하실까 봐, 애 보느라 힘들다니까 하며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녔다. 우리도 누군가를 원하는 때가 올까? 우리가 쉰다는 걸 모두가 아는 휴일에는 가만히 있기가 오히려 힘들다. 한 50살쯤 되면 가만히.. 2026. 2. 19. 하루 2만보 만큼 신나는 삿포로 여행 (Day 4) 둥근 해가 떴습니다. 도야 호수의 숙박객은 모두 고개를 들어주세요. 창밖에 기대했던 설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걸 보고 싶어서 여기에 왔지만 눈이 오기에는 이르다 싶어 포기했는데, 어제의 고난이고 뭐고 기가 막히게 기분이 좋았다. 너는 나보다도 더 사진을 찍지 않는데, 그런 네가 정말 멋지다며 풍경을 거듭 찍었다. 그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라고. 이러려고 살지! 아침 9시 반에 시내로 가는 버스가 출발이라 그저 그럴 맛이 기대되는 조식은 포기했다. 아무리 눈이 그쳤더라도 어제의 도로 상황이 정말 최악이었던 터라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도 계속 걱정했는데(현지 일본인들이 별 생각 없이 모두 버스를 탄다며 억지로 안심하려 애썼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알겠더라고. 아, 여기 선진국이지? 그 많던 눈이 거짓말처럼.. 2026. 2. 13. 하루 2만보 만큼 신나는 삿포로 여행 (Day 3) 삿포로 여행이 기억에서 흐려졌다. 사소한 추억을 잊었다고 해서 아예 아무것도 작성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조차 잊을 수 있다. 다녀온 지 3개월이 지나서 올리는 글에 대한 꾸역꾸역의 타당성 부여. 어떻게든 계속 쓴다는 말씀. 3일째 아침은 벼르던 해산물 아침을 위해 니조시장에 갔다. 너는 해산물의 비린내를 싫어하고 평균보다 예민한 장 덕에 탈도 잘 나지만 그래도.. 그래도 한 번쯤 회가 와르르 덮인 밥을 먹고 싶었다. 여정 중 해산물을 딱 한 끼만 넣은 내 마음을 너도 알아서 좋다고 괜찮다고, 시장 식당까지의 길을 안내해 줬다. 줄 서기 싫어 맛집 옆 집을 가는 스타일인데 그 옆 집이 구글에 안내된 시각에 문을 안 열었다면? 그런데 맛집이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 같다면?.. 2026. 2. 12. 이전 1 2 3 4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