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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도시인처럼(Pretend It's a City) 영화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는 내가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 때문이었다. 영민한 봉준호 감독이 그를 치켜세운 덕에 거장은 눈물을 글썽였고 미국인은 봉 감독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고. 영화에 우매한 나만 '아, 마틴 스콜세이지라는 사람이 유명한 사람이로구먼' 하고 넘어갔다. 이동진이 언급했던 이름 같기도 하네(안 했을 리 없지). 그런 그가 어느 여자 작가와 넷플릭스에서 다큐 시리즈를 찍었다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넷플릭스 다큐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감독까지 흥미롭다니. 다큐 내내 스콜세이지 감독은 오로지 웃는 진행자 역할이었지만 이만큼 개성적인 작가와 잘 지내는 사이라면 영화도 볼만할 성 싶겠다는 느낌이었다(거장이라는데 오만한 말인 듯 하지만 현재 나.. 2021. 1. 21.
[Book Review] 아무튼, 떡볶이 - 요조 '아무튼, 떡볶이'는 저자 요조가 어느 방송에서 말한 일화 덕에 처음 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기가 이 책에 '떡정'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모두가 아는 단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강연에서 뜻을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고. 북토크에서 모두가 진지하게 떡정의 뜻을 듣는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지만 이해는 간다. 나도 떡정이라는 단어를 안지 몇 년 되지 않았다(미운 정 고운 정은 알지만 떡정이라니). 대신 나는 '붕가붕가'라는 단어를 스무 살에 배웠는데, 그 뜻을 모른 채 홍대 골목에서 붕가붕가!!!라고 크게 외쳐 대낮부터 친구를 몹시 당황하게 만든 기억이 있다.* *당시에 나와 친구는 언니네 이발관이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이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붕가붕가라는 이름이 '붕'이 들어가 귀엽다며 붕가붕가.. 2021. 1. 19.
五感 part.2 - 시각 합정에서 출판 학교를 다니던 2016년, 상상마당에서 장 자크 쌍뻬의 원화전이 열렸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원화전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러 갈 수 있다니! 평일 오전에 느긋하게 보러 간 전시는 지금까지 본 전시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공간 전체를 혼자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쌍뻬의 그림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둥둥 유영하듯 구경을 했다. 도저히 그냥 나올 수 없었던 나는 어디에 붙여야 할지도 모른 채 A2 사이즈의 큰 포스터를 샀다. 쌍뻬 특유의 묘한 여유가 좋아서 산 그림이었다. 혹시나 구겨질까 하루종일 부둥켜안고 보호하며 집에 들고 갔지. 이 그림은 전주에서도 서울에서도 수많은 인테리어 소품 중 가장 아끼는 물건이 되었다. 벽 중앙에 붙이고 매일 쳐다봤는데, 그림에서는 언제나 여름밤의 냄.. 2021. 1. 18.
2021.1.14. 첫 부서라는 장(章)을 마무리하며 1월 1일을 기준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마음의 준비를 했던 터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첫 부서를 떠나자니 회사 생활의 한 장(章)을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 새 부서에서 근무한 지도 2주, 기억이 다 지워지기 전에 첫 부서에서 배운 점을 정리하려 한다. 1. 연구지원 관련 지식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부서였다. 전공 수업 시간에나 들어봤던 인용색인이니 뭐니 하는 개념을 열심히 외웠다. 덕분에 1년이 지나고부터는 꽤 능숙하게 전화를 받고 교육을 했지. 대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도 자료 찾는 법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기도 했다(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구글이냐고!). 이제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 자료를 얻으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검색의 시작점 정도는 잘 안다. 직접 구성한 해외의 선행 .. 2021. 1. 14.
2021.1.13. 팡팡 파라파라 팡팡팡 지난달에는 역대급으로 적은 용돈을 썼다. 소비를 줄이려는 마음과 코로나 거리두기가 대단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송년 모임은커녕 일상적인 점심 약속도 줄어들어 대체 돈을 쓸 곳이 없었다. 참으려 애쓰지 않았는데 자연스레 줄은 덕에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기쁨이 충만하고 마음이 풍요로웠다. 그러다 문득 컨셉진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매일 하나의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의 지금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합니다.' 대학생때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20쪽가량의 과제로 제출한 적이 있었다. 몇 년에 한 번 그 과제를 읽어보곤 하는데, 그 시절 생각도 나고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잘 느껴져서 읽을 때마다 재밌다. 그런 과제와 비슷한 이 프로젝트를 12월에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지. 20대의 마무리로 시.. 2021. 1. 13.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년 월별 정리 20대를 돌아보면 매년 키워드나 성취한 일이 생각나곤 하는데, 대체 2020년은 딱 떠오르는 게 없다(코로나는 나만의 키워드가 아니라서 제외한다). 아무 성장도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썼던 한 해라고 해야 할까. 그만하면 이 힘든 시기에 성공인지도 모른다. 1월 어느 날 일어났는데 배 아래쪽이 너무 아파 식은땀이 났다. 처음 아파보는 부위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기에 자궁이 있겠더라고. 주변에 수소문을 해보고 산부인과에 갔는데 자궁에 혹이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위험해 보이지 않는 데다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구만리로 떠났지. 세상에,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구나. 너무도 당연한 일을 겪고 깜짝 놀라 건강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 2021. 1. 2.
20.12.28. 조용한 일상을 사랑하는 I에게 코로나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 못해 5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초유의 명령까지 내려온 지금, 코로나의 장점이란 말을 쓰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도 늘 필요한 법이니까. 코로나가 시작된 후 I인 내가 편해진 점을 적어보려 한다.사람들과 왁자하게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인의 성향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종종 집에 빨리 가고 싶어하는 내향인의 성향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설명을 요구한다. 몇 달 전 남인숙 작가의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했던 구절이 있다. 외향인에게는 설명을 요구하지 않지만 내향인은 늘 설명을 해야 한다고.즐거워도 9시쯤이면 집에 가고 싶을 수 있지 않나? 아무리 아껴도 너무 자주 만나고 싶지는 않지 않나? 나는 늘 내가 운동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약해서 모임을 .. 2020. 12. 29.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에 맞이한 변화와 성과 2020의 변화1. 1미터짜리 옷장 두 개가 10년 전 이사 올 때부터 방에 있었는데 그중 한 개를 다른 방으로 옮겼다. 그만큼의 짐도 치워냈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며 책상도 서랍도 많이 비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옷장이다. 덕분에 방이 넓어져 스트레칭할 때마다 행복하다. 2.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직급 이름이 바뀌었다. 지난번 직장 동기가 승진할 시기에는 나도 옮기지 않았더라면 변했을까 상상하며 이직하지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봤다(승진을 위해 이직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결론만 나왔지만). 어찌어찌 버텨내니 직급이 달라졌고 아마도 이 직급으로 몇 년쯤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무엇인가를 해서 바뀌었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이 가서 바뀐 것이기에 마음이 많이 동하지는 않는 변화. 3. 네가 .. 2020. 12. 23.
[2021 새해를 맞이하며] 2021 어떻게 살까 2021년을 올해보다 밀도 있게 보내기 위해서 마인드맵을 그렸다. 2020년에 얻은 가장 좋은 깨달음은 '천재성보다는 20년을 버텨내는 꾸준함이 재능'이라는 것. 나를 지켜주는 힘은 결국 단단한 매일임을 느끼고 특별한 일 없는 하루도 즐겁게 보내려 노력한 해였다. 처음 하다 보니 좌충우돌 쉽진 않았지만. 성시경이 예능 ‘온앤오프’에서 지금은 ‘그걸 왜 해?’라는 질문이 필요 없는, 모두가 각자 무엇인가를 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는 말을 했다.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한 시기. 텅 빈 매일 무엇을 할까 고민하면서 평범한 매일의 소중함을 느낀 게 어쩌면 2020년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면 돌아오는 24시간을 계속 맞이하면서 나는 마냥 똑같아 보이는 매일을 성실히 보내고 문득 뒤를 돌아.. 2020. 12. 18.
[2020 총결산 시리즈] 2020 올해의 OOO을 써보자! 1. 올해의 사건 코로나19를 일단 꼽아본다. 판데믹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많은 분이 수고해주신 덕에 그래도 안전하게 살았지. 온갖 야외 활동을 모두 놓고 남은 게 없어서 우울하기도 했지만 고작 우울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다. 코로나와 새 시대에 잘 적응하기 위해 1년 내내 고군분투했다. 코로나 외의 사건을 꼽자면 평생 기억에 남을 한라산 등반도 있다. 굳이 '평생'이라 하는 것은 살면서 또 올라갈 확률이 높아보이진 않아서. 그외에 회사에서 처음으로 승진을 해봤고, P2P 투자 실패로 조금의 돈을 날리기도 했다. 명품가방을 사볼까 했는데 나에게 내리는 벌로 가방을 포기했다. 아깝다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는 돈이라 다행이고 가방이야 어쩔 수 없지. 사는게 그렇지 뭐! 2. 올해의 어플.. 2020. 12. 18.
2020.12.12. - 13. 거대한 수성의 대사가 있는 곳 너와 긴 데이트를 했다. 평소에 겨우 10시간 남짓 만나고 헤어진다면 이번에는 무려 36시간을 함께했다. 10시간을 함께 있으나 36시간을 함께 있으나 같이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복만 3.6배쯤 더 커졌다. 조리가 가능한 숙소를 잡아서 신나게 장을 봤다. 뭐 별로 사지도 않았는데 10만 원이 금방 나왔다. 넷플릭스를 보며 밥을 먹으려고 프런트에서 HDMI 케이블도 빌렸는데 와서 보니 내 노트북 잭과 맞지 않았다. 노트북으로 보자 싶었는데 그마저도 와이파이 보안이 어쩐다며 넷플릭스 자체가 차단돼서 결국 꺼졌다. 혼자였다면 시무룩했을텐데 너와 있으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먹기나 하자! 부칠 줄 모르는 전을 부치고, 후라이팬을 열심히 긁고, 처음 써보는 오븐을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이제와 생.. 2020. 12. 14.
당근마켓으로 꺼내보는 수능 이야기 정말로 원하면 죽을 생각으로 해봐야지 당근마켓을 거의 하지 않지만 계정을 폭파하지는 않아서 일단 올려두고 몇 달이 지나건 세월아 네월아 놔두는 물건이 몇 개 있다. 눈에 띄어서 갑자기 사는 게 아니라 혹시 있을까 찾아볼만한 것들. 예를 들어 만년필 잉크나 독립출판물이 그런데, 코로나로 반값택배 거래만 하겠다는 오래된 글을 굳이 눌러 채팅을 건 상대방은 평균 이상으로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가격을 깎지도 않는다. 지난 달 그런 거래 중 하나를 했다. 젊은 여자인 듯 느껴지는 상대방은 유난히도 부드러워서 기분은 좋았지만 어쩐지 험난한 세상인데 걱정이 됐다. 이렇게 착하게 말하다가 나쁜 상대를 만나면 마음이 상할 텐데. 나는 괜한 오지랖을 털어내며 열심히 물건을 팔았고, 거래 후기가 오거나 말거나 이내 잊어버.. 2020.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