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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손미나

by 푸휴푸퓨 2016.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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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의 여행책은 아주 오래간만이다.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고는 했지만 초등학생 때 부터 고등학생 때 까지 한비야 작가의 책에 미쳐 살았던 이후 이런 식의 책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이런' 식이 어떤 것이냐 물으면 정확히 대답할 순 없지만, 책의 곳곳에 작가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있는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되려나? 난 내가 너무 오랫동안 한비야 작가의 책을 좋아했다고(=신봉하다시피 했다고) 여겼고, 막상 여행에 가보니 그녀와 나는 너무나 다른 것을 알았다. 에휴, 거두절미하고, 나는 이렇게 '난 어디에 다녀왔다. 살면서 이 곳은 정말 한 번 쯤 꼭 가봐야 한다. 사람들이 참 순박하다. 난 거기서 나와 운명을 함께하는 친구를 만났다'는 류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솔직히 이 책을 엄청나게 감명깊게 읽지는 않았다. 여행지 때문은 아니다. 남미는 나에게 인생에서 꼭 한 번 쯤 가보고 싶은 곳이자, 그럼에도 한 번도 못 가고 죽지 않을까 생각하는 곳이다. '꽃보다 청춘' 남미 편도 얼마나 부러워하며 보았는지 모른다. 페루에 다녀올 용기를 낸 작가가 부럽기는 되게 부럽다.

 

  여행지에 대해 한없이 낭만적으로 써 놓은 책은 이제 웃음이 나온다. 아마존이 엄청난 곳임은 확실하다. 인생에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고, 전세계가 남미를 위해 돈을 주면서라도, 나도 세금을 낼 테니까, 아마존을 파괴하는 행위를 멈추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럼에도 나는 여행을 간다면 분명히 불평이 많을거다. 뼛속까지 도시인인 나에게, 심지어 작은 도시도 못견디는 나에게 아마존은 고난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미나 작가의 아마존 이야기는 솔직해서 좋다. 그렇군. 아마존은 축축하군! 만약 아마존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생명과 자연, 그리고 순박한 현지인을 보았다는 말로 끝냈더라면 난 이 책을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 거다.

 

  그녀와 그레고리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녀가 참 운이 좋다거나, 페루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에 손미나 작가가 참 괜찮은 사람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여행을 갔을 때 분명 친절하고 순박한 현지인들이 있다. 하지만 외국이나 우리 나라나 사람 사는건 다 똑같으니까. 작가 만큼의 친밀함과 추억을 쌓고 그렇게까지 신경써주고 보살펴주는 이들을 만나려면 일단 여행자가 참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까지 손미나라는 사람은 나에게 그냥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냥 어떤 유명인이었다. 앞으로는 '난 그분 좋은 분인 것 같던데'라고 말할 것 같다.

 

  이 책은 읽기 시작할 때는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책이라고 생각했기에 굉장히 고까웠다. 다 읽고 난 지금, 내가 또 이런 스타일의 책을 찾아 읽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싫지는 않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나도 언젠가 아버지를 잃는 일을 겪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아마 그녀에게 이 책과 이번 여행은 엄청나게 소중할텐데, 좋게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많이 미안하다.

 

  추가로, 불만 한 마디를 보태며 글을 마친다(이는 전적으로 내 취향에서 기인한 불만임도 밝혀둔다). 나는 줄글로 이어지는 책에서 군데군데 문장들에 색깔을 넣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에 특히 와 닿을 것 같은 문장은 알아서 내가 알아서 잘 챙긴다! 마치 '이 문장은 감동적인 문장이니 똑똑히 보고 어딘가 써두던가 해'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책에도 그런 장치가 있다. 너무 싫다. 편집자님, 문장은 제가 알아서 챙길게요. 제발!

 

*추신; 그럼에도 내 마음에 깊이 박힌 아주머니의 한 마디를 적어둔다.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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