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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나의 투쟁 -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by 푸휴푸퓨 2016.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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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쪽이 넘는 소설을 읽은 것은 오래간만이다. 심지어 그 책이 6권으로 구성된 어느 책의 첫 권인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이 책이 온라인 서점 순위의 꽤나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고,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는 것 같은 지인이 이 책을 SNS에 올리며 '드디어 책을 읽어보려 한다. 그래서 이 책으로 골랐다'는 류의 게시물을 올린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이 뭐길래? 책 첫 페이지와의 만남은 산뜻했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한 페이지만 읽고 옆에 있던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 책은 엄청나게 재밌을 것 같아. 첫 페이지부터 느낌이 와.

 

  다 읽은 후의 소감만을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재밌는 책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제일 좋았던 페이지가 제일 첫 페이지라고 하면 될까.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낸 것은 작가가 정말 집요해서, 나도 집요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설이지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 같다. 서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서사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그 생각과 생각을 하는 시간 속에는 서사가 있다. 근데 그걸 서사라고 하기엔 어렵잖아. 그런 느낌. 주인공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길을 걸으며 주변을 관찰하기도 한다. 자신과 주변인의 행동을 묘사하다가 그들에 관해 생각하다가, 삶과 그냥 이 세상과 일상에 관한 추상적인 생각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은 간다. 소설도 지나간다.

 

  이 책은 소설의 주인공을 인간적으로 좋아해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만약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의식을 따라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지. 일견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따라가기 쉬울법 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은, 작가의 의식에 가장 큰 자리를 차리하는 것이 부자 관계와 형과의 관계이기에 그렇다. 비록 어머니와 한 집에 오래 산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입지가 얼마나 적은지 친엄마가 이럴수가 있나 싶다. 두 명의 아내에 대한 그의 무서울 정도의 건조한 감정은 또 어떻고. 사랑과는 상관없이 건조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이 인물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한다는게 엄청 티가 나겠지? 이 책은 내게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올리게 했다.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추앙받는 이 책의 주인공을 나는 1도 이해하지 못했다. 한때는 마치 이해한 척 하려 든 적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왜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지 몰랐던게 맞다. 그리고 그런 당혹감을, 크나우스고르가 또 한번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솔직히 반갑진 않다.

 

  다만 한 가지, 이런 식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형태가 많은 이들이 모방하고픈 형태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책을 읽다가 급기야는 남의 머릿속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많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건 정말 묘한 매력이다. 그 지점에서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정말 있다. '소설적 요소가 부재한 소설'이라는 옮긴이의 말에 심각하게 동의한다. 이게 정말 소설인지 읽으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100년 후에는 '크나우스고르식 소설'이라며 학교에서 배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머릿속을 따라가며 괴롭고 지루했지만 결국 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권을 읽고 싶은데 읽고 싶지 않다. 읽으면 분명 엄청나게 재밌지는 않으면서 이게 뭔데 내가 읽고 있는건가 싶은 기분을 들게 할 거다. 그런데 읽고 싶은건 그냥 어떤 생각이 계속 이어지는지,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다가 작가가 끝에 어떤 결론이라도 내렸는지 알고 싶기에 그렇다. 그래서 이 인물이 대체 어떻게 되는데? 다 읽고 나면 정말 읽기를 잘 했다기 보다는 다 읽어서 속이 시원하다며 팡팡 털어버리고 싶을 것 같다. 또다시 600여쪽의 여정을 갈 것인지 어쩔 것인지,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심지어 한 권 더 본다고 이 괴로움이 끝나지도 않아. 6권이라잖아,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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