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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박연준, 장석주

by 푸휴푸퓨 2016.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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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구성의 책은 또 처음이다. 책의 앞 절반은 부인이, 뒷 절반은 남편이 썼다. 둘의 여행기라기에 둘의 이야기가 가득할 줄 알았더니만 또 그렇지도 않다. 일단 체험형 여행기는 아니다.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기에 시드니를 전부 휘젓고 다닌 줄 착각했지 뭐. 물론 산책도 조심조심 해야하는 건 맞다.

 

  부인과 남편이 이리 다른 내용을 쓸 수 있나 싶어 읽다가 놀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박연준 작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를 읽으며 방심하다가 장석주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어벙벙해졌다고나 할까.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나. 사랑하는 사람끼리도 이러한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마음같지 않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 사이에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가 너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예상한 것은 박연준 작가가 풀어가는 것과 같은 이야기였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있었고, 이런 사람들을 만났고, 혼자 이런 생각도 했다. 그래서 장석주 작가의 사색적인 글을 읽고 놀랐다. 흠? 이건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인가. 아니면 그냥 사람과 사람의 차이점일까?  장석주 작가를 실제로 만나면 엄청난 문학인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고 그 중에 몇 가지 유난히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호주에 이민간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카지노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에-나도 잃어버려도 괜찮을만큼 들고가서 다 날리고 싶다- 쓰고 싶지만 아는게 없어서 쓸 수 없는 안타까움). 한국에서 살기가 어려우니 이민을 가자!는 말을 인터넷에서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건 심심찮게 듣는다. 나도 한국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은 것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난 이민을 갈 수가 없다. 이민자의 삶, 변두리 인간의 삶, 내 뿌리를 멀리 두고 가는 삶을 난 살아낼 능력이 없다. 내가 주류가 아닌 곳에서 사는 것,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화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곳에서 사는 걸 난 견뎌내지 못했다. 하지만 난 돈을 벌지 않았다. 낯선 곳에서 돈까지 벌며 사는 건 정말 고단하겠지. 그런 곳에서 살아가기를 시작하는 젊은 부부에게 노부부가 '살아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그 말 말고는 나오지를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 책은 뒷표지의, 박연준 작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김민정 시인의 글을 먼저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와인 한 병이 누워 있다'는 부분을 읽으며 이 부부가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소파'처럼 사는 게 이런 일들만 이어진다면 매일매일 즐거울거다(소파가 사고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다른 두 사람인 것 같은데 오래오래 잘 살 것 같기도 하다. 그러기를 응원한다. 결혼 축하해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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