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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16.07.17

by 푸휴푸퓨 201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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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엄청 흐리기는 한데 비는 오지 않는다. 베란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이따 짐 들고 나갈 때 비가 오려나. 비가 오면 힘이 들게 뻔하지만 비가 왔으면 좋겠다. 막상 맞닥뜨리면 별거 아닐 일들일거고 다 할만 할거고 사람들도 좋겠지. 나도 안다. 지금 나는 의미없는 생각만 하고 있다는 걸.


  기운을 내려고 해도 기운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냥 이제 어리광을 부릴수도 없다는 것이 싫은 거지? 앞으로는 절대 회피같은 건 통하지 않을 거고, 모든 일을 감내해내야 하는 시간이 펼쳐졌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한다. 바보같다는 건 잘 알고 있지.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느즈막하게 취업해놓고 아직도 놀고싶다는 타령이나 하니 참 한심하다. 어쩌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더 나은 걸지도 몰라. 오늘 혼자서 방에 남겨졌으면 또 얼마나 외로웠겠어. 안그래?


  시간이 또 앞으로 간다. 나는 뒤로 돌리고 싶은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시간이 또 앞으로만 간다. 돌리고 돌려서 몇 주 전으로 돌리면 나는 지금 행복했을까. 그건 또 아닐 것 같은데. 항상 지금에 감사해야 한다는 건 나도 알지만, 지금 왜 이렇게 투정만 부리는지 모르겠다. 그만 징징대면 좋겠어 내 자신아. 내 징징거림을 스스로 듣는데 듣는게 너무 지친다. 이제 애쓰지 않아도 그냥 힘이 났으면 좋겠고, 투정은 그만하면 좋겠어. 제발 멀쩡해져라 좀. 이래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잖아.


  또 눈 질끈 감고 일주일만 참으면 돼. 그럼 나아져 있을거야. 아마.



오후 9시 56분


  혼자 사택에 있다. 사택은 깨끗하다. 지은지 1년도 안 된 아파트다. 널찍하고 조용하다. 대리님은 남편한테 가신 것 같고, 빈 방 주인이 될 한 명이 오늘 올 줄 알았는데 아직인 것을 보니 오늘은 안오나보다. 그 방에서 잘 수도 있지만 지금도 별로 불편하다는 생각이 없어서 말이야. 와이파이가 없다는 사실 빼고는 불평할 게 없다. 씻고 쉬고 있으니 편안하다. 거봐, 쓸데없는 걱정이라니까.


  내일 회사에서도 시간이 잘 가서 또 나에게 거봐, 쓸데없었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방이 잘 구해지고 그 방에 금방 나가 살 수 있게 되면 정말 금상첨화일텐데. 나쁠 때는 외면하려고 하지만 좋을 때는 한없이 믿게 되는 운세에 의하면 이번 주 내 운세는 짱짱짱짱짱이니까 아마 모든게 잘 풀릴거다. 이런 마음이 오전에는 안통했는데 지금은 통하는 걸 보면 기분이 나아지긴 나아졌나봐. 


  내일 사무실에서도 일 잘 배울 수 있길, 내가 전주를 더 좋아하게 되길, 희망을 많이많이 찾아가게 되길, 조용히 생각한다. 대리님이 들어오셔서 뭔가 살림을 시작하신다. 으음, 뭘 해야 하나. 대리님도 나를 어색해 하시던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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