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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책장의 정석 - 나루케 마코토

by 푸휴푸퓨 2016.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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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주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서재 인터뷰 모음집 류의 책은 아주 좋아하지! 읽지 않았지만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게코스키의 독서편력>은 내가 주저하는 사이에 표지가 바뀌었다. 얼른 읽어야지... 여하간 그런 류의 책들 중에 요즘 가장 떠오르는 책은 바로 이 책, <책장의 정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학의 정석도 아니고, 책장의 정석이라니!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좋아하는 저자가 강한 어조로 책은 이렇게 정리하는게 좋다! 서평은 이런거다! 하고 외치니까 어쩐지 따라가야 할 것만 같다. 확실히 책 읽기에 대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이다. 무조건 따를 생각은 없지만 덕분에 독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뭔가 하나를 파고드는 내용에 대한 책은 서양인 저자보다 일본 저자가 더 와닿는 것이, 세밀하게 파고드는 느낌이 난다. 어쩜 그렇게 꼼꼼하니.

 

  '신선한 책장', '메인 책장', '타워책장'의 분류는 아주 멋졌다. 저자는 갓 산 책들을 모아 놓는 신선한 책장, 집중해서 완독하는 메인 책장, 가까이 두고 자료로 이용할 타워 책장을 소개한다. 신선한 책장은 지금 당장 나에게도 필요하다. 책상 위에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막무가내로 쌓여 있는데, 크기에 따라 구별해 두고 나갈 때마다 하나씩 슥- 집는다니, 딱 좋다. 딱 좋아.  

 

  그러나 메인 책장에 역사, 과학, 경제를 주로 넣고 픽션은 모아놓지 않는다는 신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책의 기능을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난 책을 자기계발을 위해 읽는 게 아닌걸. 감정과 공감이 목표면 어때서? 물론 이런 것은 각자 알아서 조정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다. 메인 책장을 수시로 업데이트 해 주어야 한다거나 메인 책장의 변화를 찍어 관리해 두는 것은 썩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다만 나는 저자만큼 책을 많이 살 경제적 능력이 없을 뿐...

 

  짧게 지나가는 문장들에 배움을 얻는 것이 많았던 책이었다. 1)과학은 처음부터 전부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니 우주를 입문으로 시작하면 좋다. 2)서점에 가면 실제 경기를 체감할 수 있다. 3)일본에 가면 도쿄의 북디렉터가 꿈과 돈에 얽힌 것에 관련한 책으로 꾸며 놓은 'd-labo'와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을 꼭 들르자. 특히 쓰타야 서점은 우리 나라의 많은 서점들도 모델로 차용하고 있고, 또 컨시어지(concierge)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보고 충격을 받을 정도로 신선했던 부분이기에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단원. 서평을 어떻게 하면 잘 쓰는가, 에 대한 부분이 있다. 저자는 '서평은 개인적인 생각따위 필요 없다. 서평은 도서 감상문이 아니고 문예 작품도 아니다. 서평은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만 설명해라. 서평을 쓸 때는 개성을 봉인해버려라.'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서평은 누가 쓰더라도 비슷한 문장이 읽기 편하다고 좋다.... 아.... 내 서평(이라 쓰고 감상문이라 이해하는 이 글들은)은 주어가 '나'인데... 허허, 앞으로 그냥 감상문이라 부르며 계속 이대로 써야 할 지, 서평이라 부르며 노선을 바꾸어야 할 지 고민이 된다. 에잇! 난 내 생각도 쓰고 싶단 말이야!

 

  저자에 따르면 이상적인 서평은

1200자에서 2000자 사이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총괄1: 책이 어떤 식으로 재미있나 설명하기

총괄2: 1에서 말하지 못한 재미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기

에피소드1: 재미를 구체적으로 쓰기, 두 번째로 재미있던 부분 언급하기

에피소드2: 책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쓰기(1보다 더 재미있게 쓰기)

(감상): 앞의 두 에피소드에서 내가 어떻게 재미있었는지 비유하기

저자 소개 및 일러스트, 장정 언급

대상독자 추천

정리: 읽는 사람이 이 책을 읽겠다는 결단을 내리도록 밀어붙이기

 

 

    과연 나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내 나름의 방식을 밀어내고 '객관적이고 세련된' 서평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책 읽기 고수에게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사실 난 맨 앞에서 "읽은 책을 전부 기억할 필요는 없다"를 발견하고부터 이미 그에게 넘어갔다.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라. 그의 의견에 동의하더라도, 동의하지 않더라도 읽으면 후회하지 않을만한 책이다.

 

추신 -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 장서가들에 관한 방송이 있는데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것도 분명 재미나게 들을 것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에피소드라 추천해 본다. 뭐, 빨책은 항상 사랑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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