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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18.12.25.

by 푸휴푸퓨 2018.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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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라는 휴일을 특별하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연인과 크리스마스를 보낸 추억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기억할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1주일 조금 더 되어서 만난 너는 오늘따라 머리가 잘 만져졌다고 했다. 멋지다는 생각이 한없이 차올랐다. 몇 번을 말했다. 오늘 멋지다. 오늘 멋지다 너.

  적당히 즐거운 대학로의 연극을 보고, 너가 좋아한다던 커리를 먹으러 갔다. 그런데 너는 그런 현지식 커리는 오히려 처음이라더라. 웃음이 났다. 아마 무엇을 먹자고 했은들 나는 웃으며 좋아했을 것이다. 내 앞에 앉아있는 것이 너라서, 그 외에는 크게 상관이 없는 기분이었으니까.

  밥을 먹고 사람이 없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이렇게 골라도 되나 싶게 오로지 사람이 적은지만 따져서 들어간 카페였는데 고른 음료의 맛이 좋았다. 잘 들어왔다며 음료를 마시는 네 사진을 찍었다. 쳐다만 보고 있어도 좋으니 나중에 또 열어봐야지. 혹시나 닳을까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여섯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네가 정각에는 일어나자고 했다. 데이트를 나오는데 네 어머니가 저녁에는 좀 일찍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단다.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없는 저녁을 생각하신 걸 알고, 두 분이 혹여나 쓸쓸할까 마음이 쓰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이었는데, 너였는데, 쳐다만 봐도 행복했는데. 가지 말라고 해야할까, 나 두고 정말 가고싶냐고 땡깡을 부려야 할까, 삐지거나 화를 낼까, 보통 사람들은 이런 때에 상대를 보낼까 붙잡을까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떠올랐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보내주었다. 화도 내지 못했고 무어라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너한테 내가 화가 났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서, 그런 화는 내지 않는 편이 낫겠거니 했다. 다만 집에 가는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나는 바로 집에 들어가지는 않을거라 말했다. 지금 이른 저녁에 들어가면 분명 부모님이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 물으실거다. 네가 부모님때문에 집에 갔다고 할 순 없으니 적당한 시간에 알아서 들어가겠다고.

  마음이 아프다. 네 잘못도 내 잘못도 없는 그런 일이고, 아무한테 무어라 말할 일도 아니지만 그냥 나는 조금 슬프다.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난 내 앞에 앉아있으면서 집의 부모님 걱정을 하는 너의 모습을 보느니 보내주는 편이 낫다. 내 앞에서 다른 하고 싶은 일의 생각을 하게 하느니 그냥 보내준다. 그게 항상 내가 취한 선택이었다. 너는 이런 나에게 착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말에 내 선택지는 더더욱 없어진다. 그냥 착하게 굴어야 할 것 같다.

  내 앞에서 고민을 하느니 보내주는 편을 선택하는 내가 착한지, 그저 회피하는 행동인지, 자신이 없어서인지 나는 판단할 수 없다. 화를 내거나 떼를 쓰는 나를 너는 좋아해 줄까. 자신이 없어서 마지못해 보내주고 티를 내지 못했단 사실을 알아도 나를 너는 정말 좋아해줄까. 아무데도 이런 고민을 이야기할 수 없어서 그냥 나는 PC방의 타닥거리는 키보드로 이런 글을 끼적인다. 마음이 좀 가라앉았으면 해서. 즐겁게 데이트했다고 집에 웃으며 들어가야 하니까.

  너는 내가 최근에 빠진 게임을 하느라, 부모님과 함께 케이크를 먹는 파티가 끝났다는 너의 카톡에 대답하지 못하는 줄 알 것이다. 아마도 그 편이 서로에게 나을 것이라 위로해 본다. 이렇게 하면 네가 행복하겠지. 나는 정말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행복을 바라면서 스스로 을인양 행동하는게 얼마나 꼴사나운 일인지 아는데, 그 꼴을 벗어나지를 못하겠다. 너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내가 제대로 사고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3일 후에 다시 생각해 보면 별 일도 아닐 것이다. 속 편하게 잘 보내줬다 믿을 것이다. 이런 일이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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