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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슈슈 - 김상득

by 푸휴푸퓨 201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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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on Naver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김상득의 반전 에세이『슈슈』. 복잡하고 모순적인 현대인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눈웃음을 지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나타내는 ‘슈슈(^^+ㅠㅠ)’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일상의 소소한 웃음이 묻어나고, 인생의 짭짤한 눈물이 배어나는 글들을 담아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이야기,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등 100여 편이 넘는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와 도넛을 먹으며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아침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글쓰기와 화투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하고, 봄이 오고 황사가 오면 천식 발작을 하는 저자가 거친 숨이 겨우 가라앉고 한동안 마음이 아득해질 때마다 떠올리는 천식이의 눈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인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미와 가벼움으로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는 소심하다. 아무도 안보는 블로그랍시고 대범하게 뭣좀 써보려 노력하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소심하다. 일단 질러놓고 소심 해지는 스타일인데 여하튼 나는 소심하다.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무심코 집어 든 책을 읽다 마음이 뜨끔 해지며 소심 파워가 마구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자가 조한웅 씨를 알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낭만적 밥벌이'의 리뷰를 쓰면서 힐난을 가득 써 놓았는데 그분의 지인이 그분을 언급한 책을 읽으니 마음이 따끔따끔했다. 심지어 내가 재미없다고 한 깍두기 삼십대를 보고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느냐고도 했지. 부정적 언사가 가득한 글을 올려놓고 내내 신경 쓰였는데 이건 뭐, 이름만 보고도 화들짝 놀라는 처지가 되었다. 허허허. 나는 상당히 소심한 사람이다.

 

  슈슈는 저자가 만든 이모티콘으로 웃으면서 동시에 우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특히 기성세대임을 인정하고 젊은이인 척 하지 않으나 오히려 그런 깨끗한 승복(군데군데 젊음을 갈망하는 자신을 유머로 만들어 놓으신 것 까지)이 더 젊어 보였다. 마음이 젊은 사람! 살아온 세월이 제법 된다는 이유로 귀를 완전히 닫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이 귀를 닫는 사람이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은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젊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글이 좋은데 이 아저씨 유머는 정말 내 스타일이다. 한국의 장년층은 힘들다. 아르바이트에서도 충분히 느끼는 것처럼 직장을 다니는 남성은 더욱 그렇겠다. 이분도 웃음을 섞어 쓰지만 삶이 가볍지만은 않을 테다.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아저씨를 많이 측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여하튼 전형적인 아저씨이고, 아저씨 유머를 구사하고, 아저씨 정도의 보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솔직담백유쾌하게 쓴 책은 오늘 나의 아르바이트를 아주 재미있게 꾸며주었다.

 

  나의 페이스북에 에세이는 요네하라 마리처럼, 소설은 모리미 도미히코처럼 쓰고 싶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 날은 일본 책 서가에서 책을 읽었기 때문에 두 명 다 일본인이지 일본인만 닮고 싶다는건 절대 아니고, 어찌 되었건 저 둘은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나의 횡설수설이란) 만약 내가 한 50대쯤 되어서 자식들이 다 20대로 갓 성인에 접어들고 나는 노인은 아닌데 젊은이도 아닌 장년층이 되었을 때 에세이를 쓴다면 이 아저씨처럼 20대의 젊은이도 웃을 글을 쓰고 싶단 마음이 들어서다. 아직은 좀 가망이 없는 이야기인데 우선은 내 필력이 좋지 않아 책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다. 그래도 혹시 쓴다면 말이야. 겉치레는 던져두고 솔직하게 유쾌하게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그런 말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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