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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5.14. 두 번째 부서라는 장(章)을 마무리하며

by 푸휴푸퓨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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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마무리가 예쁘진 않았지만 한때는 정말이지 사랑했던 부서에서의 생활이 끝났다. 2년 4개월 있었네. 그곳에서의 시간을 정리해 본다. 기록하지 않으면 마지막만 기억하게 될 것 같아서.

 

1.

  자료실에서 매일 이용자를 만났고, 내가 이용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 자료실 근무였다. 많은 책이 이용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서가에서 보물 찾기처럼 옛 서적을 찾아내는 일도, 낡고 떨어진 책을 간단하게 수선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민원이 들어오면 -물론 민원이 좋진 않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내 모습도 좋았다. 양해 구하기. 예쁘게 말하기. 이용자 전화만 오면 벌벌 떨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악성 민원인의 전화도 그러려니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를 도운다는 사실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었다. 그것에 능숙해지는 일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2.

  사업 발주와 용역 업체 관리를 배웠다. 이전의 부서는 예산을 집행할 일이 전혀 없는 부서였다(그래서 마음이 편했다). 계획안을 쓰고, 계약을 요청하고, 업체와 만나고, 일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주고, 검수를 하고. 낮은 난이도의 사업으로 사업 진행을 익혔다. 덕분에 수월했다. 이제 수행할 다음 난이도의 사업도 잘 해봐야지 싶다.

 

3.

  좋은 상사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됐다. 사람이 좋은 사람, 자유를 주는 사람, 사생활을 묻지 않는 사람.. 다양한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좋다. 일을 잘해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 회사에 우리는 살러 간 것도, 친구를 사귀러 간 것도 아닌 일하러 간 거니까. 배울 게 많아서 긴장되는 상태와 익숙해서 편안한 상태 중 나는 뭘 더 선호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같은 일은 2년까지만 하는 게 덜 지루하다.

 

4.

  창밖이 보이는 자리는 경치가 참 훌륭했다. 날이 좋으면 좋아서, 나쁘면 나빠서 창밖을 보는 게 좋았다. 계절의 변화가 한눈에 보여서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걸 어느 때보다 세세히 느꼈다. 자연을 바라보는 일, 지나다니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 모두 좋아했다.

 

5.

  끝내 한자 실력의 대단한 도약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모르는 한자가 많다. 공부를 한다고 시작만 하고 늘 며칠 가지 못했다. 필요하다 생각할 땐 그때그때 해야 하는 법. 기회가 지나가 버렸다.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힘겹기도 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어느때 쯤은 일하는 게 좋아서 행복하기 짝이 없었다. 그만하면 됐지. 이제는 지나갔고, 같은 구성원과 같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녕. 내가 좋아했던 부서야. 내가 아꼈던 시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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