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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5.18. 잘 적응하고 있어요

by 푸휴푸퓨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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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려니 지출의 개념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써야 하는 지출인 교통비와 점심값이 늘었다.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주 빽빽하지는 않은 지하철에서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도 좋고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번화가에 매일 나가니 새로운 곳을 구경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녁이나 주말에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는 집착도 줄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교통비는 최대 7만 원 중반이 나오겠지만 10% 카드할인이 되니 6만 원대로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용돈에 그렇게 책정해 두었으니 큰 무리는 없지. (다만 하반기에 요금 인상이 있다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도 20분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여러모로 새로운 상황이 부담스럽지 않아 신경 쓰지 않는다.

  휴대폰 요금은 8GB 요금제로 바꾼 지 몇 달이 되었다. 집과 회사의 와이파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미리 재미있어 보이는 영상을 오프라인 저장해 둔다. 덕분에 볼 게 없어서 지루한 상황은 한 번도 겪지 않았다. 노래도 싹 오프라인 저장해 둬서 영상 볼 기분이 아닐 때 요긴하게 쓴다. 덕분에 2만 원 초반대 지출로도 풍족하다. 앞으로도 데이터 용량에 욕심내진 않을 듯.

  점심값은 하루 예산을 12,000원으로 잡으면 되겠다. 일주일에 3일은 맛있는 식당에 가고, 하루는 내부 식당을, 하루는 도시락을 먹을 계획이다. 어느 날은 조금 비싼 걸 먹고 어느 날은 조금 싼 걸 먹을 테니 12,000원이면 크게 놀라울 일은 없겠다. 여러모로 한 달에 20만 원이면 넉넉하겠거니 싶다.

  번화가로 넘어왔으니 근무지의 이점을 살리고 싶다. 가까운 공연장과 포스터에 눈이 즐겁다. 이것도 저것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고민하다 한 달에 한 개만 보기로 했다. 보통 7시 반에서 8시 공연이니 혼자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면 딱 맞겠더라고. 대신 덜 좋은 자리로, 한 공연당 5만 원 이하만 쓰기로 한다. PT 선생님의 조언대로 재관람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막공에 가까운 공연을 고르는 것도 잊지 않고. 이쯤 되면 만족스럽다.

  요즈음 작고 소소한 걸 사는 버릇이 생겼더랬다. 여전히 핸드크림, 립밤, 향 나는 제품이 좋지만 충동 구매는 그만하련다. 순간의 행복이 인생을 좌우하는 건 맞지만 삶 전체를 바라보며 적당히 절제하는 것도 기분이 좋다. 새 지출이 생긴 만큼, 그리고 그 지출들이 또 나를 기쁘게 해주는 만큼 여타의 것은 참는다. 쉬운 일이다.

  나는 안정을 좋아하고, 루틴이 있는 게 좋다. 새 환경에 맞는 깔끔한 틀을 구성한다. 삶이 정원인 양 꼼꼼히 물을 주고 가꾸고 있다. 잡초가 자라도록 절대 내버려두지 않겠다.

 

머리를 잘랐다. 며칠이 되었는데도 기분이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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