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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TC

[Exhibition Review] 미셸 들라크루아展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by 푸휴푸퓨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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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친한 동기들과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미셸 들라크루아展’을 다녀왔다. 뮤지컬을 예약하러 들어갔던 인터파크에서 얼리버드 표를 발견했거든. 연말에 딱 어울릴 그림이 포스터에 있었지만 인파를 피해 1월 초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한파가 몰아친 주말, 바람을 뚫고 (사람이 적으리라 기대하며) 예술의 전당에 갔다. 30분 단위로 관람객을 입장시키는데도 전시장 안은 북적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있는 광경을 보면 들라크루아 할아버지는 기뻐할까? 이미 너무 많이 겪었던 일이라며 관심 없을지도, 혹은 그 모든 것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그림만 그릴 지도 모를 일이다.

 

 

  미셸 들라크루아는 이번 전시로 처음 알게 된 화가인데, 예매할 때 포스터를 보고 편견이 생겼다. 적당히 팔리는 예쁜 그림만 있는 전시겠다 싶었다. 예쁘장하면 굿즈도 좀 사야겠다 싶었는데, 전시를 보며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전시는 화가의 70대 이후 작품이 200점 이상이 전시되었다. 비슷한 그림을 무슨 200개나 그렸나 싶었는데 관람하다 보니 편견이 깨졌다. 반짝 나왔다 사라지고 말 예쁜 그림이 아니라 노(老)화가가 평생을 다해 연마한 표현으로 그려진 작품이구나. 20년 이상 같은 화풍을 유지한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나는 1년도 같은 일을 하기가 힘든데!). 예쁜 게 다가 아니었다. 스스로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절을 상상하며 그리는 게 이 화가의 목적이고, 그게 하필 그의 인생에서는 멋진 파리였을 뿐.

 


 

  그림마다 작은 포스터로는 볼 수 없는 섬세한 색감이 캔버스에 가득했다. 고령이신데 손은 안떨리시는지, 이렇게 자세히 그리려면 어깨가 안으로 잔뜩 말리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관람을 했다. 성실하게 그렸을 화가의 열정이 그림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림마다 느껴지는 뭔가 해맑은 정서는 또 뭔데. 아무것도 몰라서가 아니라 많은 시간을 겪어낸 사람의 단단한 맑음이 느껴졌다.

  1930년대를 낭만적으로 보는 프랑스인에게 식민지 국가의 국민으로써 미묘하게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어쩐지 인생에 아주 큰 고난은 없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90세 이상이 되어서도 유지하는 자신의 기조가 있다는 건,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리란 생각에 멋진 할아버지로 기억하기로 했다.

  나는 홍보물에 많이 사용된 파리의 반짝이는 모습보다 들라크루아의 가족 별장이 있던 이보르 관련 그림이 더 마음에 들었다. 굿즈샵을 열심히 둘러보았는데 마그넷이 제법 예뻤다. 그래도 꾹 참고 엽서 한 장만 샀다. 대신 같이 갔던 동기들과 인생네컷을 찍었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프레임으로 나오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이보르에서 파리로 오는 길. 차 안이 얼마나 아늑할까 싶어 골랐다.

 

 

추신: 그나저나, 이제 전시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면 안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들라크루아전은 4, 5장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관람을 하면서 앞사람이 감상 때문에 늦게 가면 참을 수 있었는데 사진을 찍느냐고 멈춰 서면 조급증이 났다. 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나도 한 장 찍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골라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파는 소년. 강아지 퀸. 내리는 눈. 눈 쓰는 여인. 오순도순한 가족. 귀여운 소녀까지. (2층에도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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