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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27

2021.3.29. 미니멀라이프는 모든 삶의 해답이 아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지만 아름다운 물건도 좋아한다. 장식할 곳도 없으니 참자며 늘 소비하고픈 나를 막는다. 미니멀 소비주의자의 타협점은 스티커여서, 내 물건은 대부분 스티커가 붙어있다. 내게 미니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쁜 것을 모으고 싶은 마음이다. 언니의 신혼집은 맥시멀리스트의 둥지라 부를 만하다. 콜라를 60캔 샀는데 그마저도 제로콜라와 일반 콜라를 각각 샀다. 새 냉장고를 샀지만 자취 때 쓰던 냉장고도 그대로 둔다. 광파오븐이 있지만 전자레인지도 있어야 하고, 그래도 에어프라이어는 다른 이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했다니 다행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집이 물건으로 가득할 듯한데 사진을 보면 또 그렇게 휑하다. 텅 비어있는 벽과 장식품 하나 없는 집. 언니는 인테리어에 얼마나 애를 썼는데 그런 반.. 2021. 3. 29.
물건 버리기 100일 챌린지 4: 심플하게 살아가는 풍요로움에 대하여 *심플하게 살아가는 풍요로움: 이나가키 에미코,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발췌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처음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외할아버지와 친할머니의 유품 정리 때문이었다. 소유자가 사라지자 처분하기 애매한 물건이 가득 생겼다. 그나마도 자식이 많아 힘이 모였지만 혹여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내 짐을 치워줄 사람은 없을 테다. 누군지 모를 남은 사람이 써야 할 시간과 노력이 미안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의 가치는 대부분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여행길에서 산 기념품, 몇 번이나 읽은 책,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편지와 추억의 사진 등은 그 물건을 손에 넣게 된 과정이나 그것을 얻기 위해 지불한 대가, 물건에 얽힌 사연에 대한 기억이 물건의 가치를 실제 이상으로 높인다. 따라서 물건은 기억해.. 2020. 11. 20.
물건 버리기 100일 챌린지 3: 그래서 새로 뭘 사고 싶다고? 앞의 두 편의 글에 밝힌 바와 같이 정리 후 비워진 방은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든다. 이 상태가 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었는데 어지를 일 없이 한결같이 쾌적하게 유지되고 있다(사실 지난주에도 책 한 박스를 팔았다!). 그렇지만 물건을 비우는 과정이 내내 순탄하지는 않았지. 이번에는 고비를 넘겼던 이야기다. 어느 순간 방에서 더 정리할 물건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버리기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하루 1개 버리기 챌린지였지만 하루에도 몇 개씩 칸을 채웠던 터라, 80여 개의 목록을 완성할 즈음에는 버리는 물건의 개수에 심하게 집착하고 있었다. 본질은 잊어버리고서 미련이 한참 남은 물건을 억지로 떼어내려니 괴로웠다. 마음이 축축 처졌다. 때로는 문제를 멀리서 봐야 잘 해결된다. 시선을 방에서 집으로 돌렸다. .. 2020. 9. 29.
물건 버리기 100일 챌린지 2 :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작은 노하우 100일 간 매일 버린 물건을 기록했다. 어느날은 여러 개를 한 묶음으로, 어느 날은 아주 작은 것 하나만 버렸다. 미련의 크기는 물건의 사이즈와 관계가 없었다. 100개 목록을 다 채우고도 한참 많이 정리했지만 목록은 100개에서 멈추었다. 이 중 다시 필요했던 물건은? 물론 없다. 목록을 다시 들여다보며 이런 게 있었구나 싶을 뿐. 정리 방법은 이미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어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도 나만의 순서대로 살짝 정리해 본다. 1 비슷한 물건을 묶어내자 정리할 때 가장 쉬운 단계. 학용품이나 충전선, 의류 잡화까지 모두 각자 비슷한 물건끼리 묶어보면 겹치는 물건이 몇개씩 나온다.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면 방마다 비슷한 물건이 겹쳐 더 그렇다. 모아둔 물건 중 가장 상태가 좋은 물건 하.. 2020. 9. 9.
물건 버리기 100일 챌린지 1 : 물건 100개를 줄여내다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맥시멀을 사랑하는 취향은 구제할 길이 없어서, 여전히 책상 앞 메모판은 엽서로 가득하다. 가득가득 채워져 있는 모양을 보면 기분이 좋다. 대학생 시절 장식품이 가득한 방을 보여준 기록(방 자랑, 향수 자랑)을 보면 나의 맥시멀리즘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많은 물건을 다 좋아했어. 그런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으니 이 얼마나 큰 일인지. 작년부터 짐을 줄여나가는 내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감탄했지만 나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그래서 2020년 목표 중 하나로 "방 안의 물건을 절반만 남기자!"를 세웠지. 정리만 하면 되니까 쉬우리라 믿고 야심 차게 절반이라 정했다. 결심은 좋았지만 막상 1년 가까이 정리한 방을 더 비우자니 쉽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필요한 물건만 남아있는.. 2020. 9. 7.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2 - 알맹상점 고금숙 활동가의 책과 듣똑라 출연을 통해 알게 된 알맹상점이 올여름 재오픈하였다는 소식에 호시탐탐 갈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다녀왔지! 합정역 근처에 있는 알맹상점은 알맹이만 판매한다는 개념이 특이하기도 하고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된 곳이라 그런지 나 말고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노스페이스 유튜브를 관리하는 젊은이가 촬영 허락을 받기도 했다(올라오면 나도 봐야지).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물건을 구경하면서 하나같이 유용하다는 투로 이야기하니 듣는 내가 괜히 기뻤다. 물건을 사는 사람도 제법 많군. 다만 내가 머무르는 동안 리필용기에 물건을 담아 구매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차 옆에 '용기를 내서 용기를 쓰세요!'와 비슷한 멘트가 있어 크게 공감했다. 흘릴새라 떨리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더라고.. 2020. 8. 7.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1 - 지구샵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 검색을 하다가 지구샵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핫플레이스와는 거리가 먼 우리 동네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해서 꼭 가야겠다고 눈독을 들였지. 아름다운 가게에 물건을 기증하고 버스를 타고 가니 으아니 이게 웬 재래시장이야. 성대시장의 복작복작함에 장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샵을 찾아갔다. 지구샵 스마트스토어를 열심히 둘러봤던 터라 무슨 물건을 파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살 물건도 정해두고 갔다고! 내심 아주 작은 가게 이리라 짐작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넓었다. 자세히 둘러봐도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말이다. 두 바퀴를 돌았다. 제로웨이스트 샵은 처음 가본지라 구경이 흥겨웠다. 혼자서 어설프게 에코 프렌들리를 외치다가 전문가의 든든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우선 .. 2020. 8. 7.
당근마켓 사용기 3 - 실전 거래를 위한 작은 팁(내가 편하려면) 수십 건의 당근마켓 거래 끝에 당테기(당근마켓 권태기)도 겪고 해서, 당근마켓에 질리지 않고 계속 물건을 처분할 노하우를 정리해 본다. 앞편과 겹치는 내용도 있지만 이전에는 '잘 팔리고 좋은 거래를 하려면'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편하게 계속 거래하려면'에 집중했다. 포인트는 딱 하나다.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고 "거래 챗은 최대한 짧게!" 1 거래 약속: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를 "단호하게" 기재한다 나는 특정 지하철역에서 평일 저녁 때만 가능함을 명시했다. "거래 가능한가요?"와 같은 채팅이 들어오면 "네~"하고 멈추지 않고 바로 "네! ㅇㅇ역에서 ㅇㅇ시에 가능하신가요?"로 시작한다. 조건을 워낙 명확하게 적어뒀던 터라 가부 여부에 대한 답도 빨리 오고 혹 시간은 바꾸더라도 장소를 바꾸려는 사.. 2020. 7. 30.
미니멀리즘 Part 4. 플라스틱 멀리하기 (feat. 고금숙 활동가,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딱히 환경운동가처럼 물자를 절약하고 재활용을 완벽하게 생활화했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그저 가만히 있기에는 마음이 불편한 고민 많은 개인이다. 세상에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굳이 추가하고 싶지 않은 그런. 박막례 할머니의 빈티지 그릇 영상을 보았다. 빈티지 물건 구경을 좋아하는 내게 아주 신나는 내용이었다. 스물몇 살에 사셨다는 노란 플라스틱 용기는 얼마나 잘 보관해 두셨는지 새것처럼 깔끔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고 싶었던 마음이며 예쁜 그릇을 원했던 살림하는 여성의 마음이 느껴졌다. 할머니 덕분에 보는 내내 빵빵 터졌다. 정말 즐겁게 영상을 보고 껐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물건을 줄이다가 할머니의 플라스틱 그릇이 생각났다. 5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아서 예뻤던 노란 그릇은 어쩜 그럴까. 20대의 할.. 2020. 7. 8.
미니멀리즘 Part 3. 물건 줄이기 (아름다운가게 편) 올해 목표 중 하나로 방 안의 물건을 반으로 줄이기를 잡았다. 간결하고 단순한 삶, 너무 멋지잖아.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선택은 기증이었다. 기부가 하고 싶은데 선뜻 현금을 더 내기는 부담스럽던 차였으니 일거양득이렷다! 집안에 휘저으며 쓰지 않는 새 물건을 모으고 보니 크게 두 박스나 되었다. 가까운 아름다운가게로 들고 가려니 무거워서 혼이 났지만 나름 신이 났다. 주면서 신나기 쉽지 않은데 좋은 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더라고. 괜찮은 물건을 모았더니 산정된 기부금 액수가 제법 커서 방을 정리한다며 마구 버렸던 물건이 아쉬워졌다. 기증 과정에 별 게 없다는 걸 알고 나니 두 번째는 더 쉬웠다. 커다란 이마트 가방을 옷장에 넣어두고 오며가며 기증물품을 수집했다. 가게에 서너 번을 다녀오고서.. 2020. 6. 2.
당근마켓 사용기 2 - 실전 거래를 위한 작은 팁(잘 팔리려면) (들어가기 전, 나는 대형 제품보다는 손으로 들고 다니며 거래할 수 있는 크기의 물건만을 교환해보았음을 일러둔다. 커다란 소파를 거래하며 용달까지 부르면 더욱 복잡한 상황이 생기겠지. 아득하여라.) 제품 소개 (사진) 1. 여러 상품을 한 번에 올릴 경우 상세샷 첨부 괜찮은 신발들이 올라와 둘러보는데 판매자와 발 사이즈도 맞고 발 모양도 비슷한 듯했다. 그런데 8켤레 이상을 떼샷으로 딱 한 장 올려두었더라. 신발 당 앞, 뒤로 한 장씩만 찍어 올려줘도 판단에 도움이 될 텐데 떼샷에 작게 있는 모양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었다. 찔러보기 거절한다는 멘트까지 보니 다른 사진은 없냐고 묻기도 미안해서 지레 포기했다. 찍을 땐 잠시 귀찮겠지만, 구매 결정 전 추가 질문을 줄여줄 테니 판매자에게도 편한 일이다. 2.. 2020. 5. 8.
당근마켓 사용기 1 - 잠들어 있는 물건을 깨울 기회 올해 들어서 당근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발견했다. 즐겨 보던 디에디트라이프에서 당근마켓 사용기 영상이 올라오고 당근마켓 대표의 인터뷰가 네이버 메인에서 보이더니만 회사 동기가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파는데 괜찮다는 평까지 했다. 소소한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니 버림과 기증으로도 정리 갈증을 다 채우지 못한 내게는 신세계와 같았다.시청소감: 에디터B는 정말 대단한 소비러다 (그나저나 에디터B의 글은 참으로 재밌읍니다) 직거래에 대한 두려움을 뚫고 아마존 킨들을 올린 후 나는 벌써 열 건이 넘는 거래를 했다. 팔릴까 싶었던 물건이 한 시간 이내로 연락이 오고 당연히 팔리리라 생각했던 브랜드 제품은 며칠이나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팔기에 미안한 물건은 무료 나눔도 많이 했다. 아름.. 2020.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