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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놀아요

by 푸휴푸퓨 2016.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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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도록 칩거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늘을 보내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아도 당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상처를 입게 된다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등 복잡한 일이 생겨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 행운의 시간은 오후 11시, 행운의 물건은 영화, 행운의 장소는 미술관, 행운의 색상은 다크그레이 입니다.




  칩거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라기에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택했다. 시기상 나쁠 것이 없다. 나는 혼자서 생각을 좀 해야하고, 앞으로 혹시나 혼자 살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하고, 그렇든 저렇든 하지 말아야 할 생각들을 하는 나를 다독이고 앞을 보게 만들어야 하니까.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다. 친해지는 사람들에게 혹시나 다음주 화요일에 작별을 고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해할까, 그럼에도 섭섭할까, 내가 상대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잘 모르겠는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섭섭해서 그들도 섭섭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사실이 그러하다. 나는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섭섭하다.


  한편으로는 헤어지지 않게 될 경우의 나를 생각한다. 나는 마음이 자꾸 떠난다. 출판 과제를 해야 하는 것이 탐탁치 않다. 내가 평생 출판 마케팅을 하면서 행복해 할 지 잘 모르겠다. 내가 마케팅을 하면서 행복해 할 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책을 읽고 싶다. 다른 이에게 읽으라고 권해보고도 싶다. 하지만 팔고 싶은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남는 것이 두렵다. 이곳에 끝까지 남을 경우 맞이하게 될 미래가 무섭다.


  헤어지는 것을 섭섭해 하면서 남는 것이 싫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을 버텨내기가 힘에 겹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운세가 나쁜 것을 보면서 내가 기분이 안좋은 지금 하필 지금 운세가 나쁘게 나오는 것인지 운세가 나빠서 기분이 가라앉는 것인지 구별이 안된다. 그저 가라앉는 기분을 어떻게 올릴까 고민하고, 사람들에게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분을 올리는 방법이 효과가 있도록 애쓴다. 


  정말이지 애를 쓰는 일을 그만 두고 싶다. 빨리 모든 것이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정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에 가능성이 있는 지금이 좋다. 나는 아무와도 헤어지지 않아도 되면서 미래도 꿈꿀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생각이 끝없이 이어진다. 고통스럽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고 해서 내 기분이 완전히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다만 견뎌야 하는 시간에 잠깐이나마 현실을 잊게 해 줄 것들을 찾고 있을 뿐이다. 나는 오늘만, 주말만, 그리고 월요일까지만 붕괴하지 않고 잘 견디면 된다. 무너지는 모래성을 다시 쌓으려는 사람처럼 나는 무너져내리는 나의 파편들을 하릴없이 올리고 또 올리고 있다. 지치는 일이다. 아무나 붙잡고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주말은 어찌저찌 시간이 갈 것이다. 다음주 월요일에만 붕괴하지 않으면 된다. 참으면 된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행복할 이유들이 있어서 사실 결론 자체는 그리 상관 없어진 참이다. 그만큼 너무 괴롭다는 말이기도 하다. 참아야지. 이런 것들을 군말없이 감내해 내는 것이 어른인지도 모른다. 내가 언제 될 지 모르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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