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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 마스다 미리

by 푸휴푸퓨 2019.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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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는 대단하다. 평범하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하는데 그 힘이 몹시 세다. 그녀의 신간이 나오거나 미처 읽지 못했던 예전 작품을 찾아내면 허겁지겁 읽게 된다. 늘 그렇듯 읽고 나면 마음에 여유와 편안이 생긴다.

 

  오늘은 기분이 영 좋지 않다. 비가 오기 직전의 어둑한 날씨 탓일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몸 탓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이유는 명확히 알고 있다. 점심시간에 누구에게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혼자서는 언짢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인해 생각이 이리저리 튄다.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조심할 것, 내 욕심을 차릴 것, 모두 멀리할 것을 다짐하는 메모를 썼다. 숨이 막혀서 구원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마스다 미리를 찾았다. 제목부터 따뜻하다.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말 그대로 그녀의 평범한 작가 생활을 담은 이야기다.

 

  평범하고 느긋하다하면 되게도 만만한 사람 같지만, 책 내용을 보면 마스다 미리는 서양화를 전공했고 카피라이팅에 재주가 있음이 꽤나 증명된 사람이다. 게다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도쿄로(마치 서울로) 상경하는 결단력도 지녔다. 나의 재능과 열망에 그만한 확신과 배포를 가지기가 쉽지 않아서, 나와는 다른 그녀가 부럽다. 멋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은 더 멋지다.

 

나는 대부분의 일에 크게 흥미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본답니다. 찾고 있는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
특이한 이벤트를 발견하잖아요. 일단 가보기로 한답니다.
사실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갑니다. 찾고 있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니.
이따금 만날 수 있는 찾고 있던 무언가.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만나기 위해.

 

그러나 가보기로 합니다. 알고 싶은 겁니다.
밤의 산이 어떤 세계인지, 라기보다
그 산을 보고 나 자신은 어떤 기분이 들지,

 

  사람은 35살 이상이 되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다던데, 나는 아직 35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지금을 유지하고만 싶어 하는지.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마스다 미리를 통해 힌트를 얻는다. 무엇을 찾는지는 모르지만 찾고 있던 무언가라니! 새로운 나를 발견하면 얼마나 신선하겠어! 이런 생각을 해내는 그녀가 너무 상큼하다. 그녀의 상큼함에 눅눅한 내 기분이 조금은 보송해진다.

 

사람에게는 못하는 일이 있어도 되는 것 아닌가.
못하는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
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일 그것도 역시, 그 사람을 만드는 거죠.
잘하는 일만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에요.
(중략)
모두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서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갑니다.
손해를 보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득만 보는 인생도 좀 그렇잖아.

 

  손해 보듯이 살아야 한다. 길게 보면 그것이 더 행복한 삶이더라. 그 말의 뜻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인터라 항상 그러려고 노력을 하는데, 하는데... 조금이라도 (내가 예상치 않은) 손해를 봤다거나 무시를 당한 기분이 들면 마음에 악다구니가 생긴다. 그래? 나한테 이랬어? 두고 보자. 내가 뭐든지 더 잘해서 자근자근 갚아준다 다시! 오늘의 화에 치여 있는 내게 마스다 미리가 말을 건넨다. 마스다 미리가 생각한 손해와는 맥락상 조금 다른 손해이기는 하지만 그래. 득만 보는 인생도 좀 그렇다는데. 그게 뭐 별거라고.

 

다시 차분한 하루를 보낼 것이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그런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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