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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사람들이 벗어날 수 없는 마음의 구조

by 푸휴푸퓨 201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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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을 자주 본다. 그 유명한 판춘문예도 있지만 별 관심없고, 나는 살면서 마주치는 문제를 위한 좋은 대처법을 많이 찾아본다. 특히 대인관계 문제,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거나 실수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현명한 묘안을 많이 배운다.

 

  오늘은 판을 읽다가 열등감에 빠진 사람들, 특히 뚱뚱한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 지에 대한 댓글을 읽었다.

 

'나는 뚱뚱해 - 나를 좋아하지 않을거야 - 어 좋아해주네?

- 아 이사람이다 - 어 떠난다 - 역시 내가 뚱뚱해서..'

   

  완벽한 내 이야기여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나는 어릴때 부터 뚱뚱했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낮았다. 고3 시절 이를 악물고 뺐지만 뭐, 대학 합격 소식 기다리면서 말짱 다시 찐건 이제 아쉽지도 않다. 살을 뺀다는 말은 계속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여하간 나는 오랫동안 뚱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10대 시절 자존감 대신 자존심을 드높혔다. 성적을 자존심의 척도로 삼고 모든 사람에게 날카롭게 대했다. 질문이 무엇이든 모른다고 대답하기 싫었다. 덕분에 공부에 욕심도 내고 쓸만한 대학에 오긴 왔는데, 더 이상 공부를 가장 잘 하는 사람으로 있기가 어려웠다. 내 공부 수준이 대단한 줄 알았는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자주 확인했다. 나는 공부에 지쳤고,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내 성격에도 지쳤다. 자존심 부리기는 그만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나를 인정하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외모 열등감을 없애기 위해 남들을 똑바로 보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눈을 마주칠 때마다 외모를 생각하느라 고개도 똑바로 들지 못했다. 남들도 이병헌이나 김태희처럼 생기지 않았고 나는 평균보다 조금 뚱뚱하지만 그렇다고 추녀도 아니라는 생각, 평범한 외모라는 생각을 머리에 넣으려고 애썼다. 더불어 내가 타인을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않듯 나도 외모로만 판단되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주입시켰다.

 

  이렇게까지 나를 못난이로 여겼다니 슬프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야 평범한 수준의 자존감이 회복되었다. 그렇게까지 못나게 볼 필요는 없지. 나는 이제 나를 혐오하지 않고 심리학 수업에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감대신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단 회상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일. 나를 이성적으로 좋아할 사람은 없다는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 남자들은 날씬한 여자 좋아하잖아? 댓글에서 날카롭게 지적한 뚱뚱한 사람의 매커니즘은 여전하다. 싫다.

 

  사랑받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 주어야 한다. 안다. 이제는 어느정도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가봐. 사람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정도는 그냥 나를 좋아하는 정도인걸까? 나는 언제쯤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힘들다. 이 마음은 살을 빼면 사라지겠지. 말처럼 쉬우면 이렇게 살지도 않았을 거다. 하... 인터넷에서 읽은 한 구절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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