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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by 푸휴푸퓨 201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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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카피라이터는 두 명이다. 웹툰을 그리기도 하는 루나님과 내 심정적 멘토 박웅현님.. 박웅현님은 우연찮게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을 읽고 그 이후부터 출간하시는 책마다 쭉 읽고 있고 인터뷰도 찾아본다. 정말 여러 방면에서 나에게 영향을 준 분이다. 책에 흠집 하나 내지 않고 읽으려던 습관을 버렸고, 하고 싶은 직업은 단 한 가지여서는 안된다는 말도 새겨넣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여덟 단어'는 철마다 한 번씩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다른 사람이 말하면 흘려 들을 것도 이 분이 하면 한 번씩 꼭 말씀을 곱씹어본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런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읽기 위해 가져와보니 저자가 11년째 박웅현님과 일한 카피라이터라는 거다. 아냐,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어. 이미 충분히 넘어갔는데 그 밑 추천사는 무려 오소희 작가님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할 때마다 '이런 삶도 있지'하며 떠올리는 분. '직업이란 무엇인가'를 한없이 고민할 때 답을 보여준 책을 쓴 사람. 이 카피라이터 뭐야. 뭔데!

 

  책을 읽다보니 한 인터뷰에서 박웅현님이 언급한 같이 일하는 카피라이터인 것을 알았다. 철학과를 나와서, (내가 보기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시험을 통과한, 그 시험이 아니었더라면 어디에도 취직을 못할 것 같았던 사람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이 사람이 얼마나 풍부한 정신의 토양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책은 이제껏 그녀가 해온 읽기, 듣기, 찍기, 배우기, 쓰기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내게 읽다와 쓰다가 눈에 드는 것은 그것을 내가 유난히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받아들인 읽기와 쓰기가 그녀의 의도와 달라도 그녀는 용서해 줄 것이다. 모든 독서는 기본적으로 오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모든 독서는 기본적으로 오독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오독의 순간도 나에겐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그 책은 나와 교감했다는 이야기니까. 그 순간 그 책은 나만의 책이 되었다는 이야기니까.

그때 나를 성장시켰든, 나를 위로했든,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든, 그 책의 임무는 그때 끝난거다.

 

  읽다를 읽으며 이 책을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년 후에도 이 쑥색 커튼을 치고 있다면 내 인생은 그것으로 끝장이다,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만둬야 했다. 2009년이 좋겠다 싶었다."는 문장들 때문에. 일상을 사랑하자고 말하는 그녀의 글이 나에게 살짝 (좀 많이) 간지러운 감이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 지루한 일상에 함몰되어 있을 미래의 나에게도 다시 한 번 이 부분을 읽어보라 말하고 싶다.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어디에 있어도 그건 마찬가지일거야. 그 하나의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지만, 또 그만큼 그 사실을 무시하는 나니까.

 

  김민철 작가는 정말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특히 기억력. 책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그녀의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는 대화며 이름이며 얼굴이며 겁나게 잘 기억해대는 나와는 너무 달라 솔직히 와닿지 않았다(때론 기억하는 것이 잊는 것만 못하기에 결국 받아들이고 사는 인생은 매한가지일 뿐..). 하지만 작가의 여행 만큼은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 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하지만 프리마돈나의 노래를 잘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으려면 무엇보다 다시 한 번, 지금의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오독해서 느낀 건 바로 그것이겠다.


  나는 내가 이 책을 30대 중반 쯤 다시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임에 틀림없는데 겪은 것이 아직 부족해서 제대로 못 느끼는 내가 너무나 느껴진다. 조금만 더 알면 이 문장도 저 문장도 더 와닿을텐데. 그리고 몇 년 후에 이 책을 다시 읽고 절절하게 다시 느낄 때, 그때 쯤 작가의 책이 더 나와있기를 바란다. 이러저러 풍요로운 삶을 살아 가시다가 다시 한 번 그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그때 또 읽고 '이 책을 더 느끼려면 난 더 시간을 살아야 겠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 소개를 무심코 넘기지 않고 찾아 읽어서 참 다행이다. "'다행이다'라고 쓸 수 있어 진실로 다행이다." 다행이라는 말의 소중함을 아는 작가란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에 또 문득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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