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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6.20. 평온을 익히는 중

by 푸휴푸퓨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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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온은 왔다가도 가고, 없다가도 생긴다. 어쩐지 마음이 안정적인 것은 주말 중 ‘평온을 비는 기도’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와, 바꿀 수 없는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생각한다. 원문은 포기하는 데 용기를 더하진 않았지만 나는 용기가 필요해서, 힘내서 편안해지는 법을 연습하는 중.

 

1.

  넷플릭스에서 ‘나만 몰랐던 부자 되는 법’ 4편의 아매니와 맷 부부를 보는데 맷이 아매니를 보는 시선이 사랑 그 자체였다. 남자가 여자를 엄청 사랑하네. 여자도 알고 있네. 갈등이 있던 부부였기에 좋아진 모습이 내 마음까지 설레게 하더라.

  남편이 아내를 사랑한다는 걸 익숙하고 쉽게 알아챈 이유는 하나다. 네가 종종 나를 바라보는 표정과 똑같았으니까.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네가 또 좋아졌다. 익숙하고도 설레는 내 귀염둥이야. 내 표정에서도 내 사랑이 드러나기를, 그래서 네가 필요할 때 나로 인해 힘을 얻었으면 한다.

라미르 세티는 미국판 남자 부자언니인 듯한 인상..ㅋㅋㅋ

 

2.

  마쓰우라 야타로의 ‘나만의 기본’을 읽었다. 다양한 미니멀리스트의 책을 읽은 터라 여간해서는 신선하다는 기분을 못 느끼는데, 이 책은 달랐다. 물건을 줄이자는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삶의 모든 영역에 근본을 세우자고 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정해둔 기준이 있고 이유가 있다. 이만큼 확고한 취향을 가지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시도를 해보지 않았을까 싶어서 더욱 멋졌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사고방식이 감탄스러운 책이었다. 조금 인간미가 없기는 한데, 본받을 점이 상당하다는 감명깊은 결론. 한 번 더 읽고 반납해야겠다.

 

3.

  셸비 반 펠트의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을 읽었다. 제법 두꺼웠지만 마음 편한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훅훅 넘겼다. 문어의 시각에서 인간을 쳐다보고, 진심으로 상대와 교류하는 마음이 좋았다. 인간의 오만함에 지겨워질 때가 있지. 나머지 인간의 이야기는 판타지처럼 현실성 없이 깔끔히 해결됐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주인공 토바는 어떤 사건 이후 단단하게 인생을 견디며 노년을 맞이했다. 요즘은 시간을 견디는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게 평범히 흘러가야 하는 시간. 자세히 보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 나도 모르게 흘러갈 수도, 지옥 같이 흘러갈 수도, 너무 행복해서 눈 깜짝할 새 다 가버릴 수도 있는 시간. 자꾸 시간을 생각하는 건 인생이 예전보다 빨리 흘러가는 듯 느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 수록 빨리 간다는 말이 뭔지 알겠단 말이야.

  일본 책에 일본 특유의 정서가 있듯 미국이나 유럽의 소설에는 그 지역 특유의 정서가 있다. 외국인이 한국 도서를 보면서도 한국인의 정서를 느낄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생각이 이제야 떠오른다는 게 신기했다. 내내 나라(문화권) 별로 소설의 감상을 떠올렸으면서, 정작 우리나라는 어떤지 전혀 몰랐다니.

 

 

  먼 미래를 생각하며 사서 걱정하지 않고, 당장의 오늘 할 수 있는 만큼에 만족한다.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적의 일상을 사는 법이라고 결론 내렸지. 일보일경(一步一景)을 체득하자고 했었더랬는데,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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