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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6.23. 소소하게 흥미롭게

by 푸휴푸퓨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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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 4호선을 자주 타는 요즘,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한 열의 좌석수가 7개인 지하철도 있고 6개인 지하철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좌석이 천으로 된 지하철은 보이지 않는다(박수!). 당연히 모든 지하철이 좌석이 7개인 줄 알았는데, 어느 눈썰미 좋은 분이 6개인 경우도 있으니 살펴보라고 알려주었다. 문득 편안해서 왜 그럴까 생각하다 깨달았다고. 이 말을 들은 후 3일간 좌석을 살폈는데 한 열차의 좌석이 6개였고, 그분 말대로 쾌적하니 기분이 좋더군. 문득 마주쳤을 때 행운이라 느낄 지점이 하나 더 생겼다.

  둘째, 기관사님이 때때로 친절한 방송을 한다. 미리 멘트를 준비하시는 것일까? 방송을 하는 날이 정해져 있을까? 일에 찌들어 퇴근하던 어느 날,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해서 선택을 하지만 항상 최고일 수는 없다며, 그저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에 마음이 따수워졌다. 7호선이나 2호선에서는 이런 방송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신기하단 말이지. 자꾸 4호선에 정이 든다. 기분이 좋아.

4호선과 강북이 좋아진 이유 하나 더, 혜화경찰서 앞 수세 소시지 핫도그가 기가 막혀서!

덧, 지하철과 관계 없지만 정든 좋은 것을 말하려다 보니 떠올라서 메모한다. 혜화 경찰서의 교통민원실로 가는 골목 앞에 수제 소시지 핫도그집이 있는데.. 너무 맛있다. 너무 맛있어! 소시지가 약간 매콤하면서도 초리조 같은 스타일인데 하.. 설탕 발라서 핫도그 먹으니까 얼마나 맛있게요? 빵 옷은 두껍지 않고 겉이 바삭바삭하다. 위치와 거리뷰도 남겨둔다. 저 동네에 가면 꼭 먹어야지. 종로5가역 갈 일 있으신 분들 제발 먹어주세요! 두 번 머겅!

갑자기 몹시 진지하게 핫도그 기록.. 지금 나 진심이다!🌭🌭🌭

 

2.

  김규림, 이승희 작가의 ‘일놀놀일’을 읽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나는 기분이 찌무룩해서 이 책의 제목과 모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을 노는 것처럼 하다니, 흥미로운 회사를 다니는 당신은 될런지 몰라도 나는 지리멸렬의 끝을 달려서 불가능하단 말이오. 불퉁해진 마음에 두 저자의 인터뷰가 떠도 휙 넘겨버렸다.

  그런 내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늘따라 이 책에 흥미가 솟구쳐서 순식간에 읽어냈다. 너무 재밌는거야. 이런 주도적인 마음으로 일한다는 게 진심으로 멋지고. 사실 내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잘 알지(소속이 바뀌어서 시스템이 다 변했는데 모른 척은!). 이곳은 누군가의 입맛 때문에 의미 없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구체적인 목표에 맞춰 실용적인 업무를 하고, 주도적으로 틀을 짜서 나아간다. 틀을 짜 본 적이 없기에 자주 힘에 겨운 상황에 맞닥뜨리지만 극복하느라 고심하는 시간도 좋다. 일 다운 일을 하고 있어! 이곳에서 나는 많이 성장하겠지, 마음이 흥겹다.

  앞으로도 작은 조직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감히 생각하였다. 앞날을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지만 그냥. 아무튼.

+ 자기소개와 관련해서 이승희 저자가 다음 세 가지를 다짐했다고 한다. 1) 나를 세상의 기준대로 규정하지 않을 것 2) 나를 여러 개의 자아로 규정할 것 3) 내가 규정한 대로 변화해갈 것. 7월에 2023 목표 중간 정산을 한 번 하려고 생각하는데 요때 한 번 '나를 여러 개의 자아로 규정'해 보려고. 당장 생각나는 건 "거북이 헬스인"인데, 독서에 관한 부분과 성격에 관한 부분도 떠올려 보려 한다. 명사로 정돈해 두면 재밌겠다.

 

3.

  책이 잘 읽힌다는 건 마음이 안정되었다는 뜻이다. 요즘 이 책 다음은 저 책으로, 또 다음 책으로 넘나들며 신나게 글자를 먹어치운다. 이렇게 되는데 두 달이 걸렸네. 새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어 달이란 사실을 배웠다. 화이팅. 수고가 많아.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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