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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4.2.13. 헉 발렌타인데이가 내일인걸 지금 알았다면

by 푸휴푸퓨 2024.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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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_^ 날짜 쓰다가 갑자기 깨달았지만 발렌타인씨와는 상관없이 데굴데굴 지나가는 나의 날들. 초콜릿 아무 때나 사 먹으면 된다 이 말이에요.
 

1. 평화야 오라

  드디어 회사가 좀 평화로워졌다. 사고 수습을 마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것이 드디어 개시되고, 샘플을 일부 받았는데 내가 강력 주장한 게 꽤나 호평을 받고. 기억력이 짧아서 이틀쯤 평온하니 되게 오래 편안했던 양 기분이 좋더라. 드디어 마음을 조금 놓는 연휴 직전이었다.
 

2. 미혼의 명절은 놀다가 간다

  명절에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매일 놀았다. 엄마와 먹고 싶은 전을 소량만 부치고(부엌 바닥이 끈적끈적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너무나 좋은 자리에서 보았다(환호가 절로 나와). 이케아에 가서 가구 구경을 하고(언젠가 사리라 마음먹은 조명은 참 예쁘더군) 몇 달째 안 보던 영화 ‘괴물’도 보았다(감상은 아래). 물론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는 날도 있었지. 4일간의 연휴가 시작될 때부터 연휴의 끝이 두려웠지만, 막상 출근할 타이밍이 되고 보니 늘 그랬던 것처럼 회사로 빨려 들어간다. 또 애를 쓰는 일상, 3월 1일까지 버텨보자고!

노트르담 자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심지어 앞자리 사람 안옴)

 
 

3. 괴물에 연령 제한이 있지는 않잖아요?

  영화 ‘괴물’을 보았다. 명성이 자자해서 궁금했는데 깔끔하지만 내 취향은 아닌 영화였다(스포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각 잡고 본 적이 처음인데 나에겐 지루했다. 여러 시점으로 사건을 보여주니 이렇구나 저럴 수도 있구나 생각은 하는데 사건 진행이 느린 느낌이랄까. 특히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3부에서 아이들의 감정에 동화되지 못하고 이 영화 언제 끝나나 싶었으니 말 다했다.
  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해석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은 순수한 피해자라는 시각. 두 아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랬건 어쨌건 거짓말로 호리 선생의 인생을 망쳤고, 초등학교 5학년이라면 그 정도의 상황 파악은 충분히 될 나이다. 개중 착하고 좋은 어른이라 생각했던 사람에게 가장 먼저 피해를 주고 미안하다고 읊조리면 끝인가? 그 나이에 그 정도의 거짓을 일관성 있게 하는 건 꽤나 영악한 일이지 않나? 나는 아이가 교장 선생과 함께 관악기를 부는 장면에서 이제 구제받을 수 없는 거짓말쟁이의 업보를 공유하게 되었다고 느꼈다.
  이래저래 내 눈에는 아이들도 일정 부분 괴물로 보였는데 블로그고 유튜브고 찾아보니 다들 아이들은 순수한 피해자고 슬프고 행복하기를 빈다 엉엉 같은 이야기만 한다. 우리는 특정한 괴물을 찾으려 애쓰지만 어쩌면 모두가 서로에게 괴물이고, 나아가 관객 우리가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영화 주제 안에서 나는 아이들도 괴물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깔끔한 점, 관람 후 해석을 찾아보고 다양하게 해석을 하고 싶게 한다는 점에서 잘 만든 영화라는 점에는 동의하는 바다. 보면서 왜 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4. 미뤄왔던 이야기를 진전시키긴 해야한다

  남자친구에게 삼켜왔던 이야기를 꺼냈다. 너를 내내 기다리면서 우리의 미래에서 확신이 흔들렸던 적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예전에는 네가 말한 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네가 말한 기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이유로 결혼이 유예될 것 같다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 옆에 있다는 사실이 많이 지친다고. 지레 결혼을 포기해야겠다 생각하다 보면 마음에 너무 상처가 많이 난다고.
  사실 이런 마음을 말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결혼은 어찌 되느냐 묻는데 머뭇거리다 기다리는 게 너무 지쳐 이제는 결혼을 포기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한 번 말해보라고 하더라고. 의외로 남자들은 그런 거 잘 모른다며. 정말 몰라서 느긋한 걸까 몇 주를 더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우리는 서로 말을 해야 안다고 몇 년간 말해왔으니까.
  너는 절대로 결혼하고 싶지 않아 그런 게 아니라면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지 안다고 했다. 정말 알까? 너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주겠다고 했다. 네가 대답을 금방 해줄 것 같지 않다. 이미 금방 대답해줄 리 없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그런게 아니라고 곤란해하는 너의 표정이 이미 답인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한 달쯤 기다리면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대답 없음도 답변이니까, 네 답을 받으면 나는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럴 줄 알았어서 묻고 싶지 않았다. 확인 사살이 되어버릴 거란 예상을 제발 뒤집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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