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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4.2.27. 다정도 병인 양하여

by 푸휴푸퓨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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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이 흘러간 한 주 일상. 평온하다니, 복된 한 주였군요? 사부작사부작 기록해 본다.
 

1. 혼자 공연 보기

  혼자 다니며 나와 만나는 시간을 좋아한다. 오래간만에 단독으로 뮤지컬을 보러 갔다. 멋진 외출로 만들고 싶어 미리 저녁 메뉴도 골라두었다. 퇴근 후 맛있게 저녁을 먹고 무대에 푹 빠져 공연을 봤다. 평일 한 중간 밤늦게 돌아다니기는 역시나 피곤해지만 기분은 좋았다. 가끔 나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가 있다. 대충 쭈절거리다 보면 몰랐던 마음속 깊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잠깐의 밤 외출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관람한 공연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였다. 최근 유튜브에서 어느 영상을 보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울렸다. 내가 너의 성공에 발목을 잡는 게 아니고, 너의 도전을 내가 하찮게 여기는 것이 아님이 될 때. 변화가 많은 시기에 평생 갈 동반자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멋진 배우와 좋은 스토리.

저도 가끔은 캐스팅보드를 찍습니다

 

 

2. 다정도 병인 양하여

  지난 금요일이 생일이었다. 생일에 감흥이 없어 카카오톡 생일 알림을 꺼두었는데.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생일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기대하지 않았을 때 받는 다정한 축하의 힘이란. 몇 없는 친구들에게 모두 축하를 받았다. 맨날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는 사람인데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좋구나, 다정함이란. 나도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3월 5일에 생일인 친구가 있으니 축하해 줘야지.

고맙소 여러분

 
 

3. 파묘와 웡카의 대결

  간단하게 짧게 쓴다. 파묘는 잘 만든 오컬트 영화였다. 네 배우의 연기가 아주 멋졌다. 하지만 오컬트 장르가 내게는 맞지 않는다. 웰메이드인 걸 알면서도 즐기지 못하는 쫄보는 할 말이 없다.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웡카를 보는 게 힘들까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사람이 파묘를 보는 게 힘들까. 아무려나 서로를 위해 시간을 참는 건 마찬가지다.
 

4. 돈 많은 사람이 많아, 돈 없는 사람이 많아

  지난 주말, 엄마가 한 턱 쏘신다고 하여 형부까지 다섯 가족이 모두 모였다. 점심을 먹다 줍줍 청약으로 로또가 되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저녁 외식으로 모던샤브하우스에 갔다. 한 번은 가보고 싶었는데 맛있고 속이 편해서 58,0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해도 갈만했다. 미리 예약을 해두었더니 편히 먹고 올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 보니 웨이팅으로 소파가 북적였다. 
  어제는 조명을 보러 다니다 신세계 강남점까지 갔다. 본관 9층에 올라갔더니 유명한 수입 가구는 다 입점해 있었다. 이제는 1,000만 원짜리 가구를 발견해도 놀랍지 않다. 40만 원대 단스탠드를 보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인테리어는 공부를 할수록 눈만 높아진다. 지하에 내려가서 갓 문을 연 스위트파크 구경도 했다. 케이크 한 조각에 8,000원이면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키 하나에 4,900원. 괜찮지.
  최근 ‘일인칭 가난’과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읽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던 가난, 사회적 자본을 전혀 제공하지 못하는 가정환경, 쉽게 찍히는 낙인, 극기(克己)의 고통스러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느냐는 오로지 운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단다. 실제로 노력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바꿀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빈부격차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다. 나만 생각하고 사다리 한 칸을 더 올라가고 싶어 애쓴다. 나보다 돈 많은 사람이 참 많고, 나보다 돈 없는 사람이 참 많다. 가끔 이쪽저쪽으로 모두 놀라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번 주는 유난히 한 주 안에 양쪽을 다 느낄 수 있었다. 자본주의가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오면 우리는 어떻게 분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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