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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정리하고 싶은 가구 이야기 1 (책상, 의자)

by 푸휴푸퓨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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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 달간 회사의 프로젝트라고 지칭했던 것의 초기 샘플을 납품받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지친다. 집에 필요한 가구나 겨우 구입해 본 사람들이 대량의 가구 앞에서 무엇이 최선일지 고심에 고심을 한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라 다행인 일. 내가 지칠 땐 동료가, 동료가 지칠 땐 내가 힘을 내자고 억지로 끌고 간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가구의 세부 사항에 몰두하는 시간이다. 가을이면 이 레이스가 끝난다. 몇 달이나 더 치열해야 한다니 숨 가쁘지만, 몇 십 년간 뿌듯해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바닥 끝까지 열정을 퍼내 본다. 

 

1. 책상

  책상의 높이는 대체로 비슷하다. 기성품 의자와 맞을 높이를 찾는다면 70~75cm가 무난하다. 이것은 책상 높이뿐만 아니라 상판의 두께에도 해당되는데, 상판이 너무 두꺼우면 앉을 때 다리에 거슬리거나 착석한 후 다리를 꼴 수 없는 등의 미묘한 불편함이 발생한다.

  몸과 많이 닿는 상판의 재질이 다리의 재질보다 훨씬 중요하다. 흔히 아는 일반 시트지 마감부터 세라믹, 포세린 등의 도기류 마감, 통원목, 집성목, 합판 등의 나무 마감, MDF에 도장 마감, 페닉스, 클린터치 등 고급 시트지 마감까지 다양한 재질이 있다.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촉감을 잘 떠올려보면 선택이 쉽다(나는 싫은 걸 소거해 나가는 게 편하다. 흠집이 잘 나는 무른 나무는 싫다거나, 싸구려 시트지는 싫다거나, 팔이 차가운 건 싫다거나…). 더불어 재질과 상관없이 요즘 대부분의 테이블에 적용되는 테이퍼드 엣지 마감이 얄쌍하니 보기에도 좋고 몸에 닿는 촉감에도 좋다.

테이퍼드 엣지 (출처: 퍼시스)

 

  몇 달간 다양한 책상을 보면서 내가 집에 책상을 사야 한다면 무엇을 살까 생각했는데, 나는 무난하게 고급 시트지 마감에 우드 다리 책상을 살 것 같다. 나무의 따뜻한 분위기가 좋고 상판은 청소가 쉬웠으면 좋겠거든. 책상이 나무로 묵직한 대신 사이드 테이블은 유리 상판을 구매하지 않을까(아크릴 안됨 유리여야 됨). 무게감의 경중을 생각하며 상상 속 방을 채운다.

 

2. 의자(공부, 사무용)

  공부할 때 쓰는 의자는 압도적으로 바퀴 의자가 대세다. 하지만 바퀴가 마음대로 밀리는 데다가 (내 눈에) 못생겨서 나는 덜 선호하는 편인데, 바퀴 없는 책상 의자를 찾으려 하면 온통 식탁 의자만 나온다. 아니, 좀 더 오래 앉아있을 의자는 없어요?

  의자는 나무, 철재, 플라스틱(폴리~계열) 의자가 있다. 소재를 혼합해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체가 플라스틱인 의자의 품질이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다. 플라스틱이라고 다 같진 않군. 하지만 뭐랄까, 내 기준엔 자연의 냄새가 너무 없게 느껴진다. 비트라의 팬톤체어처럼 우아한 곡선을 살린 디자인을 보면 플라스틱을 고를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Vitra APC(All Plastic Chair) Butter Cup 색상 - 사진으론 나무 의자에 도색과 다를 바가 없어 놀랍다.
Vitra Panton Chiar (Bordeaux) - 우아한 곡선에 자유로운 색상까지, 무게감도 묵직하다.

 

  의자는 팔걸이의 유무도 중요하다. 나는 팔걸이에 팔을 그다지 걸치지 않는 편이라 몰랐는데, 많은 사람이 팔걸이의 중요성을 역설해서 놀랐다. 다만 책상 안에 의자를 자주 넣는 경우 책상과 팔걸이가 부딪히는 부분에 흠집날 확률이 높으니 소재를 잘 골라야 한다(팔걸이가 없고 등판이 닿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나무는 여지없이 문드러지곤 한다.

  허리 하단에서 엉덩이 부분이 막혀 있느냐, 뚫려 있느냐도 체형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다. 막혀 있어도 곡선의 모양에 따라 또 다르니 직접 앉아보고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의 취향을 한 번에 만족시켜야 한다면 아예 뚫린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다. 

알아서 앉기 vs 평평한 등판 vs 딱 곡선까지 정해주기 (출처: 벤텍퍼니처)

 

  오래 앉을 것을 생각해 방석의 유무를 고려할 수도 있고, 옷이나 가방을 걸 수 있을만한 등판 모양인지도 생각한다. 모든 니즈를 만족시킬 순 없지만 생각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집에서 나는 나무 의자를 쓴다. 딱딱한 착석감과 나무의 촉감이 좋다. 바퀴 의자가 대세인 세상이지만 여전히 나와 같은 취향이 많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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