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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4.4.9.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까?

by 푸휴푸퓨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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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 구경은 동네 구경만큼이나 재미있다. 있지도 않은 집에 가구를 어떻게 놓을지 상상한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가구는 어떤 모양이었지? 남의 돈으로 가구를 살 때는 보이지 않던 가격표가 내 돈으로 사려니 크게 확대되어 눈에 들어온다. 좋아하던 가구는 대체로 살 수 없는 수준이다.

  거실엔 소파와 TV 대신 큰 테이블을 놓고 싶다. 마음에 드는 무인양품 테이블을 찾았는데 높이가 평범치 않아(일반 테이블 높이보다 10cm 낮다) 고민하던 차, 몇 년 전 좋아하던 유튜버의 거실 테이블이 생각났다. 비슷한 것 같은데 그건 높이가 어떠려나? 열심히 유튜브를 뒤져 사진 검색을 돌렸더니 글쎄, 내가 찾은 그 테이블이지 뭐야. 취향은 한결같다.

  좁은 집에는 낮은 가구를 두면 집을 넓어 보이게 한다. 낮은 테이블에 소파인지 라운지체어인지 모를 의자를 두면 거실에 테이블을 놓는 인테리어이면서도 소파 역할을 할 의자를 둘 수 있다. 궁리해 보면 요모조모 마음에 들기는 한데, 문제는 테이블 높이가 10cm 낮으면 의자 높이도 10cm가 낮아야 한다는 점. 세트 구성된 의자 말고는 살 수가 없다. 테이블은 마음에 쏙 들지만 의자는 그렇지 않아 고민이었다. 어쩌겠어. 지난 주말에 실물을 보러 갔다.

 

무인양품 리빙 다이닝 테이블 (출처: 무인양품)

 

  고양 스타필드의 무인양품이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해서, 뚜벅이 둘은 버스를 갈아타며 열심히 고양에 갔다. 그런데 있잖아요. 가구가 그 자체만으로 예뻐서는 되는 게 아니더만요? 실물로 본 테이블은 평균보다 체구가 큰 나와 남자친구에게는 너무나 쁘띠 했다. 너를 억지로 의자에 앉혀 보았는데 억지는 억지더라고요. 냅다 편하게 앉을 수 있어야 할 라운지체어에 구겨져 있는 너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이 먼 곳까지 군말 없이 끌려와 쪼그리고 있는 너. 너는 본인의 앉은키가 커서 테이블 낮은 게 더 불편해 보일 수 있다며 방어를 시도해 주었지만, 그래.. 고맙기도 하지. 나는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시킨 점에 사과하며 깔끔하게 테이블을 포기하였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더라면 짜증에 짜증을 냈을 터인데, 내가 좋아서 갔더니 일이 어그러져도 너털웃음이 나오고 재미만 있더라. 무인양품에 입점한 밀도에서 빵과 커피를 사 먹으니 상당히 즐거웠다. 다만 둘 다 버스 멀미를 하는 터라 여정이 쉽진 않더라고. 나는 가구만 보면 그래도 행복하지만 너는 꽤나 피곤할 테니 조금은 쉬엄쉬엄 계획을 짜기로 했다. 가구 구경을 좋아합니까? 네! 좋아하는 일이면 삽질도 할만합니까? 네! 다음은 파주로 가고 싶은데, 날씨가 너무 더워지기 전에 따악 한 번만 다녀와야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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