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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집중해서 알아보지 말아야겠어 (feat. 식탁)

by 푸휴푸퓨 2024.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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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준비를 위해 몇 가지를 알아보다 번뜩 얻은 깨달음은, 깊게 알아볼 수록 비싼 것이 좋으니 차라리 덜 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로 모든 방면에서 보태보태만 발현되지 깎아깎아는 없더라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지 그렇지 않은 분야인지도 가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오래 남을 것들이라 욕심이 난다.

  그리하야 가구 중 가장 먼저 열심히 알아본 식탁의 종류를 소개하는 것을 끝으로 다른 품목의 가구는 너무 깊게 파지 않기로 했다. 그냥 적당한 걸 사고, 나중에 능력이 좋아지면 하나씩 좋은 것들로 바꿔야지(그렇게 나중은 오지 않으려나).

  식탁은 상판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편이 좋다. 우선 1)필름 2)원목 3)세라믹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 필름

  필름은 LPM(Low Pressure Melamine)과 HPM(High Pressure Melamine)사이의 스펙트럼이 몹시 다양하다. 보통 우리가 많이 보는 필름은 LPM으로, 공공기관에 가면 볼 수 있는 가구 수준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진으로는 깔끔하지만 막상 보면 비싼 티는 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애초에 비싸지 않으니 비싼 티가 날 리 없지!). LPM에서 가격대를 올리면 PET가 나오는데, PET 정도만 해도 좋은 필름이다(예를 들어 싱크대를 필름으로 감쌀 때 PET라면 준수한 선택이다).

  그러나 요즘 식탁에서 유행하는 고품질의 필름은 단연 페닉스다. 페닉스는 이탈리아 회사 이름인데 이 회사에서 부드럽고 오염에 강한 신소재 필름을 출시했다. 가뜩이나 필름은 관리가 쉬운데 그 중에서도 원탑이라니! 고급감이 느껴지는데 관리는 편하니 일석이조다. 다만 가격이 높은 것이 문제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회사에서 클린터치라는 페닉스와 거의 유사한(사실 일반인은 구분하지 못할) 소재를 개발했다. 식탁에 많이 쓰일 흰색은 두 소재의 색상이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나란 가성비 인간은 클린터치 식탁을 찾아 헤멜 수 밖에.

카피가 넘쳐나는 프리츠 한센의 식탁(feat. 페닉스)

 

 

2. 원목

  원목 식탁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냥 나무라고 보면 된다. 원목 통판(우드슬랩)을 사용하는 식탁은 거의 없으니 넘어가고, 집성목 식탁의 가격은 일단 나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겠다. 원목은 무엇보다 관리가 까다로운데, 자연 소재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매력이기도 하고!

  원목 식탁은 오염이나 열에 약하고 아무래도 다른 소재에 비해 흠집이 잘 난다. 그러다보니 식탁 유리를 올리거나 두꺼운 고무비닐을 많이 까는데, 나는 예쁜 원목을 가리는데다 그 사이에 끼는 먼지가 싫다. 나무를 좋아해서 원목 식탁을 오래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오래 써야하니 포기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물론 최애 식탁이 사이즈가 안맞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무인양품 테이블 보러 갔다가 바로 포기한 이야기>

 

2024.4.9.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까?

가구 구경은 동네 구경만큼이나 재미있다. 있지도 않은 집에 가구를 어떻게 놓을지 상상한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가구는 어떤 모양이었지? 남의 돈으로 가구를 살 때는 보이지 않던 가격표가

eybaek.tistory.com

 

 

3. 세라믹

  대리석이랑 비슷한데 도자기를 굽는 것처럼 구워 만든 소재가 세라믹이다. 세라믹 중에서도 고온에 압축하여 구워진 포세린이 단연 최고 인기 종목. 열, 흠집에 강하고 관리가 따로 필요 없는데 딱 보면 눈이 번쩍 뜨이게 아름다운 소재지만 그 멋짐에는 다 값이 있다. 아름다운 무늬의 이탈리아산/스페인산 포세린 식탁은 몇 백만 원을 쉽게 넘나든다.

피아바의 포세린 식탁 (하 끝내줘용)

  고가의 유럽산 포세린을 대체하기 위해 나타난 베트남산/중국산 포세린은 같은 재질이기에 기능상의 차이는 없으나 무늬가 밋밋하다(유해물질이 나오면 어떡해?와 같은 의문은 잠시 넣어둔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해져서 아주 유혹적인 선택지. 개인적으로 흰색 민무늬 포세린 식탁을 선택하면 출신 지역의 격차는 크게 못 느끼지 않을까 싶다.

  다만 도자기의 특성상 재질이 늘 차가워서 여름에는 시원할지 몰라도 겨울에는 추울 각오를 해야 한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남자친구는 만지자마자 시원하고 좋다고 만족했지만 피부가 차가운 나는 팔이 닿을 걸 생각하면 고민이 많아진단 말이지. 게다가 받침대가 통판이 아니라 프레임만 있을 경우 수저나 식기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크게 날 수 있다. 언니가 항상 식탁매트를 쓰길래 어쩐 일로 멋을 부리나 했더니 그런 속사정이 있더라고(언니네 식탁은 세라믹이다). 그래도 관리가 편해서 그런지 주변에서 식탁을 새로 장만한 집이라면 거의 다 세라믹이나 포세린 식탁을 구입했다.

 

 

 

  공부 끝에 내가 마지막으로 고민하고 있는 식탁은 두 가지다.

① 일룸 로플러스 다이닝테이블 (페닉스)

: 흰색 사각 상판에 우드 다리 형태로 클린터치를 찾아보다 어느 가구 브랜드를 발견했는데, 가격은 좋았지만 유명 가구들의 묘한 카피 버전이 많아서 꺼려졌다. 이렇게 결국 대기업으로 가는가! 마음 같아서는 1800 사이즈를 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1400이나 1600을 사야겠다 싶고, 그럼 가격도 나쁘지 않다.

 

로플러스 다이닝테이블 1400폭 (페닉스)

일룸

www.iloom.com

 

② 모모드가구 에이미 원목 포세린 식탁 (중국산 포세린)

: 흰색 사각 상판에 우드 다리 형태인데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월넛 색상.. 하지만 오프라인 쇼룸이 일절 없어 말 그대로 모험에 첨벙 뛰어들어야 하는 선택지다. 리뷰가 많고 자세해서 대충 눈에 그려지긴 한데 그래도 받아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싶고, 팔이 차가운 건 여전히 걱정이다. 하지만 의자를 포함해서도 엄청난 염가라 첫 가구 구입자는 어쩐지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고요. 저렴한데도 하판이 통판이라 상당히 마음에 든다. 1600 사이즈가 없어 아쉽다.

 

에이미 4인용 6인용 원목 포세린 세라믹식탁 세트 : 모모드가구

에이미 4인용 6인용 원목 포세린 세라믹식탁 세트

smartstore.naver.com

 

  과연 나는 실제로 못 본 제품을 사는 모험을 할 것인가? 혹은 눈으로 봤을 때 적당히 괜찮았고 차갑지도 않을 안전한 길로 갈 것인가? 미래의 내가 어느 쪽으로 갈 지 나도 상당히 궁금하다. 아무려나, 일단 식탁 넣을 집이 필요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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