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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80

남을 용인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나는 많은 시간을 내가 10대 시절에 비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은 부분을 느끼고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특히 내가 더 나은 스스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부분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에는 더더욱. 오늘 내가 이 블로그를 열심히 쓰게 만들었던 분에 올라온 포스팅 하나가 다시 나를 미묘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그 분은 일상을 예술화 한다는 모토로 살아가는 분이고, 그 분의 한 카테고리 이름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감성이 범람하는 일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로망을 그분이 실현하고 있는 것이고, 소녀감성 가득한 10대 여자아이는 더더욱 눈이 반짝이겠지. 15살 짜리 소녀가 더듬더듬 가게에 전화를 걸어, 울며 일을 배우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그 아이의.. 2013. 10. 24.
내 얼굴을 걸고 하는 것 아직은 나를 걸고 무엇인가를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기껏 해야 수업에서의 발표 정도? 그만큼 나에게 주어지는 책임감도 없다. 난 이것을 내가 아직 어려서, 라고 생각 했었는데 지난 학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깨달았다. 어려서가 아니라, 내가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나 만한 나이는 충분히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고, 많은 사람들이 성인의 책임감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요구한다고 표현한다는 것도 우습다. 그냥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나를 거는 일은 무섭다. 일하면서도 혹시 실수를 하지나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했다. 앞으로 나서는 일이라면 뒤로 빠진다. 이것 누가 했니?라 물었을 때 내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다. 그런 내가 이 블로그 메인에 내 얼굴 정면 사진을 .. 2013. 10. 19.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셔츠에 스웨터까지 껴 입고 왔는데도 덥지 않다. 부쩍 가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니 은행나무도 노란 빛을 비추려 열심히 준비중인 모습이다. 살랑살랑보다는 더 강하게, 하지만 불편하지는 않게 딱 기분 좋을 만큼 바람이 분다. 이 일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싶은 것들이 있다. 나를 겁나게 하고 위축되게 만드는 것들. 조모임이 그랬고 오늘 인턴 과제가 그랬다. 남들이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이고 만약 남의 일이었다면 나도 별 것이 아닌 일이라 여겼겠지만 내 일이기에 달랐다. 조바심이 나고 걱정이 되었다. 두 일 다 잘 끝낸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그것들이 그렇게 큰 일이었나? 대학교 4학년이나 된 내가 해결하기 어려운 큰 일? 세상은 이제 나를 어린 애로 보지 않는다. 고학번.. 2013. 10. 12.
오행이 모두 있으니 평탄한 삶을 살 것이야 점을 보는 집안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엄마는 점을 믿지 않는다. 친가의 할머니, 고모, 큰엄마는 꽤나 좋아하시는 눈치로 전해 들을 이야기로는 종종 우리집의 점 까지 보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할머니 집의 모든 문 위에는 두 개 이상의 부적이 붙어있어 가끔 신기하게 들여다보기도 했는데, 아무튼 그래도 뚝심있는 우리 엄마는 저희 집은 안봐주셔도 된다며 거절하여 우리집은 점 청정구역이다. 그래서 나도 점을 보아야 겠다고 딱히 움직여 본 적은 없다. 어떤 일에 관해서든 점을 보아서 잘 된다고 하면 자만할 것 같고, 잘 안된다고 하면 지레 움츠러 들어 포기할 것 같기에 나에게는 이래도 저래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다. 어차피 인생을 내걸만한 위험이 걸린 일은 선택하지 않으니(지금까지야 어려서 딱히 .. 2013. 10. 3.
우울한 4학년 외로운 4학년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은 절대 아니다. 뭐든 혼자서도 잘해요 스타일인데, 하나 딱 정말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밥먹기. 집에서 밥을 혼자 먹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앞에서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 주신 엄마 덕분에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학교에서는 당연하고 집에서조차 혼자 밥상앞에 앉아 밥을 먹는 일은 없었다. 대학에 와서 공강이 안맞아서, 다른 약속이 있어서 하며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끔 혼자 밥을 먹게 되었을 땐 실습실로 달려가곤 했다. 거기서는 컴퓨터를 하며 점심을 때우는 동기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고 그것도 안되면 컴퓨터가 눈앞에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저냥 3년을 버텨냈는데, 4학년 1학기인 지금... 정말 힘들다! 큰소리로 외쳐봐요 정.말.힘.들.다!!!!!!!!!!!!!!!!.. 2013. 9. 11.
제목을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다 네 문단을 쓰다 지웠다. 너 요즘 뭐하고 지내니?라고 하면 딱히 대답할 말이 없지만 나는 나름대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주절주절 썼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이건 아닌듯 싶어 다 지워버렸다. 딱히 무얼 한다 말할 순 없어도 나는 나름대로 소소하게 즐겁게 사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글로 쓰고는 약간 부끄럽다고 여기고 있는거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게 아니에요. 잠깐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숨을 고르는 시간은 누구에게 그것을 증명하기도,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아무도 증명하기를 요구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을 가지면서 죄책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아휴, 변명을 하면 항상 말만 길어지는 것 같다. 그.. 2013. 8. 24.
여행 말고 이제 집에 있을래 부모님과 함께 여름 여행을 다녀왔다. 여름 밖에는 휴가를 낼 수 없는 한국 직장인의 삶은 고단하다.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는 정말 견딜 수 없게 더웠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더위. 한국의 여름이 이렇게나 더웠나 싶고, 이렇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어 가는건지 씁쓸하고, 그럼에도 에어컨을 팡팡 틀고싶은 내가 이기적이라고 느껴진다. 북극곰들이 아사하기 시작했다는데 너무 미안해. 더위를 빼고 나서 나머지 것들을 생각하라고 하면 가장 좋았던 것은 거제 해안도로를 타고 달려 중간에 비포장도로를 참고 달려간 곳에서 만난 환상적인 대병도 및 여러 섬들의 경치다. 해무까지 나의 경치 관람을 도와 주셔서 정말 신선들이나 노닐법한 경치를 구경하였지. 호엔짤츠부르크요새에서 경치 구경을 하며 2시.. 2013. 8. 14.
고민과 고민과 고민 사이에서 언니들을 만나고 왔다. 4학년 1학기를 마친 언니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준비하던 시험에서 떨어진 언니는 휴학을 해서 보다 본격적으로! 시험을 치겠다며 벼르고 있고, 취업을 준비하던 언니는 취업 시장에서 언니의 나이가 너무 적다는 것을 느끼고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을 알아보고 있다. 다들 열심히 산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내가 너무 뒤쳐진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만나고 나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잘 가고 있다. 물론 고민은 넘쳐나지만. 이 많은 고민들을 어찌 감당해야 할 지 걱정되다가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제까지 그랬던 것 처럼. 아빠가 어학연수를 반대하신다. 생각해 보니 아빠가 어떻게.. 2013. 8. 7.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행이 끝났다. 고작 한 달 간의 여행, 끝이 금방 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아쉽다. 지난번에도 그랬듯, 몹시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더 행복했던 한 달이었다. 한 달 동안 나는 많이 성장했다. 매일 일기를 썼다. 여전히 어리고 속좁은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어느샌가 훌쩍 커버린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착실한 한 권의 일기장이 언제까지나 22살의 나에 대하여 이야기해 줄 것이다. 훗날 이것을 보고 어찌 판단할지 궁금하다. 나이에 맞게 잘 크고 있나요? 편협한 생각들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어 타인이 본다면 창피하기 그지 없을 일기다. 하하하. 쓰면서 즐거웠다. 2년 전 여행을 다녀오면서는 집에 너무나 오고 싶었다. 무더운 날씨, 동양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몇 명의 눈초리, 소매치.. 2013. 8. 3.
여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래간만에 글을 써보겠다고 시도한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는 말도 어떻게 하다보니 해냈고, 2주 후면 여행을 간다. 휴학생이 왜 학기로 시간 구분을 하냐지만 어쨌든 2학기 계획도 세부 계획은 자꾸 바뀌지만 착착 윤곽이 잡혀가고 있고. 뭐, 그렇게 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많았는데도 글을 쓰지 않았다. 왜 글을 쓰고 싶지 않은지 생각해 보았다. 이 생각 조차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바로 컴퓨터를 켰을 내가 그냥 생각만 하다가 이제사 글로 써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장인의 자기계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 하루종일 별로 재미도 없고 내 미래에 큰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일들로 진을 빼고 나면 정작 생산적이여야 할 저녁시간을 어영부영 보내고서 드러누워 잠이나 자고 싶은게다. 글.. 2013. 6. 17.
충동적으로 반지를 샀고 갑작스럽게 일이 닥쳐왔다 어제 귀갓길에 충동적으로 반지를 샀다. 충동적이기도 하고, 충동적이 아니기도 하다. 3월부터 3달간 이어진 도서관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나에게 셀프 선물을 하나 해 줄 참이었으나 귀걸이냐 반지냐 아직 종목을 결정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금액과 시기 또한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것들 전부 생각하지 않고 그냥 확, 반지를 샀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막 써도 될 금액은 아닌 정도의 값을 치르고서. 그리고서 오늘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의 공연 티켓 오픈 소식을 들었다. 앞뒤 재지 않고, 가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친구에게 예매를 부탁했다. 안 갈 수가 없잖아!? 하면서 일단 말은 했는데 아, 반지 값에 공연 값에.. 점점 여행 예산이 작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 푼을 아쉬워하며 모아야 할 .. 2013. 5. 15.
신뢰를 얻고서 다시 무너트리는 일은 어렵다 저런 제목을 쓰고 나서 잠시 생각해 본다. 내가 정말 신뢰를 얻었나? 나만의 생각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얼마나 많은 아르바이트들이 이 자리를 지나쳤을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찍 그만둔 아르바이트 생이 그 중 나 하나뿐이랴. 아마 내가 그만둔다고 해도 딱히 놀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지만 이 것은 문득 든 것일 뿐 여전히 '왜 벌써?'라는 답이 먼저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나라도 묻겠다. 아니 왜, 6개월도 채우지 않고? 1년 할 수 있다더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니?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는 말과,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발 못뻗고 잔다는 말을 이번에 몸소 느끼고 있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다. 어느 거짓말이든 처음.. 2013.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