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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140

[Book Review]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 김도헌 (에세이긴 하지만 어쩐지 스포일러가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한 리뷰이니 원치 않으시면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D) 요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제주도는 육지인에게 지상 낙원이니, 제주도보다 더 나아간 세상 저 끝에 있는 섬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여유로운 삶을 살까. 제목을 보고 생각한 건 휴양지에서의 여유로운 삶이었다. 그러나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마당 저편 주인집에서 집 안을 왔다갔다하는 루이사가 보이고 마당에는 닭 몇 마리와 병아리 무리가 종종대며 잔디밭을 쫀다. 나는 내 혼쭐을 다 풀어헤쳐버리고 야자나무 아래 주저앉아 눈을 감는다. 지금 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추크 섬에서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라고 쓰고 추크 섬.. 2016. 5. 29.
[Book Review] 소년이 온다 - 한강 이 책의 감상을 써야할까 고민했지만, 읽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써 둔다. 허튼 글을 써서는 안될 것만 같다. 나는 책이 즐거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건 나에게 취미이고(어쩐지 아니게 되어버린 듯도 한 현재 나의 신변을 제외한다면 여전히 내 생각은 그렇다) 그래서 기분이 이상해지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 책만 그런 건 아니다. 책도, 연극도, 영화도 그렇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나는 피한다. 이 책이 그날 광주의 이야기인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읽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책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읽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나는 또 그게 가능하고, 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부끄럽지만 여하간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회피하고 모르는 셈 친다. 그러면 내가 사.. 2016. 5. 19.
[Book Review] 책장의 정석 - 나루케 마코토 아아주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서재 인터뷰 모음집 류의 책은 아주 좋아하지! 읽지 않았지만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은 내가 주저하는 사이에 표지가 바뀌었다. 얼른 읽어야지... 여하간 그런 류의 책들 중에 요즘 가장 떠오르는 책은 바로 이 책, 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학의 정석도 아니고, 책장의 정석이라니!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좋아하는 저자가 강한 어조로 책은 이렇게 정리하는게 좋다! 서평은 이런거다! 하고 외치니까 어쩐지 따라가야 할 것만 같다. 확실히 책 읽기에 대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이다. 무조건 따를 생각은 없지만 덕분에 독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뭔가 하나를 파고드는 내용에 대한 책은 서양인 저자보다 .. 2016. 5. 18.
[Book Review]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사노 요코 사노 요코라는 사람은 나에게 작년까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작년부터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의 작가다. 책 내용은 일절 모르지만 '사는 게 뭐라고'와 '죽는 게 뭐라고'라는 말을 책의 제목으로 달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내용이 비록 내 마음과 맞지 않아도 일단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던지 당최 도서관에서 빌릴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알면 보통 남들도 다 알더라. 그러던 차에 무려 신간,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가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 없이 집으로 배송되어 왔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는 중에 이렇게 반색하고 좋아한 건 처음이야! 배송 온 첫 날부터 읽기 시작한 것도 처음인 듯 하다. 앗싸리 다 읽었지! 잊기 전에 얼른 리뷰도 써야지! 하고 쓴다. 고작 작년에 소.. 2016. 5. 15.
[Book Review]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 한스 라트 "신이 노름꾼이라고요? 거참 흥미롭네요. 예전에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죠.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나도 알아요. 아인슈타인은 낄 데 안 낄 데 모르고 아는 척을 하기 좋아하는 인간이죠. 신은 주사위를 던질 뿐 아니라 룰렛도 아주 좋아해요. 블랙잭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끔 포커도 쳐요. 생각해봐요. 도박꾼이 아니라면 어떻게 인간 같은 족속을 만들 생각을 했겠소?" 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종교가 없는 나는 특정하게 떠오르는 모습이 없다. 서양 회화의 수많은 예수와 비슷하게 생겼으려나 싶기도 하고, 흑인 예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사자처럼 생겼을 가능성도 사람처럼 생겼을 가능성만큼이나 있다고 생각한다. 왜 꼭 신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2016. 5. 8.
[Book Review] 파리는 날마다 축제 외 2권 읽을 책이 왜 이렇게 밀려있는 지 알 수 없다고 쓰고 사실은 알 수 있음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드라마와 책은 양립할 수 없음이야!! 1. 파리는 날마다 축제 -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의 저자가 헤밍웨이가 피츠제럴드의 이야기를 비열하게(야비하게?였던가) 써 놓았다는 비난을 했기에 호기심이 생겨 읽기 시작한 책 이 책만 읽으면 피츠제럴드는 진짜 감당하기 어렵게 변덕스럽고 이상한 사람인데 피츠제럴드가 실제로 좀 이상했는지 뭐 어쨌는지 내가 이 책만 읽고 판단할 수는 없겠는 것이 솔직히 헤밍웨이가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쓴 건 전혀 아니라서 말이다 어쨌든 계속 읽다보니 헤밍웨이의 성격과 내가 그닥 맞지가 않아서... 다 읽기를 포기하였다 왜 맞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설명은 할 수 없어.. 2016. 5. 6.
[Book Review]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서정 서평이랍시고 무언가 쓰기 전에 나는 밝혀야겠다.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솔직하게,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의 작품 대부분을 나는 모른다. 나름 그림을 좀 좋아해서 고흐와 샤갈 정도는 관심이 있다. 하지만 나머지는 이름이나마 들어봐서 다행인 인물이 몇몇이오 대부분은 모른다. 그냥 모르는 거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서평을 써낼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이렇게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작가의 탓(?)도 하고 싶다. 그녀가 말하는 인물 중 많은 이들이 일반적인 한국인에게는 상당히 낯설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 않았을까? 러시아 문학과 예술에 특별한 관심이 없던 이에게 이 책은 지독히도 불친절하다. 러시아를 이미 잘 아는 친한 이에게 (제반 설명은 생략하고) 나의 가족 여행은 이러하였다고 .. 2016. 5. 2.
[Book Review] 내 심장을 향해 쏴라 - 마이클 길모어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알라딘에서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정말 고마웠던 건 나 혼자 고른다면 절대 고르지 않을 여러 책들을 볼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책들은 나에게 뜻밖의 깨달음을 주곤 하는데 특히 내가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세상에. 이런 삶도 있구나. 난 참 작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막내 동생인 음악비평가 마이클 길모어가 그의 형과 가족을 회고하며 쓴 이야기로, 게리 길모어의 범죄성이 그들 가족의 역사 어디에선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는 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것은 게리의 행동을 이해-물론 살인은 이해받지 못할 짓이지만-함과 동시에 저자의 상처 또한 다시 한 번.. 2016. 5. 2.
[Book Review]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우다 도모코 다른 포스팅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지난 12월에 혼자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오키나와의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즌은 절대 아니었지만 돌아다니기에는 날씨가 선선하니 썩 괜찮았다. 나하 시 외에는 이동이 어려울거라고 생각해서 알아본 것이 별로 없던지라 국제거리를 죽어라 돌아다녔는데 이제와서 보니 나는 저자의 헌책방 울랄라를 몇 번이나 지나쳤다.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았더라면 저기 들어가서 뭐라도 뒤적여 볼 텐데, 외국에 가서 서점을 즐길 수 없다는 게 제일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진을 보니까 앗, 거기였구나 싶었지. 오키나와의 독서 문화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는데 읽는 내내 재미있으면서도 부러웠다. 오키나와에서 생산된 책을 오키나와 현지인들이 그렇게 열심히 읽어준다니! 헌책방간의 .. 2016. 4. 28.
[Book Review] 어쩌다 한국인 - 허태균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으면 필연적으로 댓글까지 시선이 가는데, 그것들을 읽을 때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기는 상당히 힘들다. 이래서 헬조선, 미개하다는 분 또 1승, 미국이나 유럽같은 선진국은 이런데 우리는 이게 뭐냐... 서양의 문화를 동경한 적도 있었지마는, 잠깐이나마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더니 그같은 시선이 참 많이 변했다. 선진국 문화가 별거냐. 우리 문화가 어디가 어때서. 꼭 서양만큼 개방적이여야하고, 쿨해야 하고, 개인을 존중해야 하고, 깔끔하고 그런 문화만 좋은 거야? 가족을 중시하고, 정이 끈끈하고, 화날 때 화 낼고 뒤끝없이 풀리고, 누구보다 끓어오르기를 잘 하고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하느냔 말이다. 나는 댓글이 우리 문화도 좋다고 말하기를 바란다. 역시나 우리는.. 2016. 4. 23.
[Book Review] 걷는 듯 천천히 외 2권 짧고 간단하게 후루룩 3권 써 봅니당 1. 걷는 듯 천천히 -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쓴 에세이 칼럼 썼던 걸 묶은 건가? 그랬던 것 같다 이 감독의 팬이라면 천천히 읽어 봄직한 책이고 잔잔하다 영화를 보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나는 이 분의 영화는 보면 좀 먹먹할 것 같아서 보지 않고 있다 일본 특유의 먹먹함이 묻어나지 않을까... 책을 보니 더욱 그럴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읽어야 확실히 더 와 닿을 책 (그럼 넌 대체 왜 봤니!? 하면 할말은 없음ㅎㅎ)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 2016. 4. 6.
[Book Review]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모린 코리건 내게 는 읽어보아야 할 것 같은 고전이지만 어쩐지 끌리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그렇지만 집에 책이 있길래 한 번 읽었고, 역시나 큰 감흥 없이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나는 사람들이 개츠비가 고전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왜 그런지 찾아볼 생각도 없었다), 몇 년 후 무려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서야 '진짜 뭔가 있는 책인가봐'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책을 집어든다면 그건 내가 아니지! 이 책을 읽게 된 이제서야 나는 다시 개츠비에 관심을 가졌다. 사실 개츠비는 한 번 읽어 봤으니까 다시 안 읽어도 되겠거니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몇 쪽 읽고 반성하며 원작을 읽었다. 몇 년만에 다시 읽어본 개츠비는 대충 읽어냈을 때보다 확실히 함축하는 것이 많다.. 2016.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