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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골라주기50

[Book Review]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경제 공부를 하며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순환 주기가 있음을 배운다. 금값이 오르는구나, 원유가 떨어졌네, 주식이 급등하네, 채권이 비싸지네.. 비단 금융만 순환하는 것은 아닌지 고등학생 때 유명했던 '아침형 인간'이 다시 각광받는 현상을 본다. 진지한 것은 모두 오그라든다며 비웃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쿨하기 위해 안달이 났던 시절.(10여 년 전 지디가 오글거린다는 말을 귀엽게 해서 리포터가 꺄아악 좋아한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난다. 어느 학생복 CF 촬영 현장으로 기억하는데, 오글거린다는 말이 막 유행하던 시기라 '저 말 심지어 지디도 쓰네, 진짜 대세인가 봐'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유노윤호의 열정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무대에 절실한 무명 가수의 노력을 발견하고, 진지하다 놀림.. 2021. 1. 26.
[Book Review] 아무튼, 떡볶이 - 요조 '아무튼, 떡볶이'는 저자 요조가 어느 방송에서 말한 일화 덕에 처음 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기가 이 책에 '떡정'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모두가 아는 단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강연에서 뜻을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고. 북토크에서 모두가 진지하게 떡정의 뜻을 듣는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지만 이해는 간다. 나도 떡정이라는 단어를 안지 몇 년 되지 않았다(미운 정 고운 정은 알지만 떡정이라니). 대신 나는 '붕가붕가'라는 단어를 스무 살에 배웠는데, 그 뜻을 모른 채 홍대 골목에서 붕가붕가!!!라고 크게 외쳐 대낮부터 친구를 몹시 당황하게 만든 기억이 있다.* *당시에 나와 친구는 언니네 이발관이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이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붕가붕가라는 이름이 '붕'이 들어가 귀엽다며 붕가붕가.. 2021. 1. 19.
[Book Review]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 하완 한때 인생은 끝없는 싸움이라 생각했다. 인내하고, 한계까지 나를 밀어붙이고, 뭔가를 극복해서 승리를 거머쥐는. 뭐 대충 그런 게 인생이라 여겼다. 이제는 싸우지 않기로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도 않는다. 인생의 커다란 문제들은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맘에 안 들고 답도 없는 이 인생과 잘 지낼 수 있나 고민할 뿐이다. 하완 작가의 지난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고 극심한 감동을 했던 바(기록이 남아있다), 이번 책을 발견하곤 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완 작가의 에세이는 여타 감성 에세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색다른데 특히 마지막 한 줄의 위트가 산뜻하다. 어디선가 읽었음직한 소확행의 장점에 대해 읽으며 심드렁해지려는 찰나 그러니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를 .. 2020. 9. 21.
[Book Review] 진짜 공간 - 홍윤주 집을 정리하면서 공간에 대한 애착이 점점 커진다. 원래도 집순이었지만 한층 더 중증이 되었지. 누가 어디에서 이야기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재미있다는 말 한마디만 믿고 덥석 읽기 시작했다. 이제껏 본 적 없던 공간에 대한 소개여서 굉장히 신선했다. 평생을 아파트 키즈로 산 내게는 더욱 그랬다. 책은 방 주인 인터뷰, 다양한 주택의 입면 관찰록, 실생활이 묻어나는 사소한 개발들, 비공식 건축물, 동네와 도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정형화된 공간이 아닌 공간 속의 사람과 삶에 밀접하게 존재하는 공간을 소개한다. 단 하나도 같은 공간이 없다. 그 모든 곳에서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개성이 닭장 같은 아파트보다는 몇 배 더 멋스럽다. 아래의 몇 구절을 통해 공간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읽.. 2020. 9. 14.
[Book Review]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김소민 무엇보다, 나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를 위해서도 기도한 적이 없다. 사는 게 창피해서 읽기 시작한 책. 내 인생이 수치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다가 내 맘 같은 제목을 보고 극약 처방이 되어주겠다 싶었다. 가벼운 젊은이의 에세이 정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깊었다. 나는 언제까지 나에게 함몰되어 있으려 하나. 한 마음챙김 수련에서 평생 가장 화났던 순간을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그 순간을 고르는 게 힘들었다. 너무 많으니까. 인간이면 분노할 이야기를 했는데 법사는 "그런데 왜 화가 나냐"고 했다. 열불 뻗쳐 설명을 보태는 중에 법사가 말했다. "당신은 한 번도 상처 주지 않은 사람처럼 말하네요." 내가 내게 했던 거짓말 중 가장 큰 거짓말을 들켰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로 며칠 째 마음 고생을 하던 .. 2020. 9. 1.
[Book Review]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 이나가키 에미코 미니멀리즘을 외치기 시작하면서 미니멀리스트라 스스로를 칭하는 많은 작가와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이렇게는 살지 못하겠다 싶기도 하고 이 생각은 나와 같구나 싶기도 했지. 그렇게 마주한 이야기 중 폭탄머리 이나가키 에미코의 삶에 대한 통찰은 단연 가장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도 50대에 이런 생생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냉정히 말하자면 무언가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어쩌면 무언가를 잃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희생시키면서 예뻐지고 건강해지는 그런 일들이 정말로 가능할까. 지금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는 작은 욕망들이 모여 큰 덩어리로 불어나면서 타인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런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만 한다. 살림에 관심을 갖다 보면 점점 내 발이 땅에 닿는 기분이 든다. 내 일상을.. 2020. 8. 18.
[Book Review]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에세이를 많이 읽는다. 어렸을 때부터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좋아했다. 실제로는 만나지 못할 다양한 사람들의 깊은 생각을 듣는 게 좋다. 에세이가 대 유행이 된 지금도 변함없다. 중년 남성 화자의 에세이에는 내가 참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 글에서 느껴지는 꼰대의 향기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게 한다. 대체 이걸 내가 왜 취미로 읽는 책에서까지 견뎌야 해? 자연스럽게 남성 작가의 에세이를 멀리하게 되어서 김정운 작가와 김영민 교수 정도의 신간만을 기다렸다. 새로운 작가를 우연히 발견하려 굳이 용기 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믿는 북튜버 겨울서점이 이 책을 추천해 지 뭐야. 평소에 신문에 읽는 칼럼도 눈여겨보았다니 더욱 믿을만하여 바로 읽었지. 첫 에피소드로 셰르파와 현지 가이드에게 점점 갑질을 하게 된 경험을 .. 2020. 7. 27.
[Book Review] 일과 독립된 '나'로 살아가는 법 호우! 가벼운 글을 써본다! 갑자기 왜 이러냐면 어젯밤 꿈에 누군가가 나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걸 들었다 "걔는 너무 고민을 많이 해서 문제야. 힘을 빼야 돼." 힘이라니 요즘 제일 힘 준 곳은 블로그 뿐인데요 그래서 블로그 글을 힘을 빼고 써보기로 한다 (완벽한 논리) 예전에는 구어체 잘 썼는데 오래간만에 하려니 잘 안 되는 구만 . . 오늘의 주제는 책과 유튜브! 유튜브 영상과 함께 연상되는 책을 소개해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고르고 보니 두 개 다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9번의 일, 퇴사하겠습니다) 1. 9번의 일 + MBC 다큐스페셜 '전봇대 가장(家長) - 희망퇴직 이야기' 작가의 상상력이 꾸민 내용이리라 믿고 싶을 만큼 주인공이 처한 사회적 현실이 끔찍한 책이었다 (원거리 발령, .. 2020. 7. 21.
미니멀리즘 Part 4. 플라스틱 멀리하기 (feat. 고금숙 활동가,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딱히 환경운동가처럼 물자를 절약하고 재활용을 완벽하게 생활화했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그저 가만히 있기에는 마음이 불편한 고민 많은 개인이다. 세상에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굳이 추가하고 싶지 않은 그런. 박막례 할머니의 빈티지 그릇 영상을 보았다. 빈티지 물건 구경을 좋아하는 내게 아주 신나는 내용이었다. 스물몇 살에 사셨다는 노란 플라스틱 용기는 얼마나 잘 보관해 두셨는지 새것처럼 깔끔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고 싶었던 마음이며 예쁜 그릇을 원했던 살림하는 여성의 마음이 느껴졌다. 할머니 덕분에 보는 내내 빵빵 터졌다. 정말 즐겁게 영상을 보고 껐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물건을 줄이다가 할머니의 플라스틱 그릇이 생각났다. 5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아서 예뻤던 노란 그릇은 어쩜 그럴까. 20대의 할.. 2020. 7. 8.
[Movie + Book Review]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 아녜스 바르다의 말 책을 읽다 보면 가끔 특정한 문장과 부딪힌다. 어쩜 이 문장이 지금 내게 나타났을까 하며 횡단보도에서 갑작스레 마주친 양 깜짝 놀란다. 이런 우연을 겪으면 내가 읽는 책은 사실 하늘에서 수호천사가 내 상황에 맞게 내려주는 말이란 구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몇 달 전 '바르다가 만난 사람들'을 재미있게 본 후 바르다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교양 수업에서나 들었던 누벨바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는 그는 (나는 살아있는 줄도 몰랐던) 장 뤽 고다르의 집에 그가 좋아하는 빵을 들고 찾아갔었다. 고약한 프랑스식 농담인지 오랜 친구에게 고다르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옛 친구를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흥분했던 할머니는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수리 부분을 동그랗게 희게 남겨두고 바깥.. 2020. 7. 5.
[Book Review]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 남인숙 I와 E의 경계에 있는 나는 진정한 자신의 성격을 알고 싶으면 학교에 가기 전 자신의 성격을 생각해보라는 제안에 크게 감탄했다. 흠. 유치원에 다니는 내내 친구들과 말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불편한 줄도 몰랐다가 아빠참여수업 후 아빠의 말을 듣고(허리를 이렇-게 구부리고 혼자 앉아있더라나) 처음으로 태도를 돌이켜 보았다. 그런가 하면 초등학교 1학년 때 교장선생님은 엄마 뒤로 숨는 나를 보고 차렷, 열중쉬어 자세를 본인의 성에 찰 때까지 가르쳤다(엄마는 저쪽에 계세요!). 지독한 I였다는 얘기. 이런 나도 20년을 훌쩍 넘는 학교 생활과 직장 생활을 겪고 나니 때로는 E000의 진단 결과를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스무살이 넘어서는 대체로 E를 받다가 최근 I로 돌아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중, .. 2020. 6. 9.
[Book Review] 잡지의 사생활 - 박찬용 고등학교 3학년 때 생활기록부에 적어야 하는 장래 희망으로 '잡지 에디터'를 기입한 적이 있다. 늘 선생님 혹은 사서를 적었더랬는데, 고3이 되고 보니 사범대나 문헌정보학과보다는 점수가 좀 남는 게 아닌가.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던 '프로젝트 런웨이'와 '도전 슈퍼모델'은 패션과 화보라는 화려한 세계에 대한 나의 환상을 마구 부추겼던 터였고, 인터넷을 검색하니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면 된다고 했다. 옷은 잘 모르지만 글은 좀 쓰고 싶어 하니 피쳐 에디터가 되어야지. 늘 고전적인 모범생이었던 내가 평소의 나를 탈피하고 적었던 그 꿈은 공식적으로 남아있지 않다. 파일로 정리된 생활기록부를 나누어주며 담임선생님은 "장래희망에 쓸데없는 것 써 놓은 사람은 내가 적당히 바꿨다"고 말했다. 나를 똑바로 보고 한 말이.. 2020.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