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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골라주기50

[Book Review] 쓰기의 말들 - 은유 좋은 문장 몇 개를 골라내고, 하나마나한 말을 대충 적어 리뷰를 쓸 바에는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 외치는 글 앞에서 무엇을 더 첨언할 수 있으랴. 은유 작가의 책은 얄팍한 기술을 담은 적당한 글쓰기 조언 서적과는 전혀 다르다. 작가가 직접 깊이 있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통찰한 내용이 너무 잘 보인다. 덕분에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부끄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내 길을 계속 걷긴 해야지. 올해 처음으로 사고싶다 생각한 책이다. 토요일에 들을 그녀의 강연이 정말 많이 기대가 된다. 봄에 새로이 설레는 일이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정말이지 별이 다섯개! 문장의 힘이 무엇일까. 나는 문장 단위로 사고한 덕에 직관이 길러졌다. 내가 그랬듯이 다른 이들도 한 줄 ‘문장’에 즉.. 2019. 4. 15.
마루야마 겐지가 좋아서 처음 읽은 마루야마 겐지의 책은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였다. 그때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고 그냥 제목만 보고 읽었다. 어휴, 정말 엿을 막 날리더라고! 나에게는 좀 버거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독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이후 마루야마 겐지가 꽤나 인기 있는 작가이고 곧은 심지를 가진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고서 저 엿이나 먹으라는 책도 이해가 되고 관심이 좀 생겼다. 그래서 작년 9월에 그의 정원 생활을 담은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는 책을 읽었지. 너무 좋아! ‘사피엔스의 마음’을 읽은 후 역시나 독야청청, 차가운 얼음판이 쩍 갈라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그의 이야기에 마음이 감응했다. 그래서 또 눈여겨 봐두었던 그의 에세이 『취미 .. 2019. 4. 10.
[Book Review]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는 대단하다. 평범하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하는데 그 힘이 몹시 세다. 그녀의 신간이 나오거나 미처 읽지 못했던 예전 작품을 찾아내면 허겁지겁 읽게 된다. 늘 그렇듯 읽고 나면 마음에 여유와 편안이 생긴다. 오늘은 기분이 영 좋지 않다. 비가 오기 직전의 어둑한 날씨 탓일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몸 탓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이유는 명확히 알고 있다. 점심시간에 누구에게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혼자서는 언짢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인해 생각이 이리저리 튄다.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조심할 것, 내 욕심을 차릴 것, 모두 멀리할 것을 다짐하는 메모를 썼다. 숨이 막혀서 구원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마스다 미리를 찾았다. 제목부터 따뜻하다.. 2019. 4. 9.
[Book Review] 글쓰기의 최전선 - 은유 유유출판사에서 출판된 은유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는 몇 달이 되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막상 직접 책을 집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번 ‘은유’라는 이름을 알고 나니 여기저기서 들리더라고. 글쓰기 관련해서 많이 나오시는데, 들어야겠는데, 읽어야겠는데... 하던 차에 아름다운재단에서 문자가 왔다.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은유 작가의 강연이 있다나(신청정보를 찾아보니 꼭 기부자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주 소액이지만 기부하고 있다는 기쁨도 누릴 겸, 관심 가던 작가의 강연도 들어볼 겸 바로 강연 참석 신청을 했다. 그러니 어쩌겠니. 급하게 읽어야 하는 게 아니겠니! 강연 전에 최소한 2~3권은 읽고 싶어서 되는 대로 먼저 한 권 골라 들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글쓰기의 .. 2019. 4. 8.
[Movie + Book Review]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 시모어(세이모어) 번스타인, 앤드류 하비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계속 읽기 위해 빌렸던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은 내게 또 다른 인생의 현자를 소개해 주었다. 책을 읽다 보면 발견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위해서 그 긴 시간 이런저런 책들을 읽는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통해 수도를 하고 있는 아흔 살의 세이모어(시모어보다 세이모어가 어쩐지 더 마음에 든다^-^) 번스타인을 알게 된 것은 내게 소소하지만 큰 축복이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읽으려고 펼치니 이 사람에 대해서 에단 호크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고, 이 책은 그에 대한 후속 인터뷰라고 적혀 있어 급하게 영화를 찾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책까지 읽고 나면 세이모어의 인생과 피아노에 대한 자세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와 책을 섞어서 글을 남겨봐야지. 무대 위의 연주가 편해진 .. 2019. 4. 2.
[Book Review] 박완서의 말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얼마 전 처음으로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를 읽었다. 『헤밍웨이의 말』이었는데, 원래도 인터뷰를 좋아하는 내게 참으로 기분 좋은 책이었다. 인터뷰는 말 자체가 재구성되지 않고(물론 인터뷰어가 정돈을 하였지만) 작가의 입에서 그대로 나온 말이라는 점, 말하던 당시 일관된 분위기와 톤을 통해 그 작가에 대해 더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글이다. 두 번째로 집어 든 말 시리즈는 『박완서의 말』이다. 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맞나..?)’라는 예능에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유명해졌을 때 나는 초등학고 6학년이었다. 열심히 읽었지만 6학년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어려웠던 터라 전쟁통의 장면만 조금 기억할 뿐 내용을 아예 모른다. 이후 고.. 2019. 3. 29.
[Book Review]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제현주 제현주 작가가 좋다고 그렇게 써 뒀으니, 쓰신 책을 또 읽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니겠어요? 어떻게 일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젊은이로써 흥미가 동하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2019년에 신판이 나왔다(음, 난 구판의 표지가 더 예ㅃ....읍읍 요즘은 사진보단 그런 느낌이 더 유행인가보지 뭐). 이런 책을 썼던 분이니 '일하는 마음'까지 집필 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었다. 고수 중에서도 고수라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기 위해 정말이지 노력했다. 아직 완성형이 되지는 못했지만(완성형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이 길을 정말 걸어가야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던 시절, 어디선가 말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건 100% 매일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가 .. 2019. 3. 27.
[Book Review]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임미진 외 4인 근로자는 갈수록 두 부류로 분명히 나뉠 것이다. 이런 구분을 좌우하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당신은 컴퓨터 작업에 능숙한가, 아니면 능숙하지 않은가. 당신의 숙련도가 컴퓨터 기술을 보완하는가, 아니면 컴퓨터가 홀로 작업할 때 성과가 더 좋은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반영하는 질문도 빼놓을 수 없다. 혹시 컴퓨터와 경쟁하고 있지는 않은가.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 타일러 코언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AI의 발전에 일자리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가? 만약 AI가 날 도와줄 좋은 조수가 될 거라 믿는 이라면 나는 그 마음이 부럽다. 내 직업은 종종 AI가 발전하면 사라질 직업의 순위에 등장한다. 당장 대체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평생 이 직업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 지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2019. 3. 24.
[Book Review] 일하는 마음 - 제현주 '제현주'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된 건 금정연 서평가 덕분이었다(어쩌다 그 분의 글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지는 오히려 기억나지 않지만). 금정연 서평가가 일상기술연구소라는 팟캐스트를 하는데 그 내용이 책으로도 나왔다는거다. '일상기술연구소'라니, 연구소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책을 샀다. 당연히 책도 마음에 들었고(이것도 언젠가 리뷰하겠거니!) 팟캐스트도 모든 회차를 다 들었다. 일상기술연구소가 시즌 1이 끝나 너무나 아쉽던 차에 이 책이 나왔다. 심지어 내가 애정하는 출판사인 '어크로스'에서 나왔다고! 더할 나위 없었다. 최대한 빨리 읽었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책이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여러 지인들에게 추천해 봤는데 다들 꺆꺆거리고 읽는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들이 전부 20대 후반의 일하는 여성.. 2019. 3. 22.
[Book Review] (Zero에서 시작하는) 도시형 수렵채집생활 - 사카구치 교헤 도시 안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환경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겠지만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카페에서는 자주 종이 컵홀더를 거부하고, 따뜻한 음료는 뚜껑도 잘 닫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고, 종이 빨대는 불편하지. 사무실에 앉아서도 머그컵을 쓴다고 하지만 오늘 낮에만해도 커피 믹스를 녹이기 위해 일회용 젓가락을 뜯어 휘휘 저었다. 노력을 한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매일 쓰레기통 한가득 무언가를 양산한다. 몇 년 전 봉고차 안에서 간소한 삶을 시험한 이의 이야기와, 쓰레기가 끝없이 양산되는 도시에서 쓰레기만을 가지고 살아보려는 이의 책을 리뷰한 적이 있었다(봉고차 월든/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삶의 기본을 영위하려면 반드시 .. 2019. 3. 21.
[Book Review]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이 소설이 내가 좋아할 지 어떨 지를 가늠하는 게 아직도 나는 어렵다. 이제 약간이나마 잡은 윤곽이라면 난 일상의 평범함 속에 숨겨진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답답함과 속물을 바라볼 때의 찐적군적한 느낌, 그 사이에서 공허해지거나 찌질해지는 개인을 참기 어려워한다. 내가 굳이 보려하지 않았던 우리 일상의 부조리함을 들춰내는 글들이 거북서러워서라 생각한다. 대신 환상적이거나 희망을 주는 이야기, 유머가 섞인 이야기는 또 좋아한다. 그런 소설들도 리뷰할 때가 오겠지. 그런 면에서 '너무 한낮의 연애'는 읽으며 편안해지는 소설이 아니다. 여러 지면에 발표한 단편들을 엮은 책으로, 읽고 나면 어쩐지 묘했던 등장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독특했던 부분들이 사실은 그것을 독특하게 만들.. 2019. 3. 21.
[Book Review] 심미안 수업 - 윤광준 정말 오래간만의 책 리뷰다. 한창 리뷰를 쓰던 때가 있었는데, 어쩌다가 멈추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라고 말하면 평범하겠는데 기억이 난다. 나는 리뷰에 나의 사생활을 마구 집어넣으면서 흥이 났다. 점점 리뷰를 더 많이 잘 쓰고 싶어 책 리뷰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 책이 그러는거야. 자신의 생각을 마구 담아 둔 리뷰는 못 쓴 리뷰라고. 잘못 쓴 리뷰의 전형이라고. 그 이후로 어쩐지 '리뷰'라는 단어를 쓰기가 힘들었고,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리뷰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치만 리뷰 작성은 나한테 참 즐거운 취미였는데, 그까짓 책 때문에 그렇게 날릴만한 사소한 활동이 아니었다. 남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어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야 했어!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재미난 책을 추천하기 .. 2019.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