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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회 한자 2급 합격 수기!

by 푸휴푸퓨 201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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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쓰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아직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모범 답안에 의해 채점해 본 바로는 커트라인을 아주 가뿐히 넘는 86점이었기 때문에...

 

86점! 86점! 86점!

 

  여튼 그렇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수기를 먼저 써도 될 것 같다. 아하하 그런데 사실 크게 쓸 말은 없는듯... 그리고 막 검색해보니까 700자만 외워서 2주안에 합격하기 이런 수기가 너무 많아서ㅜ_ㅜ 나처럼 정석으로 다 외우려고 덤볐던(그렇다고 하기엔 막 다 외우진 않았지만) 건 좀 어렵게 돌아간 것 같기도 하다. 뭐, 어떻게 나한테도 공부했는지 남겨 놓는 게 중요하기때문에ㅋㅋㅋ좋은 추억이니까!

 

 

  나는 두 번의 진흥회 시험을 거의 하나도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치겠다고 응시하였다. 당연히 결과는 탈락! 쓴 모든 문제를 맞아도 탈락할 수준이었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았지만 전형료는 좀 아까웠다. 무려 한 번에 21000원 이니까... 그런데 내가 이 시험을 쳐서 2급을 획득하려는 건 그냥 자격증이 있어야겠지, 와 같은 스펙쌓기 용이 아니라 학교의 졸업 규정 때문이었다. 문과대학 학생은 3학년 내에 여러 언어에 대해 특정 수준 이상의 자격증 획득 혹은 한자 자격증 3급 이상, 그리고 이게 싫으면 제2외국어 수업을 2단계까지 다 수강하여야 했는데, 나는 제2외국어 1단계를 일본어를 수강하였고 2단계를 썩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자를 선택했는데(다른 언어를 이제와서 공부할 순 없으니까ㅜㅜ), 이번 11월 시험에서 반드시 붙어야만 12월에 자격증을 받아서 제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계절학기 일본어를 전혀 듣고 싶지 않은 나로써는 정말 절박하게 합격이 필요했다. 그리고 또 덧붙이자면 나는 연계전공으로 한국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잘 하는 것이 상당히 필요했다. 하하 필요한데 이제까지 외면하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기왕 자격증을 공부하는 김에 열심히 해서 많은 한자를 습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정말 필살의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공부하는 것은 두 번의 실패 경험을 통해 썩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인터넷에 나오는 야매 700글자라면 할 법도 하겠다). 여러 군데 고민 끝에 등록한 곳이 바로 강남에 위치한 성균관 서당! 여러 대학에 출강을 나가는 곳인데(연세대는 다른 곳이 선점한듯) 나는 강남 본원에서의 주말반 수업을 들었다. 하루에 약 130~150자 사이의 글자를 하나하나 뜻을 해석해 주면서 설명하고, 8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처음에 부수자를 외우게 하는데 그걸 열심히 외우면 해석을 잘 이해할 수 있고-설명이 쉽고 재밌다- 수업을 잘 들으면 어느정도 외울 수 있으며 하루 단 30분만 복습하면 된다,,, 는 것이 학원의 설명이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까지는 아니다! 해석을 쉽고 재미있게 해주는지라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맞는데, 사람이 어떻게 한번 듣고 저 백자 넘는 한자를 기억하나? 나는 10시에서 1시 30분까지 수업을 듣고 근처 카페로 가서 대략 4시 넘어까지 그날 복습을 반드시 했고, 주중에도 30분은 무슨 1시간 정도의 복습을 매번 하였다. 그럼에도 후기로 가선 기억이 안나는게 많이 생겨서 어찌나 불안하던지 말이야! 그리고 중간에 약 15페이지 정도를 인터넷 강의로 수강하라고 말한다. 이게 한페이지에 30자기 때문에 450자, 버리기엔 너무 많은 양이다. 그러니까 그냥 수업만 들어서는 되는게 아닌 것이다!!! 하 이거 듣는거랑 학원 수업이랑 같이 하려니 중간에는 정말 버거웠다. 중간고사 기간이랑 겹칠때는 진짜 아오... 하아.. 강사님께서 수업 전체 중 이틀 정도는 빠져도 합격에 지장이 없다고 하셨는데 나는 많은 한자를 습득하고 싶고 + 절대 떨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자를 줄줄줄 외우고(나는 정말 서당식으로 줄줄 외우고 따라 읽고 쓰고의 반복이었다- 한자 보고 음 훈 쓰고 음 훈 보고 한자 쓰고 다시 한자 보고 음 훈 쓰고 블라블라블라 계속계속계속), 마지막 주에는 빈출 700한자 위주로 외우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700자는 읽고 쓰는게 다 가능해야 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이걸 외울 때에는 나는 내가 외웠던 대부분의 한자를 정확하게 기억하는건 아니고 왠지 본건데 어느 위치에 있었던 건지도 알겠는데 이러다가 답을 보면 아 이거였지!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700자를 싹 외우는데 크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걸 다 하고 나니 시험이 이틀이 남아 있었는데 이때부터 본격 문제풀이를 하였다. 처음 풀었을 땐 굉장히 당황했는데 이유는, 예를 들어 이번 시험에 나온 백내장을 예로 들면 백내장을 읽을 수 있고 거기 모든 한자가 무엇인지 다 알겠는데 백내장에 어떤 한자를 쓰는지 모르겠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출제된 단어를 외우라고 하는 것인데 흠 시간이 없다면 이거까진 그래도 눈치로 때려 맞출 수 있으니 잠시 제쳐 둬도 된다(시간 있음 보면 좋다ㅋㅋ). 나는 사자성어를 외울 것을 추천하는데, 이건 여러운 한자가 잘 쓰이지 않아서 틀리면 정말 아깝고 기출이 많지 않아서 금방 외울 수 있고 직접적으로 쓰이는 한자의 뜻도 문제 안에 제시되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문제를 풀다가 사자성어를 틀리는 꼴을 보고 기출 사자성어를 급하게 외웠고, 시험에서는 다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공부해도 잘 못 풀었던 문제는 단연 한글로 나온 단어 한자로 쓰기와 틀린 한자 고치기였다. 한자를 완전 잘 하는게 아니다보니 단어를 보고 팍! 어떤 한자가 쓰일지 쓰임까지 생각이 나긴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도 막상 시험장에 가니까 뭐라도 쓰려고 노력했고, 집에 와서 보니 집에서 풀 때보단 많이 맞은 것도 같았다.

 

  진흥회는 시험지를 들고 나가도 되기 때문에 시험 전날 지난번에 떨어졌던 시험 문제를 풀어봤는데 81점이 나오는 것이다. 왠지 안심해서 더 편안히 시험을 본 것이 아닌가 싶다. 난 붙을꺼니까! 시험 보러 가기 전에 반드시 기출 5~10회를 풀어보거나 검토하기를 추천한다. 나온 단어가 많이 다시 나오고, 나왔던 한자가 유형만 달리해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며, 그렇게 해서 문제 유형에 익숙해 지는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시험에 붙은 것이 자격증이 나와서도 좋지만 도전에 성공한 것이어서 더 좋다. 아빠가 1급을 보라는데, 아 그건 좀.. 언젠가 또 해볼지도 모르겠다!

 

 

+ 진흥회 시험을 보러 갔는데 성균관 서당 강사분이 감독관이었다. 서당과 대한검정회가 많은 관련이 있다는 건 수업때 종종 협회에 갔다 왔다와 같은 이야기를 해서 알고 있었는데 진흥회까지 관련이 있는 줄은 몰랐다. 한자 업계는 아주 좁은 사람들로 얽히고 섥혀서 구축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야 뭐, 대타로 한두번 수업을 하신 분이었기 때문에 익숙해서 좋았지만 왠지 한자 시험의 객관성이 좀.. 그렇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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