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53 2023.11.12. 제주 넷째날 조식을 먹고 일찍 숙소를 나섰다.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후에 보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마지막날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벌써 아련했다. 남자친구와 함께면 평범하게 흘러갈 시간에 의미가 새겨진다. 대단한 게 없어도 소중한 시간. 여행 전부터 마지막 날에 무엇을 할지 고민했는데 결국 마음에 드는 안을 세우지 못했다(귤 따기 체험을 미리 해버린 탓도 있지). 남자친구는 맛집이나 일정에 얽매이지 말고 편히 시간을 보내다 가자고 했다. 너는 사진에 흥미가 없고, 남들이 좋아하는 맛집에 관심이 없다. 게다가 자연에도 큰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집안퉁이 방구석여행자 둘은 남들 따라 하려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내내 깨지 못한 게임을 깨기로 했다. 가까운 중문 스타벅스에 걸어갔다. 걷는 30분 남짓을 신나게 낄낄댔다... 2023. 11. 20. 2023.11.11. 제주 셋째날 시에나 리조트에서 조식을 먹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메뉴였다. 골프복을 입은 중년 손님이 많았다. 리조트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손님이 많아도 붐비거나 지치지 않았다. 좋은 물건이나 음식에 크게 감흥이 없는 남자친구도 시에나 리조트는 마음에 들어 했다. 식당을 나오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챙겨 왔는데, 마셔보니 콜드브루였다. 나도 꼭 돈 많은 중년이 되기로 결심했다. 귤 따기 체험을 운영하는 카페가 많았지만 제대로 된 체험을 하고 싶다고 주장하며 2000평 귤 농장을 예약했다. 도합 3kg을 딸 수 있었는데, 그게 얼만큼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제주도의 버스는 시간표가 무색하게 제 멋대로 왔다. 택시를 타고 언덕을 올라갔더니 넓은 농장이 있었다. 귤은 생각보다 금방 땄다. .. 2023. 11. 17. 2023.11.10. 제주 둘째날 시에나 리조트에서 조식을 먹었다. 사람이 몰릴까봐 8시가 되기 전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멋쩍게 앉아서 음식을 퍼왔는데 글쎄, 이제까지 먹어봤던 호텔 조식 중 가장 훌륭했다. 전부 먹어 치우고 싶었지만 위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극진한 대접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남자친구와 음식의 퀄리티에 연신 감탄했다. 송악산 둘레길을 걸으러 갔다. 산책로 계단 너머로 반짝이는 바다가 있었다. 바다 앞이어서인지 바람이 무지막지 불었다. 이 예쁜 곳을 함께 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바다는 파랗고 햇빛은 좋고, 바람이 떠밀어주는 듯 걸으면서도 신이 났다. 이런 둘레길을 찾아낸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있는데,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너는 급하게 회사 일을 해야 했다. 숙소에 맡겨둔 노트북이 필요하단다. 둘레길의 한.. 2023. 11. 16. 2023.11.9. 제주 첫째날 공항에서 10시 1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네가 한 시간이나 일찍 왔다.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머리까지 잘 손질한 너는 여행이 기대되어 잠을 설쳤다고 했다. 나도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와서 같이 아침이라도 먹을 줄 알았는데, 눈치 없는 나는 시간을 잘도 맞춰 가버렸지. 여행에 설렌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 시간이 나만 기대되는 건 아니구나. 착륙하는데 떨린다며 서로 손을 꽉 잡았다. 택시를 타고 미리 찾아둔 음식점 ‘취향의 섬’에 갔다. 제주도는 노란 귤이 한껏 열리는 시기였고, 남원읍은 더 그랬다. 취향의 섬은 손수 시공한 인테리어가 정말 멋진 곳이었다. 고사리 파스타와 흑임자리조또, 옥감자춘권을 흡입했다.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너와 올레길을 조금 걸었다. 제주는 무려 20도여서 기.. 2023. 11. 14. 2019.8.21. 오래 기억할 순천 등산 지난주에는 가족 여행으로 순천에 갔다. 하루를 투자해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걸었다. 여러 코스 중 그나마 쉽다는 천년불심 길을 올랐는데 가족 모두 너덜너덜해져 내려왔다. 당연히 아무 사진도 찍지 못했다(하나쯤 찍어서 여기에 첨부하면 좋으련만). 중간에 먹었던 보리밥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겠다고 다 먹고 나서야 간신히 생각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했단 사실도 오후 등반으로 모두 잊고 나중에서야 기억해냈지만. 부모님은 주말마다 둘레길을 걸으셨기에 잘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나는 낙오가 될 것 같으니 앞에서 기다려 달라 신신당부하고, 힘들면 중간에 내려와 택시를 타겠다며 엄포도 놓았다. 그런데 말이야. 의외로 등산이 나쁘지 않았다. 산에서 땀 흘리는 삼삼한 기분이 좋았다. 깔딱 고개를 넘느라.. 2019. 8. 21. In Bath 하늘의 구름과 내 엄청난 사진 실력이 바스를 고작 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게 만들어 놨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작은 도시가 많은데 뉴카슬로 일부로 찾아올 필요는 정말 없구나, 하는 마음을 들게 했던 도시 너무나 유명해서 그 이름마저 바스(bath)인데 Roman bath는 찾아볼 생각도 안하고 도시 골목을 이리저리 떠돌다가 다시 한 번 시작된 영국 생활을 꼭 잘 마무리하고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끝이 나를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나는, 그것에 순응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2014. 9. 10. In Boston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나 당황해서 도망갔던 하버드 대학교 남의 대학교에 가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방 가격이 붙어있던 광고를 보고 아- 하버드생도 방 구하는구나 싶었을 뿐 현지인들이 자꾸 들어가기에 옳다구나 싶어 들어가 그렇게도 원하던 평안한 시간을 보내고 신이 났는데 알고보니 체인점어서 약간 우스워졌던, 엄청나게 친절한 직원이 있었던 빵집 보스턴의 지하철은 낡았다 어딘들 안그러냐만은, 여기도 그렇다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그래서 미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미국 국기 대-단하다 싶은 마음 2014. 8. 10. In Philadelphia 너무나 뜨거웠던 날에 파리의 로댕미술관을 가지 못한 나를 슬프게 만드는 아름다운 로댕 미술관과 숨차게 멀리 있던 필라델피아 미술관 그리고 그늘 한 점 없는 넓은 길이 있었던 필라델피아 아무것도 모르고 시청까지 힘차게 걸어간 나는 결국 일사병에 걸렸다 2014. 8. 10. In Washington D.C. 워싱턴에서는 나는 미국이라 외치는 건물들과 귀여운 시와 노래, 폼페이의 장님 소녀, 시스티나 성당 잔디밭에서의 다람쥐가 있는 휴식 그리고 맑은 하늘과 먹구름이 있었다 2014. 8. 10. 6A Lambton Road에서 평안했을 때 요리 하는 건 재미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해야 집중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다 다른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빨리 외면할 수 있는 일이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 일 그만큼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가고 있다 이제 이만큼 열심히 해 먹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2014. 7. 13. 나만의 주방이 생겨서 좋다 조리 도구는 변변찮지만 무려 오븐이 있는 나만의 주방 어학연수 와서 참 좋은 경험을 많이 해 보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한식 위주로 해 먹고 있지만 돌아가기 전까지 오븐을 사용한 요리를 많이 해 보는게 목표! 지금 해보려고 계획중인 요리는 치킨오븐구이, 웨지감자, 김밥 정도~ 생각보다 요리들이 막 그렇게 어렵고 그렇지가 않다 나는 혼자서도 잘 먹는단 말이야.. 내가 만들어서 내가 맛있게 먹어... 그렇게 많은 밥을 해 먹었는데 사진이 고작 세 장 밖에 없는 나도 참ㅋㅋㅋㅋ 귀차니즘 짱이네ㅋㅋㅋㅋ 제일 많이 해 먹은 된장찌개랑 닭볶음탕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니, 기록의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뭐랭) 앞으로 많이 찍어서 남겨둬야지, 이것도 다 재산이다! 수육! M&S에서 아무 양념도.. 2014. 4. 20. [York] One day tour in York 뉴카슬에서 한 시간 남쪽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 나오는 곳 York! 중세의 모습을 꽤나 잘 간직하고 있다며 예쁘다고 다녀오라는 추천이 많았다 이 좋은 봄 날씨에 집에만 있을 순 없지! 하며 표를 예매했는데 아뿔싸(라기엔 약간 의도적인 것도 있었어), 아침 기차를 놓쳤다ㅎㅎㅎ 전날 저녁에 할머니께 전화드리고 친구랑 인생 얘기하다가 너무 늦게 자서 그렇게 될 것이란 예감이... 이 일을 어찌할까 하다가 안가는게 더 손해다!!라는 마음 가짐으로 기차역에 가서 부랴부랴 표를 끊었다 결론은, 가기를 정말 잘했다고. 요크에 온 걸 환영합니다! 뉴카슬이랑 기온이 그닥 많이 차이나지는 않는 것 같았는데 꽃이 훨씬 많이 피었다 걸어가면서 혼자 신나서 사진 찍는데, 다른 많은 사람들도 나와 같은 행동들을! 찰칵찰칵~ .. 2014. 4. 19.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