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60

2026.3.21.-22. 쓸 데 없어서 더 신나는 전주 탐방 (1편) 생각도 못했던 전주 근무 시절을 지나, 전주라는 단어만 들어도 학을 떼던 날을 지나, 전주에 방문했더니 이런 게 달라졌네 하며 그 시절 기억이 선명하던 시기를 지나, 그때 많이 변했다고 기억했던 곳인데 원래 어땠길래 뭐가 바뀌다 생각했는지 알쏭달쏭해져진, 그래서 새로 만든 추억으로 도시를 다시 덮고 돌아온 전주 여행기 시작! 왜 갑자기 전주를 여행지로 정했느냐 물으신다면, 15년쯤 전에 엄마와 함께한 전주 여행에서 사왔던 종이부채를 다시 사고 싶어서다. 작년 여름 손풍기가 고장 나서(여기에 기록해뒀다) 여름이 오기 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21세기에 무슨 부채냐 싶겠지만 종이부채는 플라스틱 부채와는 다른 시원한 바람이 부는 데다 무엇보다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풍류가 있기도 하잖아요? 전주 한.. 2026. 3. 25.
하루 2만보 만큼 신나는 삿포로 여행 (Day 4) 둥근 해가 떴습니다. 도야 호수의 숙박객은 모두 고개를 들어주세요. 창밖에 기대했던 설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걸 보고 싶어서 여기에 왔지만 눈이 오기에는 이르다 싶어 포기했는데, 어제의 고난이고 뭐고 기가 막히게 기분이 좋았다. 너는 나보다도 더 사진을 찍지 않는데, 그런 네가 정말 멋지다며 풍경을 거듭 찍었다. 그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라고. 이러려고 살지! 아침 9시 반에 시내로 가는 버스가 출발이라 그저 그럴 맛이 기대되는 조식은 포기했다. 아무리 눈이 그쳤더라도 어제의 도로 상황이 정말 최악이었던 터라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도 계속 걱정했는데(현지 일본인들이 별 생각 없이 모두 버스를 탄다며 억지로 안심하려 애썼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알겠더라고. 아, 여기 선진국이지? 그 많던 눈이 거짓말처럼.. 2026. 2. 13.
하루 2만보 만큼 신나는 삿포로 여행 (Day 3) 삿포로 여행이 기억에서 흐려졌다. 사소한 추억을 잊었다고 해서 아예 아무것도 작성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조차 잊을 수 있다. 다녀온 지 3개월이 지나서 올리는 글에 대한 꾸역꾸역의 타당성 부여. 어떻게든 계속 쓴다는 말씀. 3일째 아침은 벼르던 해산물 아침을 위해 니조시장에 갔다. 너는 해산물의 비린내를 싫어하고 평균보다 예민한 장 덕에 탈도 잘 나지만 그래도.. 그래도 한 번쯤 회가 와르르 덮인 밥을 먹고 싶었다. 여정 중 해산물을 딱 한 끼만 넣은 내 마음을 너도 알아서 좋다고 괜찮다고, 시장 식당까지의 길을 안내해 줬다. 줄 서기 싫어 맛집 옆 집을 가는 스타일인데 그 옆 집이 구글에 안내된 시각에 문을 안 열었다면? 그런데 맛집이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 같다면?.. 2026. 2. 12.
하루 2만 보만큼 신나는 삿포로 여행 (Day 2) 여행 이틀차,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가 오는데 그마저도 강풍으로 인해 옆으로 내리고 있다면? 두 집좋아인간은 집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외출을 여행자 신분이기에 근근이 나섰다. 몰아치는 비바람에 현지인도 꺄아악 당황하는 아침이었다. 우리가 비를 피하려 들어간 곳에 일본인도 뒤집힌 우산을 들고 함께 들어오니 웃음이 났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집에 가고 싶어 구글 지도를 누르고 눌러 찾은 작은 카페는 많이 알려지지 않을 이유가 있는 집이었다. 다양한 커피 원두에 혹해서 갔는데 너무 작고 식사거리가 없더라고요. 소박한 빵을 씹으며 두 대식가는 오타루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리라 다짐을 했다. 비바람을 꾸역꾸역 헤치고 도착해서 쬐깐한 식빵을 먹는 것, 그것이.. 2026. 1. 23.
하루 2만 보만큼 신나는 삿포로 여행 (Day 1)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삿포로에 다녀왔다. 정말 오래간만의 일본 여행이었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갈 줄 그때의 나는 예상하지 못했다. 2025년에는 결혼도 했다 알려줬으면 믿었겠어? 아무려나 결혼도 했고요, 그 남편이랑 결혼 1주년 즈음되어서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주 재미있었다. 기록을 남겨두지 않으면 전부 휘발될 걸 알기에 꾸역꾸역 기억을 붙잡아 써보는 여행기. 비행기 출발 두 시간 전까지 공항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두 시간에 맞는 공항버스 말고 하나 앞선 것을 탈까 고민했지만 늘 시간이 남아도는 편이라 이번만은 그러지 않으려 했다. 그런 나의 고민을 계획표에 적어두었는데, 여행 계획을 공유받은 동기가 ‘언니는 지난번 여행에서도 저렇게 써놨더라’고 했다. 그랬나? 그래서 어떻게.. 2025. 12. 10.
2025.9.21.-22. 가자아 무화과 원정대!(2편) 포근한 침대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일요일 저녁이 되니 관광객이 싹 빠져나갔더라고. 어르신 몇 분 외에는 행인도 차도 없는 골목을 둘이서 걸었다. 저녁으로 고른 집은 근대역사관 2관 맞은 편의 명인집. 해산물을 먹으면 자주 배탈 나는 너를 위해 게살비빔밥을 포기했다. 명인집도 유명하다는데 들어서니 식사 손님이 우리뿐이라 민망했다. 정말로 목포는 고요하구나? 다행히 다 먹기 전에 한 팀이 더 와서, 우리가 나간 후 가게가 텅 비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떡갈비도 갈치구이도 괜찮았지만 반주로 시킨 명인집 수제 막걸리가 나는 마음에 쏙 들었다(상큼한 걸 잘 못 먹는 너는 나만큼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저녁을 먹고 무화과빙수를 먹으며 대미를 장식하려 했는데, 재료 조기 소진으로 일찍.. 2025. 9. 25.
2025.9.21.-22. 가자아 무화과 원정대! (1편) 9월 목포에 가면 무화과가 맛있고, 두 달에 한 번은 새로운 경험을 하기로 했기에 목포 여행을 떠났다. 가자아 무화과 원정대! 무화과가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너를 무작정 원정대원으로 끌어들였다. 용산역에 가면 롯데리아를 가는 게 루틴이 되어버린 우리는 부른 배와 함께 목포에 도착했다. 해는 쨍쨍 바람은 선선하여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첫 행선지는 목포역에서 제일 가까운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 대중음악의 전당은 본래 은행 건물이었는데 간단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난영이나 남진 노래를 듣고 VR로 영상을 관람했다. 김시스터즈의 옛날 사진을 이용해 AI 움짤을 만들어 둔 건 조금 기괴하더라고. 의상을 합성하거나 스티커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었는데, 별 것도 아니지만 깔깔 웃어가며 눌러볼 만했다... 2025. 9. 24.
2023.11.12. 제주 넷째날 조식을 먹고 일찍 숙소를 나섰다.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후에 보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마지막날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벌써 아련했다. 남자친구와 함께면 평범하게 흘러갈 시간에 의미가 새겨진다. 대단한 게 없어도 소중한 시간. 여행 전부터 마지막 날에 무엇을 할지 고민했는데 결국 마음에 드는 안을 세우지 못했다(귤 따기 체험을 미리 해버린 탓도 있지). 남자친구는 맛집이나 일정에 얽매이지 말고 편히 시간을 보내다 가자고 했다. 너는 사진에 흥미가 없고, 남들이 좋아하는 맛집에 관심이 없다. 게다가 자연에도 큰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집안퉁이 방구석여행자 둘은 남들 따라 하려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내내 깨지 못한 게임을 깨기로 했다. 가까운 중문 스타벅스에 걸어갔다. 걷는 30분 남짓을 신나게 낄낄댔다... 2023. 11. 20.
2023.11.11. 제주 셋째날 시에나 리조트에서 조식을 먹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메뉴였다. 골프복을 입은 중년 손님이 많았다. 리조트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손님이 많아도 붐비거나 지치지 않았다. 좋은 물건이나 음식에 크게 감흥이 없는 남자친구도 시에나 리조트는 마음에 들어 했다. 식당을 나오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챙겨 왔는데, 마셔보니 콜드브루였다. 나도 꼭 돈 많은 중년이 되기로 결심했다. 귤 따기 체험을 운영하는 카페가 많았지만 제대로 된 체험을 하고 싶다고 주장하며 2000평 귤 농장을 예약했다. 도합 3kg을 딸 수 있었는데, 그게 얼만큼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제주도의 버스는 시간표가 무색하게 제 멋대로 왔다. 택시를 타고 언덕을 올라갔더니 넓은 농장이 있었다. 귤은 생각보다 금방 땄다. .. 2023. 11. 17.
2023.11.10. 제주 둘째날 시에나 리조트에서 조식을 먹었다. 사람이 몰릴까봐 8시가 되기 전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멋쩍게 앉아서 음식을 퍼왔는데 글쎄, 이제까지 먹어봤던 호텔 조식 중 가장 훌륭했다. 전부 먹어 치우고 싶었지만 위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극진한 대접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남자친구와 음식의 퀄리티에 연신 감탄했다. 송악산 둘레길을 걸으러 갔다. 산책로 계단 너머로 반짝이는 바다가 있었다. 바다 앞이어서인지 바람이 무지막지 불었다. 이 예쁜 곳을 함께 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바다는 파랗고 햇빛은 좋고, 바람이 떠밀어주는 듯 걸으면서도 신이 났다. 이런 둘레길을 찾아낸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있는데,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너는 급하게 회사 일을 해야 했다. 숙소에 맡겨둔 노트북이 필요하단다. 둘레길의 한.. 2023. 11. 16.
2023.11.9. 제주 첫째날 공항에서 10시 1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네가 한 시간이나 일찍 왔다.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머리까지 잘 손질한 너는 여행이 기대되어 잠을 설쳤다고 했다. 나도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와서 같이 아침이라도 먹을 줄 알았는데, 눈치 없는 나는 시간을 잘도 맞춰 가버렸지. 여행에 설렌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 시간이 나만 기대되는 건 아니구나. 착륙하는데 떨린다며 서로 손을 꽉 잡았다. 택시를 타고 미리 찾아둔 음식점 ‘취향의 섬’에 갔다. 제주도는 노란 귤이 한껏 열리는 시기였고, 남원읍은 더 그랬다. 취향의 섬은 손수 시공한 인테리어가 정말 멋진 곳이었다. 고사리 파스타와 흑임자리조또, 옥감자춘권을 흡입했다.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너와 올레길을 조금 걸었다. 제주는 무려 20도여서 기.. 2023. 11. 14.
2019.8.21. 오래 기억할 순천 등산 지난주에는 가족 여행으로 순천에 갔다. 하루를 투자해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걸었다. 여러 코스 중 그나마 쉽다는 천년불심 길을 올랐는데 가족 모두 너덜너덜해져 내려왔다. 당연히 아무 사진도 찍지 못했다(하나쯤 찍어서 여기에 첨부하면 좋으련만). 중간에 먹었던 보리밥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겠다고 다 먹고 나서야 간신히 생각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했단 사실도 오후 등반으로 모두 잊고 나중에서야 기억해냈지만. 부모님은 주말마다 둘레길을 걸으셨기에 잘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나는 낙오가 될 것 같으니 앞에서 기다려 달라 신신당부하고, 힘들면 중간에 내려와 택시를 타겠다며 엄포도 놓았다. 그런데 말이야. 의외로 등산이 나쁘지 않았다. 산에서 땀 흘리는 삼삼한 기분이 좋았다. 깔딱 고개를 넘느라.. 2019. 8. 21.